겨울에는 춥다고 웅크리고
여름에는 덥다고 맥을 못 추는 저는
15도~25도인 봄 날씨를 무척 좋아합니다.
지난 번 총무를 맡은 도보에 나갔더니,
한 회원님께서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드냐고 물으십니다.
"그러게요. 저도 봄을 좋아해서 조금 더 나오고 싶은데... 이래저래 바쁘네요. 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아니... 봄이 뭐가 짧아요? 길사랑만 따라다니면 벚꽃부터 시작해서 온갖 꽃구경 실컷 할 수 있는데요."
4월 초 한식에는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강원도 철원 친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출가외인이라 의무 참석은 아니지만
워낙 사이가 좋은 저희 친척들은, 함께 만나서 산소를 돌보고 식사를 하는
이 날을 기다립니다.
4월 둘째주
고향인 강릉행 KTX 열차가 개통됐다며
기차로 강릉에 갔다가 부모님 산소에 가시고 싶다는 친정엄마의 말씀에
'두 분이 열차로 강릉까지 간다고 치자? 그 다음에 산소는 무슨 수로 가고, 경포대니, 식사니...
어떻게 가시겠다는거지... 짐가방 들고 차도 없이?'
"엄마, 나도 기차 타고 싶어. 나도 갈래요. 강릉~"
강릉에 도착해서 차를 렌트 해 바닷가 근처에서 회를 먹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산림욕장에서 잠깐 걷고,
두 분 숙소를 구해 드리고는 저는 저녁 기차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주엔 시할머니 기일이라
운전을 못하시는 시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용인 선산에 다녀왔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할머니가, 시아버님 병원에 몇 달동안 입원해 계시다가 제 생일 이틀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애들을 친정에 맡기고 며칠동안 상을 치루고 나니
시아버님께서 "시할머니 병간호며 목욕이며 그동안 애 많이 썼다. 생일도 그냥 보내서 어쩌니...
애들은 우리가 봐 줄테니, 이 돈으로 가까운 일본이라도 다녀와라.~" 하시며
저를 챙겨주셨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해마다 시아버님 생신상을 집에서 차리는 저에게
'내 생일상까지 차릴 필요없다. 내 생일은 나들이로 대신하면 된다' 고 말씀하시는
시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평일에 시간 내기 어려운 시누이들 부부가 자리를 마련해 미리 땡겨 외식을 했습니다.
내일은 생신 당일.
두 분이 적적하게 계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쓰여
매년 생신 전날에 몇 가지 음식을 만들어 보내드립니다.
이제 막 배달 완료.
그리고 작은 딸 생일.
미역국에 몇 가지 음식 해 먹이고~
다음 날 제 생일은 대충 넘기고~
다음 주엔 시부모님 모시고 생신기념 나들이로 청남대에 갈 예정입니다.
(이럴꺼면 생신상 한번 차리는게 더 나은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ㅎㅎ)
봄이 되면 어김없이 이 일정대로 움직이다보니 약간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 보니 봄이 짧은게 아니고 제가 바빴던거더라구요.
나중에 저도 저같은 며느리 한 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없습니다. ㅎㅎ
그 대신
지금까지도 사모님과 장모님 자매를 모시고
맛집, 빵집, 예쁜 카페를 다니시는 문정나그네님 같은 사위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0^
결혼 5~6년 차에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있으면
한 아이는 이쪽으로 가고, 한 아이는 저쪽으로 가서
양쪽으로 잡으러 다니느라 힘들었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럴때마다 동네 어른들께서
"그래도 이때가 좋은거에요. 금방이에요~" 라고 말씀들 하셨습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난 힘들어 죽겠는데... 위로라고 하는건가?!?!'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락님께서 말씀하셨던것처럼 '순간' 이였다는 사실을,
그땐 미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제 주변에서
자식들이 돈을 걷어서
부모님 병원비를 낸다, 수술비를 낸다, 간병인을 쓴다...그런 말들을 자주 듣습니다.
비록 양가 부모님 덕분에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네 분 모두 건강하셔서 이렇게 모시고 다닐 수 있을 때가 좋을 때다' 생각하게 됩니다.
지나고 나면 분명
제 인생에서 ' 바빴지만 찬란했던 봄날' 일테니까요.
이 모든 일정을 잘 마치고
다음 주에 길사랑 따라 지리산에 갑니다.
아침, 점심 두 끼를 혼자 챙겨먹고 출근해야 하는 남편한테 살짝 미안하지만
당당하게 " 밥 차려둘테니 잘 드시고 출근 하세요. 나는 자유의 땅 좀 밟고 오겠소~" 라고 말하고는
마지막 42번 참가자로
"지리산. 가즈아~~" 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럴 때 길사랑이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싶습니다.
내 봄날에....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첫댓글 오~~
예쁜 윤앤현님♡♡
읽는 내내 흐믓하고 마음 따뜻해집니다.
이렇게 길사랑에 가득 계시는 보석들~~
함께 얼굴보며 걷고 웃을수 있어
정말 행복하며 감사하답니다.~♡♡~
얼굴도 맘씨도 어여쁜 윤앤현님~
부모님들은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그래도 가끔 지금처럼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듯~ㅎ
가즈아 지리산~ㅋ
이 봄에 얼굴 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더니, 복 짓고 계셨네요~
남편과 두 딸들이 있는 가정에선
현모양처!
시댁 어른들께는 효부!
친정 어른들께는 효녀!
어느것 하나 소홀함없이
똑소리나고 살뜰하게
정성다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비록 나이로는 연하지만
항상 배울점이 많은
멋지고 아름다운 윤앤현님이랍니다
글 읽으며 나자신을 뒤돌아봅니다
하기 어려운 일을 즐거움으로
하는 윤앤현님의 마음엔
사랑스러운 하트가 하나 더
있는것 같습니다
불편한 관계를 싫어해서 인생
타협하고 살았더니...
시부모님 잘모셨다고 보상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저도 ㅋ
배낭에 꽂아논 책이 유난히
멋져보여 님을 좋아한 세월이
몇년이네요
고운 글장이...
사랑스런 누이가 꽃향기 되어
한밤을 울립니다
부슬비 내리던 바래봉에 핀
촉촉한 철쭉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좋아할 님을 생각하니 저도
즐겁습니다
젊은 그대!
칭찬합니다^~^
언제 읽어도 훈훈하고
정겨운 윤앤현님의 글!
-펠레-
그런그런 일들이 그리워지내요~~그땐 몰랐지요~그리움이 될줄~~~
윤앤현님 같은 예쁜 마음을 지닌 아내,며느님,따님,엄마 이세상이 평화롭고 아름다울거예요.
점점 이기적이고 점점 포악해지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면서 걱정했는데~~
조금도 걱정을 안해도 될것 같아요.
늘 귀감이 되는 윤앤현님 세상에 빛이고 소금이십니다~~^^
바쁜 와중에도 봉사로 총무로 수고해 주시고~~
자녀들에게 가족들에에 복에 통로가 될것을 확신 합니다~~^^♡♡♡
윤앤현님!!!~~
최고!!!~~^^
이 봄 다 가기전에~
가즈아~~지리산!!!~~ㅋㅋ
이쁜 윤앤현님 맘씨도 좋고 이쁜며느리 딸 부인 엄마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눈물 찔끔 포인트' 찾아보려고
제 글을 두 번이나 다시 읽었는데도...못 찾겠습니다.
더 나이가 들어야 알 수 있을까요... 눈물 포인트는? ㅎ
다락님~
댓글로 만나도 반갑습니다.
그래도 못 뵌지 오래 됐으니
언제 한번 길에 나오시는걸로요~ ^.^
잔잔한 한편의 수필..
윤앤현님 같은 며느리
보면 얼마나 삶이 행복할까
맛깔스런 반찬보니
어쩌면 저리도 솜씨까지
좋은지.,
모든건 한때고 순간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예쁜 윤앤현님 멋진 여인!!
윤앤현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철이 없을때 효자의 아내로 살기가 힘들다고
투덜대고 악처로 살아야하는데 처음부터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많았어요
장남인 남편에 무척이나 자식사랑과 며느리사랑이 크셨던 실향민이신 시아버지가 가끔은 버겁다는 생각을 하며 모시고 살았던 시절~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제가 아플때
다 보고 배우며 자란 저희 아이들은 다른집아이들과는 조금 다름이 있더군요
'효자는 효자를 낳는다'는말씀
요즘 제가 느끼는 중입니다 ㅎㅎ(자식자랑 하면 뭐라하든데ㅠㅠ)
윤앤현님 시부모님 부모님 모두건강하고 함께 하는시간이 가장 좋은 봄날 입니다
그때 그때 행복하세요~
나를 위한 시간들도 가끔 챙기시고요
착한 딸, 착한 며느리, 현명한 아내, 지혜로운 엄마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덕목을 다 갖춘 윤앤현님 거기다 미모까지...
여러 몫을 잘해내시느라 힘도 많이 드실텐데 참 대단하십니다~
글을 읽으며 제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참 부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윤앤현님 가족 분들은 참 복이 많으십니다~
저도 주변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요...
ㅎ앤님 좋아하는 봄날에 시속 160km여서 참 다행입니다~
조금 불편한 겨울과 여름에 그 일들이 겹쳤다면 지혜로운 앤님은 어땟을까 상상해 봅니다...!ㅎ
글 읽는 내내
오늘 가영시아 신부님 강론말씀이 자꾸만 스칩니다....
어쩌면 자신을 힘들게 할수 있는 상황들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 해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앤님은 주님 축복 속에서 잘 살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ㅎ
늘 밝은 모습이 그걸 말해
주고 있지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상황이지만, 누구나가 즐거이 받아 들이지는 못하지요....
참 존경스런 동생입니다ㅎ
"지리산. 가즈아~~~"
아름다운 봄꽃나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어린 날들을 제외하고는
처음인지도 모르는 자매들과의 가족여행 중입니다.
미국에서 날아온 언니를 포함해
4자매가 90을 바라보시는 엄니를 모시고 모여 있지요.
때론 지난 이야기 속에서 웃다 울기도 하는 시간들이....
귀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데...
윤앤현님의 글을 읽으며
급 반성 모드로 돌아갑니다.^.^
고마운 사람, 고운 사람입니다.
지리산 ! 마음껏 누리고 오소서~~~
가족과 주변에게도 항상 최선을 다하며 밝게 만들어 나가는 길사랑 님들 생각하며
미소가 절로 나온답니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맘으로 함께 여서 더 즐겁게 기다려지네요
정든길님 어머님과 자매님들과 행복하고 좋은추억 많이 만드세요!
아직 나는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바래봉 철쭉이 피기까지는~
함께가요 지리산!
모시고 갈 부모님이 계시다는 님께 ..
부럽습니다
모시고 싶어도 계시지 않으니, 너무도부러운 글입니다.
가신다고 짐싸들고 나가시는 모습도 보구싶고
반찬 만들어 배달할 부모가 있슴 , 너무도 행복할것 같아요
행복한 당신의 투정????/. 너무도 부럽습니다
젊음이 부럽습니다. 이젠 내나이가 부모님 나이가 되어 나의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 해주려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