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가장 잘못한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종편에 진출하게 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동관이 있다.
방통위는 조중동에다 매경까지 하나 더 끼워 종편 사업자를 허가했다.
정부와 보수당은 그동안 방송산업을 살리고, 민주주의의 핵심 요건인 여론 다양성을 구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디어법을 밀어붙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보수 정권 탄생에 기여한 조중동에 방송 진출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과적으로는 반대 목소리가 옳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조중동 방송’이었다. <교수신문>이 뽑은 2010년의 고사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의 대미를 장식하기라도 하듯 방통위는 2010년 마지막날에 그 뻔하고도 뻔뻔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게도 말렸건만 결국은 이 땅에 ‘조중동 방송’이 출현하게 됐다.
길게 보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방송산업과 방송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이 되는 선택을 하고 만 셈이다.
우선 조중동의 종편 진출은 우리나라 방송산업을 살리는 선택이 아니라 죽이는 선택이다.
조중동을 포함한 다수 종편 선정은 우리 방송시장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방송사업자의 무더기 허가이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에다 거대 언론사들의 방송 진출을 허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일 것은 뻔한 일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방송사들은 시청자를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 제작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다.
대기업과 정부 등 광고주 눈치 보기로 방송의 비판기능은 크게 무뎌질 것이다. 공정보도나 감시·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할 방송 언론도 더욱 망가지게 생겼다.
그동안에는 ‘조중동 방송’ 만들기를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었다면, 이제는 ‘조중동 방송’ 살리기를 위해 또다른 편법과 갖가지 특혜가 동원되고 있다.
실제 조중동은 새로운 특혜들을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특별지원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중동 방송’ 때문에 방송시장 질서는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다. 공정경쟁이나 시장 논리는 실종될 것이다. 공멸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조중동 방송’이 글로벌 미디어기업 운운하지만 글로벌은 커녕 좁은 국내 방송시장에서 자기 살길 찾기도 바쁠 것이다.
본업인 신문사업이 위기에 몰리자 그 탈출구로 방송 사업에 눈길을 돌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바로 조중동의 방송 진출 길을 터주기 위해 그동안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와 헌재 결정 무시 등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면서까지 종편 허가를 강행해 왔던 것이다.
방송시장 질서를 뒤흔들면서까지 정부·여당이 ‘조중동 방송’을 허가한 이유는 오히려 정치적인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고 하겠다. 조중동에 매경까지 허가함으로써 새로운 종편 방송은 모두 보수 일색이 됐다.
지금은 지상파 공영방송마저 보수정권의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존 지상파방송의 보수화에다 유력 보수신문들이 방송에까지 진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여론매체 지형은 완전히 보수 일변도로 변했다.
그동안 여론 다양성 실현을 위해 미디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보수당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만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고 수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요건이다. ‘조중동 방송’ 허가는 여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보수 기득권 세력의 여론 독과점을 더욱 심화시켜 민주적 여론 형성과 사회의 다양한 여론 반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보수당의 장기 집권 구도를 위해서는 매우 유리한 매체 구도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위험하고도 불행한 구도라 아니할 수 없다.
요컨대 ‘조중동 방송’을 비롯한 다수 종편 허가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여론 광장을 파괴한다.
더 나아가 정상적인 방송시장을 교란하고, 권력을 감시·비판해야 할 방송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비극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