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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박○○ 교수님께,
교수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1985년에 입학, 92년에 졸업하고 지금은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 고민은 이렇습니다.
지금부터 약 1년 반 전 아버지를 모시는 문제로 ‘노인복지법’과 ‘실버타운'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여기에(실버타운이란 불리는 것들에) 많은 부조리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혼자서 주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싶어 금년에 경성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야간)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도 그리고 요즘에도 젊은이들은 젊음이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TV에도 영화에도 젊은 사람 위주로 막 돌아갑니다.
헐리우드 영화 ‘알렉산더’에서 알렉산더(콜린 패럴)의 엄마 역은 안젤리나 졸리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 둘의 나이는 한살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요즘 우리나라 연속극의 '엄마들'을 보면-극중 아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청년입니다-신은경 또는 도지원 같은 탤런트들이 주로 그 역할을 맡습니다.
이러한 여배우들의 외모는 30대 중반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실제 나이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입니다만)
탤런트들뿐 아니라 모두들 젊게 보이기 위해 다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모두들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듯하고, 고령자 차별과 노인의 소외 문제는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한편 우리 사회는 하루하루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로 치닫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픈 것은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이라 불리는 것들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노인복지시설의 한 종류인 ‘유료노인복지주택’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이 노인복지시설을 ‘분양’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름'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의 ‘유료노인홈’에서 왔음이 거의 분명한 ‘유료노인복지주택’은 '주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택'이라 이름 한 게 문제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중요하긴 해도 문제의 핵심은 아닌 듯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분양'에 집중해봤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본질적 문제는 아닌 듯 했습니다. 강아지도 분양하고, 골프장 회원권도, 콘도 회원권도...분양은 단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핀 것은 '주택법의 준용'이었습니다.
복지시설을 주택법의 주택, 즉 공동주택(아파트)으로 오인케 한
노인복지법의 가장 치명적 오류는
'주택법을 준용하여 복지시설을 분양하는 것' (노인복지법 제32조 3항)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 원칙과 건전한 경제 질서에 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서비스 상품'도 분양 혹은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상품과도 같은 노인복지서비스(3차 산업의 상품)를 2차 산업의 상품인 주택으로 오인케 할 여지가 너무 크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기호품, 사치재인 ‘유료서비스’를 필수재인 ‘주택’으로 속여서 분양할 여지도 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겠지만, 법과 제도가 튼튼하지 못해 쉽게 악용할 수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법을 만든 사람들과 집행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3월 들어 대학원 개강을 하고 노인복지론 첫 시간이었습니다.
사회복지과의 여교수님께서 노인복지론을 지도하시는데, 첫날부터 저와 생각이 너무 달라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실버산업과 실버타운에 대해 지극히 낙관적이셨고, 부산 지역에 곧 대규모 실버타운 사업이 준비 중에 있는데, 이를 지지하신다는 말씀에 제가 어떤 식으로 짓는지, 분양하는지 임대하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저는 당연히 복지시설을 분양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질문을 드렸는데, 교수님께서는 “분양해야한다. 임대 방식으로 하게 되면 그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분양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하셔서 잠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첫 시간이기도 하고 실버타운이 그날 수업의 주제도 아니었기에 더 이상 논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듣기만 했지만, 저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처럼 사회복지나 노인복지를 전공하시는 교수님들조차 그 내막을 잘 모르시는 것이 바로 실버타운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실버타운 사업’이 ‘실버산업’의 일종이라면 이는 사회복지나 노인복지와는 거의 상관없는 영역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영역은 바로 비즈니스의 영역입니다. 고령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하나의 사업일 뿐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일부 세력들이 이 사업을 가지고 ‘복지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보입니다. 다분히 의도적인 접근으로까지 보입니다.
아직 학문적으로 실버산업이란 것이 경계가 모호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는 결코 복지와는 상관없는, 전혀 다른 논리가 적용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를 전공하시는 교수님들께서 이 분야를 잘 모르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와 관계없는 ‘사업’이기에 ‘경영학’ 또는 ‘건축공학’이나 ‘부동산학’에 가까울 수는 있지만 결코 사회복지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사회복지의 관점으로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무리들이 의도적으로 ‘복지 분야’에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고, 제가 이렇게 자신하는 것은 한 교수님의 논문을 찾아 봤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입니다.
한국주거학회학술발표논문집
1993년 9월
일본 유료노인홈의 현황과 그 문제점 분석
신경주 교수(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신경주 교수님께서 1993년에 우려하신 일들은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나아가서 이 복지시설을 분양할 수 있게 노인복지법이 1997년 12월에 다시 한번 개정됨으로 인해 그 부조리가 극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인문제, 혹은 노인복지 문제라 다들 생각해서인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아직도 제대로 된 인식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나 노인복지를 전공으로 하는 교수님들마저도 이 부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듯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유료노인복지주택을 ‘실버타운’ 또는 ‘고령친화주택’으로 인식합니다. 그리고는 막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제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경영학을 조금 공부했기에-이 ‘사업’, 곧 실버타운 사업이란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치중립적인 일입니다. 비즈니스의 하나로 봐야합니다.
이에 비해 복지는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신종 비즈니스가 노인복지의 탈을 쓰게 되는 순간 바로 문제가 생깁니다.
이미 우리사회에서 이 문제가 엄청 큰 일로 번졌는데도 아무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보면, 신문 방송 등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논문들이 실버타운 또는 실버주택, 시니어타운 등의 이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유료노인복지주택을 고령자주거안정법(몇 년째 국회, 국토해양위에 계류중입니다)에 의한 ‘고령친화주택’인양 현혹하기도 합니다.
노인복지시설은 고령자용 주택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그리고 고령자 ‘전용 주택’이라는 개념은 우리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고령친화주택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고령자를 배려한 주택,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된 주택으로 봐야 된다고 봅니다.
교수님, 바쁘시겠지만 노인복지 전공을 이제 막 시작함에 있어 교수님께 도움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법을 전공하셨고 노인복지법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아시기에 부탁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다니는 학교의 전공 교수님들이나 제가 아는 다른 분들 중에는 여기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고 계신 분이 드뭅니다.
제가 노인복지법 문제에 대해 여쭐만한 분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2011년 3월 11일, 노인복지법 개정
2011년 3월 11일은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날이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그 긴 세월동안 계속된 피해자들의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법을 고치기로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잘못 만든 법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보다는 손쉬운 방법을 택합니다. 덮어버리기에 치중한 것입니다.
신문기사 링크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30992001
이는 결코 진정한 해결책이 아닐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국회의원들은 '노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노인'과 '복지'를 모두 소외시키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부조리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노인복지법과 유료노인복지주택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2011년 3월 20일
첨부 :
일본 유료노인홈의 현황과 그 문제점 분석
신경주 교수(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첫댓글 맥도날드 어린이세트를 사면 장난감을 끼워줍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를 '아동 복지'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맥도날드가 이를 '아동 복지'라고 주장하거나,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급식을 '햄버거'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독점적인 "특혜"를 복지부에 요구한다면...
다음날 '조간 신문'부터 난리가 날 겁니다.
그런데 왜 노인 대상 '사업'을 '복지'라고 우기는데도 다들 가만히 있을까요?
그리고 그 무리들은 왜 기를 쓰고 '노인 복지'의 탈을 쓰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