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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걸을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인간들은 없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시립도서관 앞으로 갔다..
시계를 보니 5시55분..
'딱 맞군...'
핸펀을 꺼내 정이누나이게 전활 걸었다..
뚜루루루~~~
"여보세요..."
도서관에 있는지 아주 작게 속삭이는 누나의 목소리..
"누나....저 희순데요.... 지금 시립 앞이거든요.."
"아~~네.... 저 지금 도서관이거든요...바로 나갈께요...."
근데 어떻게 알아보죠??"
"누나...전 카키색 점퍼에 카키색 면바지 입고 있어요...누나는요?"
"전 빨간색 코트 입고 있어요......잠깐만 기다려요 책챙기고 바로 나갈께요..."
"네...." 딸각..
과연 어떤 누나일까??... 별로 기대한건 없는데도.. 좀 떨린다.
지금 내 몸의 상태가 상태인 만큼... 조심 또 조심하자고 맘먹으며
출입문 쪽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순간....
출입문이 열리고...
뻘거무레한 무엇인가가 나온다...
빨간코트를 입은 여자한명을 봤다...
그걸로 끝이엿다..
여러분들도 경험해보셨죠?...
순간 그녀와 나를 제외한 주변 모든 것들이 흑백으로 변하면서...슬로비디오로 돌아간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고.....
머리가 핑~~ 어지러워 졌다...
하얀 백옥같은 피부... 어깨 밑까지 내려오는 약간 긴생머리...
크지않는 적당한 키에 얼굴은 내 주먹만하고...
귀여운 눈과 앵두같은 입술....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통통한 볼살......크헉 귀여버라..
나중에 확인한거지만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완벽한 몸매...!!! 헐헐
온 몸의 세포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다..
사람들이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내가 할 말을 잃고 헤벌레 입을 벌린 상태로 서있는 동안 그녀는 바로 코앞까지 왔다..
"희수씨??"
"네..넵....안녕하세요." 꾸벅~~
"반가워요~~ ... 희야 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정이는 동생을 희야 라고 부른다..
"네..... 누나 저보다 3살이나 많으신데 말 놓으세요...."
"그래.... 희수도 말 놔... 니가 높임말 쓰니까 내가 괜히 늙은이 같잖아....."
수줍은 듯 방긋이 웃는 그녀... 아~~~ 천사다.....천사.
천사가 아니면 꼬리달린 구미호가 틀림없다...
"어..그래... 누나.. 누나 저녁은 먹었어??"
"아니.....넌?"
"나도 안먹었지... 그럼 우리 뭐 먹으러 가야겠네... 피자 좋아해? 피자 먹으러 가자.."
난 천사와 함께 피자집에 들어갔다...
피자를 먹는 동안에도 계속 정신이 없었다..
정이누나 때문인 점도 있었지만 수술한 그곳이 아픈것도 어쩔수 없었다...
피자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모른채...
정이누나는 피자를 먹으면서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뭐...... 여러 가지 소개팅을 하면 물어보는 당연한 것들..학교, 취미등등...
여러 가지 애기를 하면서 우린 금방 친해졌다..
그녀는 모대학 경제학과 4학년 졸업반이다...
나와는 3살차이...학년으로는 2살차이지만 내가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3살차이가 났다..
오늘 첨 만났는데도 전혀 서먹서먹 하지가 않았다....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난 피자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지금 앞에있는 이 여자가 나의 운명의 여자다!!'
신은 인간에게 평생동안 3번의 기회를 주신다고 한다...
그 첫 번째 기회가 나에게 온 것이다...
"그게..그래서.. ...푸헷헷..길모가.... . 통닭을.....우헷헷헷"
난 나의 유머감각을 극한 까지 끌어올려 그녀를 즐겁게 해주었다..
피자를 먹고 나오는데 정이누나가 계산을 하려고 했다..
"누나~~ 내가 쏠께...누난 아직 학생 이잖아... 나 돈 많이 벌어...."
당시 난 과외를 3개 뛰며 100만원 가량의 월수입을 오리고 있었다..
"그래.....나 졸업하고 취직하면 맛있는거 많이 사줄게...."
'헉!! 졸업하고...취직하고... 계속 또 만나자는 말인가?? 그럼 내가 맘에 든다는 말이군...헷헷헷'
난 정이누나의 별 생각없는 말을 절라 크게 부풀려 생각하고는 기분좋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음..
이제 어딜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희수야~ 우리 오락실 가자~"
"오락실??"
"그래 .. 나 오락하는거 무지좋아하거덩~"
하며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오락실로 끌고갔다..
헉!! 그녀가 내손을 잡았다...잠깐이지만.
그녀의 작고 하얀 손이 내 손에 닿았을 때....... 온 몸에 전기가 찌릿찌릿 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가 손을 잡은 1초후..
그렇다..난 오늘 포경수술 했다... 쓰불..
손 만잡은 건데도 나의 물건은 살짝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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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크허허헉!!"
너무 아파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었다..
놀란 토끼눈을 하며 날 쳐다보는 그녀........
"아...아... 핫핫... 못을 밟았나봐요... 아... 절라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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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왜 이런데 못이 있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그녀를 빨리 데리고
오락실로 들어갔다..
정이누나와의 첫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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