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파리 한 마리가,
파리 한 마리가 전쟁을 끝냈다.”
저주가 평화를 낳은
기상천외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
<전쟁을 끝낸 파리>는 2011년 ‘아이슬란드 어린이문학상’(Icelandic Children's Literary Award)을 수상한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이야기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함이 가득하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독특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집파리 삼총사는 개성이 넘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일상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그리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평화와 공존’에 대한 강력하고도 명쾌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무리 자그마한 존재라 할지라도 함께 힘을 합친다면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억지스럽거나 지루하지 않다. 파리 삼총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웃고 울며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자라난 평화의 새싹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요약
콜겍스, 플라이, 해리 슈거는 한 집에서 살고 있는 파리 삼총사다. 소소한 자기들만의 취미를 즐기며 지내던 이들은 여름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집 주인이 홈쇼핑에서 전기 파리채를 주문한 것이다. 그야말로 언제든 ‘파리 목숨’으로 사라질 운명이 된 삼총사는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평소 TV를 즐겨보던 콜겍스가 다큐멘터리에 나온 네팔의 승려들을 떠올리고, 그들은 집파리들을 사랑하며 절대 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세 친구들은 네팔로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집을 떠나 공항에 도착한 파리들은 네팔까지 가는 비행기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자 플라이가 소파 뒤 벽에 붙어 있던 세계지도를 떠올리며 네팔과 가까운 아삼배드라는 지역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비행기를 타고 아삼배드로 날아간 삼총사는 어느 허름한 화로구이 식당에서 그곳에 사는 피토와 렐이라는 집파리를 만나게 되고, 아삼배드에 또 다시 폭격이 일어날 거라는 걸 깨닫고는 평화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모르는 인간의 우매함을 비판한다. 그날로 삼총사는 원래 여행의 목표였던 착한 승려를 만나기 위해 새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네팔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에서 운 좋게 승려를 만난 삼총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승려는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과 달리 파리들이 윙윙 거리고 시야를 방해해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다. 승려는 오직 삶의 지혜를 승객들에게 전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드디어 네팔에 도착하고, 삼총사는 일주일 동안 승려들이 사는 사원에서 그야말로 천국을 경험한다. 파리들과 공존하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생명을 소중히 하는 승려들 곁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삼총사는 위태로운 아삼배드에 살고 있는 피토와 렐을 걱정하느라 마음을 졸인다. 급기야 왕성하던 식욕마저도 잃어버리고 배탈이 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인다. 삼총사는 아삼배드 사람들에게 평화의 필요성에 대해 알려주려면 우선 자신들이 전쟁을 멈추게 한 다음, 피토가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써야한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밤새도록 전쟁을 끝내버릴 아이디어를 궁리하던 중 구름이 달을 스쳐지나가던 순간, 콜겍스가 무언가 떠올랐다면서 근사한 계획을 설명한다. 그리고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이 멋진 아이디어에 찬성한다. 이제 아삼배드로 날아가 피토와 렐에게 이 계획을 설명하고 즉각 실행에 옮기면 된다!
삼총사는 그동안 함께했던 승려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아삼배드의 친구들에게 날아간다. 그러나 이미 전쟁이 일어났고 화로구이 식당 역시 불에 타 잿더미가 된 상태다. 애타게 친구들의 흔적을 찾던 삼총사는 피토와 렐이 무사히 나타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한다. 이제 다시 모인 파리들은 전쟁을 끝내버리기 위한 콜겍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는 지체 없이 행동한다. 이 지역에 사는 모든 집파리들에게 함께 움직일 것을 요청하는 한편, 전쟁을 주동하는 장군의 은신처로 날아가 전쟁 명령을 내리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아선다.
작은 집파리 세 마리가 시작한 평화를 향한 여정은 아삼배드에 전쟁 종식이라는 기적을 선물하면서 조용히 막을 내린다. 파리들이 인간들에게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과 감탄을 금치 못하는 뛰어난 재치와 용감함, 그리고 플라이의 죽음까지, 어느 장면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재미와 감동, 메시지가 가득한 명작이다.
출판사 책 소개
왜 하필이면 집파리가 주인공일까?
“집파리는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관해 단순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종교라든가 정치와 같은 것에 휘둘리지 않으니까요.”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시대별, 국가별, 인종별, 민족별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설명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명확한 선악 구도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류하고,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이해관계에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쪽을 비난한다. 하지만 전쟁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그토록 오랫동안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아직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총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떤 까닭일까? <전쟁을 끝낸 파리>는 독특하게도 집파리의 시선에서 인간이 벌이는 전쟁을 바라보며, 그로 인한 효과는 우리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전쟁을 끝낸 파리>는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원하는 집파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기 파리채의 등장이 두려워, 평화를 사랑하는 승려들이 있는 네팔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결국 파리들은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한창 전쟁 중인 아삼배드라는 도시로 날아가 새로 만난 친구들과 인간들을 살리기 위해 기발한 작전을 수행한다.
즉, 파리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이란 그저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이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 이는 어린아이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가장 무모한 행동이 바로 전쟁이기에,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당장 끝내야한다는 것은 논의할 필요조차 없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 파리들의 용기와 영특함은 우리로 하여금 웃음과 감탄을 자아내면서도,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전쟁의 본질을 새삼 깨닫게 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
“이런 종류의 책은 끔찍할 정도로 감상적일 수 있지만, 이 책에 담긴 파리들의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파리들의 시선은 너무나 비범하고, 이야기 그 자체는 너무나 재미있다.”
“전쟁은 왜 나빠요?”
“전쟁은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일이야. 그래서 우리는 지구상에서 전쟁을 몰아내야 하는 거지.”
학교 혹은 가정에서 어른과 아이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보통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전쟁 영화(만화)를 함께 볼 것인가? 아니면 역사 속 전쟁 관련 기록을 쭉 찾아 읽어야 할까? 평화와 전쟁이라는 주제로 어린이들을 교육할 목적이라면, 이야기와 관련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꽤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내용 중 비참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도 않을뿐더러, 파리와 전쟁광 장군의 대결 장면은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근사한 달밤에 파리 삼총사가 머리를 맞대고 전쟁에 사용될 무기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감탄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기발할 수가!
<전쟁을 끝낸 파리>는 길고 지루한 설명 없이 전쟁 종식의 필요성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훌륭한 교재다. 이야기에 푹 빠져 재미있게 읽고나면, 아이들 스스로 파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깊이 공감하며 마음 깊숙이 새기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에 대하여
“독자는 집파리의 눈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낯설고 비범한 시선을 통해 여러분 주위를 바라본다면, 미처 보지 못했던 걸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집파리는 늘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어쩌면 인간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적나라하게 아는 존재가 바로 파리일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서 파리가 보여주는 남다른 지혜와 열린 시선, 거침없는 용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의 틀 안에서 보이는 것만 바라보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며 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또 하나, 파리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 혹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 소중하며 나름의 존재 가치를 갖고 있는데도, 우리는 사소한 이유로 이들을 은연중에 무시하고, 깔보고, 심지어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파리들은 인간들이 자기 자신 외에는 주변에 무관심하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공존과 평화의 삶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파리들이 기지를 모아 전쟁을 무사히 끝낸 후 인간들에게 자신들에 대해, 그리고 전쟁의 본질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쓴 이야기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희망과 믿음’이다. 파리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논의되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평화로운 공존’을 주장한다. 그 메시지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건, 우리 또한 같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와 여러분은 얼마든지 평화롭고 고요하게,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어요.
더 정의로운 세상에서요.”
차례
1. 이야기를 시작하며 - 7
2. 플라이, 콜겍스 그리고 해리 슈거 - 14
3. 네팔의 승려들 - 22
4. 도주 계획 - 28
5. 아삼배드에서 만난 새 친구 - 34
6. 케밥 식당에서의 첫 밤 - 45
7. 배드의 전쟁광을 찾아서 - 52
8. 평화를 사랑하는 승객 - 61
9. 착한 승려들이 사는 사원 - 69
10.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 76
11. 돌아온 파리 삼총사 - 85
12. 이건 저주야! - 95
13. 은신처에서 만난 장군 - 106
14. 렐과 장군의 대결 - 114
15. 플라이가 남긴 크나큰 교훈 - 122
16. 이야기를 끝내며 - 132
작가 인터뷰 – 140
작가 소개
글쓴이 브린디스 뵤르기빈스노티르
아이슬란드 작가이자 민속학자로, 열다섯에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에 <전쟁을 끝낸 파리>로 ‘아이슬란드 어린이책 상’(Icelandic Children's Book Prize)을 수상했습니다. 2014년에는 <Hafnfirðingabrandarinn(The Local Joke)>라는 청소년책으로 ‘아이슬란드 문학상’(Icelandic Literary Prize)과 ‘아이슬란드 여성문학상’(Icelandic Women's Literature Prize)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 예술아카데미’(Iceland Academy of the Arts)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린이 안병현
성균관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무슨’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동화와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고 웹툰을 연재하는 등 다양한 그림 작업을 해 왔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에 늘 관심을 기울이며, 유년과 성년을 잇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려 합니다. 그린 책으로는 《골목이 데려다줄 거예요》, 《이상한 엘리베이터》, 《구스범스 호러특급 2》 들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만나러 가는 길》, 웹툰 《내일도 오늘만큼》이 있습니다. 작가 웹사이트 http://moosn.com
옮긴이 김선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공부했습니다. 2002년 단편소설 <십자수>로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7년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IJB)에서 Fellowship으로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을 연구했습니다. 옮긴 책으로 《구스범스 호러특급 시리즈》, 《윔피키드 시리즈(개정판)》, 《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스튜어트 리틀》, 《공부의 배신》 등 150여 권이 있고, 쓴 책으로 《얼음공주 투란도트》, 《우리 음식에 담긴 12가지 역사 이야기》등 10여 권이 있습니다. 변역가 블로그 http://thinkwalden.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