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야영으로 할까 합니다. 수련회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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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여름달이다. 아주 더운 달이기도 하고, 여름방학을 하기 좋은 달이기도 하다. 40도에 가까운 열기에 매미들은 나무에 달라붙어 아우성을 내고, 햇살을 먹는 나무와 풀들은 더욱 더 푸르러간다. 그래서 혹자는 생명이 자라는 달이라고도 한다.
“니야아...”
물론 나처럼 더위에 늘어져있는 고양이에게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지만! 주인이라는 놈은 여자 친구와 수영장이라는 곳에 간다면서 나갔고, 나는 기숙사 사감에게 맡겨진 채로 드라마 재방송이나 보고 있다. 맥락도 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인간들은 뭐가 재밌다고 보는 걸까. 그보다 나는 왜 수영장이라는 곳에 못 가게 하는 걸까? 물 때문에? 내가 고양이라서 물을 싫어할 것 같아서? 나 그런 고양이 아냐! 나도 수영 좋아한다고!
“그르릉...”
“어머, 어디 불편하니? 등 긁어줘?”
혼자서 투덜대고 있으니 세수를 끝내고 안경을 낀 기숙사 사감이 돌아와서 의자에 앉은 다음 나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등을 긁어주기 시작했다. 사감은 이 학교 출신이라는데,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기숙사에 들어오는 것 때문에 주인을 싫어했지만, 나중에 어찌어찌 해서 날 받아주게 되었다. 사감도 주인이 바쁠 때 날 돌보는 걸 좋아하게 되서 이렇게 지금처럼 사감실에서 늘어져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나는 찜통에서 사감이랑 재방송 드라마나 보고 있는데, 주인은 여자 친구랑 같이 수영장에 갔다. 여기는 선풍기로 버티는데, 주인은 물놀이를 한다. 불공평하다! 나도 물장구 치고 싶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난 친구들하고 모임 때문에 가보마. 잘 기다리고 있거라.”
사감은 그렇게 말하고 옷걸이에서 옷을 빼내서 입기 시작했다. 사감도 주인처럼 어디에 놀러가나 보다. 음? 그럼 사감이 나가면 이제 나도 나갈 수 있다는 건가? 사감이 텔레비전을 끄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얌전히 있어야 한다” 라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싸! 이제 수영장으로 간다! 기다려라 주인!
여름, 덥다, 하지만 시원하다! 시원한 곳에서 잔뜩 놀 수 있다! 예를 들면...
“수영장!”
이런 곳이라던가 말이다. 류안은 화영의 “같이 수영장에 놀러가지 않을래?” 라는 말에 잠시 안절부절 하다가 선도부장의 어퍼컷으로 진정을 한 다음 수영장에 오게 되었다. 일단 친구 홍규의 도움으로 (같이 수영장에 데려가는 조건으로)수영복을 구하고 오기는 했는데, 사람들 속에서 아직 화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흠, 아직 안 나왔나? 선도부장도 온댔으니 헤매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야. 그나저나 걔들 수영복은 어떨라나?”
홍규와 같이 여자 둘을 찾으러 다니는 도중, 류안은 홍규의 말에 화영의 비키니 수영복을 상상하다가 ‘이게 무슨 짓이야’하고 중얼거렸다.
“흠, 비키니가 좋을 것 같은 데? 아니 그것보다 빨리 걔들 찾을 생각부터 해야...”
류안이 사심이 담긴 말을 하려다 정신을 차리고 홍규에게 말하는 도중, 오른쪽 여자 탈의실에서 나오는 선도부장과 그 뒤에 선도부장에 찰싹 붙어서 따라오는 화영이가 보였다. 하늘색 비키니를 입고 걸어오는 선도부장과는 달리, 화영은 얼굴을 붉힌 채 선도부장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선도부장이 류안 앞에 서고, 화영을 등에서 떼어내 류안 앞에 세우자, 류안과 홍규는 몸이 멈추며 할 말을 잃었다.
모노키니는 비키니와 원피스 수영복의 중간 단계에 있는 수영복인데, 비키니가 상의와 하의로 분리된 두 벌로 이루어진다면, 모노키니는 원피스처럼 한 벌로 이루어지지만 허리 부분 등을 절개해 비키니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수영복이다. 그리고 그 모노키니를 지금 화영이 입고서 홍규와 류안 앞에 서있었다. 하얀 색 모노키니였다.
“이.. 이거!”
“화화화화화화영아 그 옷 어디서 났어!”
홍규는 듣기만 했던 수영복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다는 걸 믿기 어렵다는 듯이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류안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세상에 수영복으로 모노키니를 입고 수영장에 오는 사람이 있을까. 비키니라면 모를까봐.
“그렇게 장승처럼 서있을 셈이야? 이리 따라 와!”
선도부장은 놀라서 굳은 상태의 둘을 붙잡아 끌고 갔다. 화영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셋을 따라갔다.
카페 구석의 자리에 앉은 넷이 있었다. 류안은 화영의 수영복을 보다가 앗 하고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고, 화영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푹 숙인 채 홍당무가 된 얼굴을 감췄다. 홍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레모네이드를 빨대로 마시고 있었고, 선도부장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류안과 화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이, 류화영!”
“히에!”
선도부장이 탁자를 탕 하고 한 번 치자, 화영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홍규와 류안도 덩달아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류안과 화영의 눈이 마주치자, 다시 서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선도부장은 다시 탁자를 한 번 더 내려쳤다.
“화영이 넌 그 수영복을 어디서 산거야!”
“그, 그게... 점원 언니한테 남자친구하고 놀러가는 데 괜찮은 수영복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는데 자신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옷을...”
“그런 거냐...”
류안은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며 중얼거리다가 화영이의 수영복을 봤다. 살색과 하얀색의 중간쯤 되는 피부가 보였고, 물에 젖은 하얀색 수영복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시선이 위로 오르려 하자 화영은 재빨리 손으로 몸을 가렸다. 그러고는 한쪽 볼을 부풀리고 류안을 노려보며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
“그러니까 누가 그걸 입으라고 그랬어?”
류안이 화영에게 그렇게 말하자, 선도부장은 ‘임마!’라고 외치면서 류안의 머리를 수영보드로 내려쳤다.
“나도 그랬지, 그래서 환불하고 다른 수영복으로 고르라고 까지 했고. 하지만 너한테 보여주고 싶다잖아!”
그 말에 류안은 어리둥절했고, 그런 사이에 화영은 자리를 류안의 옆으로 옮겨 한쪽 팔을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머뭇거리다가 살짝 미소를 짓고 류안을 지긋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때?”
류안은 멍하니 있어서 화영의 말을 듣고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홍규가 머리를 툭 쳐서 정신을 차리고 화영의 말을 알아들었다.
“어울려, 잘...”
그렇게 말하고 류안이 화영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자, 화영은 ‘와-!’라고 말하면서 류안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화영의 가슴이 류안의 몸에 밀착되었다. 류안은 느껴지는 감촉에 화영이에게 말을 하고 떼어놓으려 했지만,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는 화영을 방해할 수 없어서 그만 두기로 했다. 선도부장은 그런 모습을 못마땅해 하면서 주스를 홀짝거렸고, 홍규는 ‘축복 받아라 빌어먹을 녀석아’ 라면서 류안의 등을 두들겼다.
“맞다, 류안아”
“음? 화영아, 왜 그래?”
화영은 류안을 부르고는, 자신의 가슴을 봤다. 그리고 기합을 넣은 듯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류안을 보고 말했다.
“전번에, 선도부장 가슴이 나보다 더 크다고 했지? 그러니까... 나, 노력할 테니까! 선도부장보다 더~커질 테니까! 기대하라고! 에, 엣헴!”
그렇게 큰 목소리로 외친 화영은 ‘아, 어쩜 좋아’ 라면서 홍당무가 되어 울먹거리다가 류안의 품에 파고들었다. 주변에서는 “오오 고백인가”, “쟤들은 혹시...”, “무슨 짓거리야” 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홍규와 선도부장은 둘의 행동이 부끄러워서 수영보드로 얼굴을 가렸다.
수영장에서 나와 돌아가는 도중에도 류안과 화영은 달라붙어있는 채로 걸어갔다. 그러는 도중, 류안은 자신을 노려보는 무언가를 직감하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 이런...”
“왜 그래?”
“잊을 만 하면 생각나는 게 있거든”
나무 위에서 들썩거리는 뭔가가 보였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캬악!”
그리고 날아드는 고양이의 분노의 발톱에 멋진 비명소리가 나왔다. 화영이 놀라서 비명지른 건 덤이고.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