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집 떠나는 석가족들
1 그 이튿날은 이모의 아우 난타가 태자가 되고 또 결혼하는, 두 가지 식이 있는 행복한 날이었다. 부처님은 난타의 집에 가서, 마중 나온 난타에게 축복의 인사말과 함께, 바리를 주고 돌아왔다. 난타는 할 수 없어 바리를 들고 부처님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마침 그때, 손다리 색시는 머리를 빗질하고 있다가 이것을 보고 놀라, 머리를 손에 잡은 채
"그대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물었다. 바리를 받으라는 난타의 말은 들은 체도 않고, 부처님은 난타를 이끌고 니구류수 동산으로 갔다. 거기서 난타가 언짢아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난타를 스님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부처님이 돌아오신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2 이레 만에 부처님은 걸식하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가셨다. 야수다라는 그 아들 라후라를 잘 꾸며 부처님께 가까이 오면서 말했다.
"아가, 잘 보아라. 저 많은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황금살빛으로, 범천처럼 빛나는 사문이 너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많은 보물을 가지고 계셨지마는, 집을 떠난 뒤로는 전연 볼 수가 없구나. 너는 저 아버지에게 가서 그 물림 재산을 받아야 한다. '아버지,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나는 장차 왕이 되려 합니다. 부디 그 보물들을 주십시오'라고, 가서 말해야 한다."
라후라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부처님 곁에 가자, 저절로 부자간의 애정이 느껴져 "사문이여, 당신의 그림자는 즐겁습니다" 라고 말했다. 부처님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자, 그대로 그 뒤를 따르면서
"그 물림 재산을, 그 물림 재산을ㆍㆍㆍ"하고, 따라붙었다. 부처님은 라후라를 돌려보내지도 않고, 천전히 함께 걸어 니구류수 숲으로 들어갔다. '이 아이는 내게 재산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됨이 없고 괴로움을 가져오는 것이다. 나는 차라리 보리 도량의 거룩한 보물을 주어, 저로 하여금, 세상을 초월한 물림 재산의 상속자가 되게 하리라.' 생각하시고, 곧 사리불을 불러 명령했다.
"이 라후라를 스님을 만들라."
"부처님이시여, 어떻게 만들면좋겠습니까?"
부처님은 이 일로 말미암아 여러 비구들을 부르셨다.
"비구들이여, 삼귀의로써 사미가 스님 되는 것을 허락하라. 먼저 머리를 깎이고 누른 옷을 입혀라. 한쪽 어깨에 윗옷을 걸치고, 비구들의 발에 절하고, 한쪽 무릎을 땅에 붙여 앉게 하라. 그리고 합장해서 이렇게 말하게 하라.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승가에 귀의합니다.' 이 삼귀의를 세 번 되풀이하게 하라."
3 사리불은 부처님의 명령에 따라, 라후라를 스님으로 만들었다. 이 소문을 듣고 정반왕은 매우 슬퍼하여, 곧 부처님에게 가서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대왕이여, 여래는 은혜를 베푼다는 것 따위는 벌써 초월하였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내가 원하는 은혜라는 것은, 죄악의 더러움이 없는 적당한 것입니다. 부처님이 집을 떠났다는 것은, 내게 적지 않은 고뇌를 주었습니다. 난타가 집을 떠난 것도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라후라가 집을 떠났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생각은 내 살을 베고, 가죽을 찢고, 살갗을 벗기고, 뼈를 부수고, 속심을 찌르면서 나를 괴롭게 합니다. 부처님이시여, 부디 지금부터는 부모의 허락 없이 자식을 집 떠나게 하는 것은 금해 주소서."
부처님은 이것을 허락하시고, 그 뒤로부터는 부모의 허락 없이 자식의 집 떠남을 금하셨다.
그때, 아직 얼마 안 되는 사미 가운데는, 얼마만한 계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해서, 의혹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다. 부처님은 이것을 아시고, 사미의 십계를 정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사미들에게 십계를 명령한다. (1)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 (2) 주지 않는 것은 앗지 말라 (3) 여자를 범하지 말라 (4) 거짓을 말하지 말라 (5) 술을 마시지 말라 (6) 때가 아니거든 먹지 말라 (7) 노래나 춤 따위를 가까이 말라 (8) 꽃을 꽂거나, 향수를 바르는 따위의 화장을 말라 (9) 잘 꾸민 침대에 눕지 말라 (10) 금이나 은을 받지 말라. 이것이 사미의 십계다. 사미는 이 십계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4 부처님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미리 뜻했던 가족과 성 사람들의 교화를 마치시고, 다시 왕사성으로 들어가시려고 말라족의 마누비야까지 나아가셨다. 여기서는 젊고 유명한 석가족의 많은 사람들이 스님이 되었다.
일찍이 석가족에 마하야마와 아나율이라는 형제가 있었다. 아나율이 몸이 약해서, 항상 방 안에 박혀 있었다. 그래서 그 형 마하야마는 생각했다. '이제 이름 있는 석가족 사람들은 다 부처님을 따라 집을 떠났다. 우리 형제 중에서도 누가 스님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이것을 아나율과 의논했다. 아나율은 몸이 약한 것을 핑계로 집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생활도 편한 것은 아니다. 밭 갈기에서 곡식을 거둘 때까지, 먼 조상 때부터 계속해 오는 노동, 이것은 해마다 되풀이되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다."
형의 이 말을 듣고, 아나율은 스스로 집 떠나기를 결심해, 그 어머니에게 허락을 빌었다. 어머니는 몇 번이나 이것을 거절하다가, 마지막에는 그 뜻을 버리게 하기 위해
"만일 발제 왕이 스님이 된다면, 네 소원도 들어 주리라."
고 했다. 아나율은 곧 발제에게 가서, '나의 집 떠나는 장애가 되지 말라'고 간절히 권해, 드디어 왕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 밖에도 아난ㆍ발구ㆍ겁빈나ㆍ제바 들을 꾀고, 또 이발사 우바리를 데리고 성을 나와, 이웃나라에 들어가 몸의 장식품들을 떼어, 모조리 우바리에 주어,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우바리는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석가족은 사나운 종족이다. 만일 내가 이 보물들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그들은 반드시, 내가 저 공자를 죽이고 빼앗은 것이라 생각해서,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이미 저런 분들도 스님이 되었는데, 내가 스님이 되어 무엇이 나쁘랴'고. 그래서 그는 그 물품들을 '발견한 사람의 선물'로서 보자기에 싼 채로 나무에 걸어 두고, 공자들의 뒤를 따랐다.
생각지도 않은 우바리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몹시 기뻐했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스님 되기를 원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 석가족은 교만합니다. 이 우바리는 이발사로서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봉사해 왔습니다. 우리가, 우리들이 교만한 마음을 부수고 이 우바리를 존경할 수 있도록, 저 우바리를 제일 먼저 스님이 되게 해 주소서."
여기서 부처님은 우바리를 제일 먼저로 하고, 다음으로 여러 공자들을 스님이 되게 하셨다.
5 장마철의 안거를 마치자, 발제는 지견이 열리고, 아나룻다는 하늘눈을 얻고, 아난은 예류과에 들고, 제바는 신통을 얻었다. 발제는 혼자 숲 속에 들어가,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서, 성자의 즐거움을 맛보고, 자기도 모르게 '아, 즐겁다! 아, 즐겁다!'고 외치게 되었다. 비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세속의 즐거움을 되씹는 것이라 생각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발제는 부처님께 불려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내가 이전에 왕으로 있을 때에는, 방의 안팎, 성의 안팎, 나라의 안팎 - - 이렇게 곳곳마다 지기를 두었지마는, 그런데도 내 마음은 항상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숲 속의 나무 밑에서 혼자 있으면서도, 사슴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고 '아, 즐겁다! 아, 즐겁다!'고, 나도 모르게 외친 것입니다,"
마음이 불평과 분노를 떠나
있고 없음을 모두 뛰어넘으면,
언제나 그 즐거움은 한이 없나니 하늘도 그 상대를 알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노래하시고, 이들을 이끌고 왕사성으로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