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15]유시민의 격려와 위로 “희망은 힘이 세다”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287쪽, 생각의 길 2024년 6월 19일 펴냄)이라는 유시민(정치평론가? 지식소매상?)이 펴낸 책을 읽었다. 거개 다 아는 내용인지라 망설일 틈도 없이 줄줄줄 잘도 읽힌다. 한 달도 안됐으니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책을 부리나케 통독하고, 유시민이라는 인간에 대해 새삼 놀랐다. 여기에서 ‘그’는 누구인가? 말할 것도 없이 ‘윤석열’이다. 현 대통령을 소재로 이런 책을, 이런 글을 금세 뚝닥뚝딱 쓰고 펴내는 그의 현란한(?) 내공이 부러움을 넘어 찬탄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의 결론(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생각같아선, 나의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읽는다고 약속만 하면 몇 권이든 구입해 선물하고 싶다.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개인적인 생각’이라기에 사지 않으려 했으나, 이토록 일목요연하게 정리정돈(서머리)을 깔끔하게 해놓을지는 몰랐다. 재밌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읽을수록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가 서글펐고 한심하고 씁쓸했다.
입이 더러워질 것같으니, 구구절절 국가통수권자로서의 그의 정치행태, 국정운영에 대해선 말하지 말자. 더구나 ‘인형 아가씨’라는 배우자의 후안무치한 정치개입 등은 말해 무엇할 것인가. ‘도자기 박물관’에 코끼리를 들어가게 한 것은 애시당초(2022.3.9.) 우리의 잘못이었음을 알고 있다. 선진국에 갓 진입한 나라를 졸지에 후진국으로 퇴행시킨 책임을 ‘괴물 코끼리’에게만 묻기에는 우리의 책임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논하자면 열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터.
저자는 말한다. “그(윤석열)의 운명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것같지 않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괜찮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윤석열의 시간도 지나간다 그가 어떻게 되든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역사는 나쁜 때가 지나면 좋은 때가 온다고 말한다. 그 격려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희망은 힘이 세다”고. 그렇다. 나도 안다. 나쁜 시절이 지나면 호시절도 올 것이나, 우리 당대에 또는 우리 아들이나 손자세대에 그 ‘기쁨’을 맛보지 못할 것같은 불안감이 짙어지기 때문에 ‘화딱지’가 날대로 나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힘이 세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의 격려가 위안이 된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윤석열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후딱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에서부터 이런 병의 단초(실마리)가 시작되었고, 깊어지는 이 병이 대이라도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초인 나도 알고 있다. 오직 믿을 것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서울 인사동 나들이길 ‘아르떼 숲’ 갤러리에서 기획전시중인 '사진가 이호 초대전'을 볼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 사진가 이호는 ‘혼불’을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다. 그의 앵글에 담긴 민중은 인파가 아니라 무섭게 타오르는 혼불이라는 것을 말없이 사진으로 증명하고 있다. 2022년 10월 22일 <촛불행동>이라는 시민조직이 전국화 시동을 건 날부터 광장에서 지금까지 찍은 수만 장의 사진을 313쪽의 사진첩(『촛불 그리고 사람들』 내일을여는 책, 2023년 11월 1쇄 발행, 33000원)으로 만들었다. 역시 글이든 사진이나 그림이든 그 자체가 역사인 것을. 사진첩의 부제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있어/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이유>도 의미심장하다. 이제껏 광장에서 촛불을 든 낱낱의 씨, 그 ‘낱것’들이 모여 혼불이라는 ‘온것’이 된 것이다. '혼불'을 아시는가? 그렇다면 제2의 촛불혁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역시 대한민국은 위대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촛불행동을 이끄는 김민웅 목사와 박재동 화백도 뵐 수 있어 좋았지만, 가수 백자는 급한 일로 자리를 떠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망설임없이 사진첩을 사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일이지만,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윤석열)는 유시민이 선의로 하는 최고의 충고를, 그야말로 ‘똥멍쳉이’이므로 ‘개무시’할 것은 틀림없을 터이나, 그(유시민)의 충고를 되뇌어 보자.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막다른 골목(탄핵)에 이르기 전에 ‘자진사퇴’를 한다면, 지은 죄야 하늘을 찌르지만, 워터게이트사건의 닉슨처럼 ‘죄’를 더 이상 묻지 않고 사면해주자는 것이다. 물론 사면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을 ‘놀리 프로시콰이(nolle prosequi)'라고 한단다. 불후의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한 “춘향이의 한이 이도령을 만나서 푸는 것”처럼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해주듯, 우리 정치사에 더이상 악순환이 계속되어서 될 일인가? 그거야 유시민씨의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고, 나는 그렇지 않지만, 한번쯤 고려해봐야 할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윤석열)은 결국, 끝끝내 오기와 몽니를 부리며 갈 데까지 갈 것이 틀림없다. 비극이다. 3년은 길어도 너무 길다. 오직 '국민의 힘'(오해 마시라. 양아치 정치업자들의 정당인 '국힘당'을 말하는 게 아니다)을 믿을 수밖에. 희망은 아주 힘이 세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