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새벽 이부자리를 걷고 시계를 봅니다.
새벽 5시..
목포 북항에 가서 작업하고 광주로 돌아와 출근하면 딱 맞는 시간입니다.
주섬주섬 필요한 공구들을 챙겨서 광목간 고속도로로 접어 듭니다.
이른 시간이라 고속도로는 마냥 한산합니다.
빈 도로를 비치고 있는 불빛은 살아가는 의지처럼 고독하며 굳셉니다.
드문 자동차가 일으키는 바람만 공허하게 빈 도로 위를 맴돕니다.
6시 30분이 넘어 북항에 도착했습니다.
제 배는 물빠진 슬로프에 비스듬히 누워 있습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영어로 씌인 선명을 굳이 국산말로 적어 넣어야 한답니다.
국가가 하는 짓이 마음에 안드는 것이 한 둘이 아닙니다.
야간 작업을 하려면 홍등을 달아야 한다고 해서
등에 빨간 셀로판지를 붙여서 기존 백등 위에 얹어 달았습니다.
일단작업시작하려고 시계를 보니 6시 40분!!
20분 내에 선명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어선 옆에 가로등이 켜져 있어 작업은 할 수 있지만
그리 밝지 않아 온 신경을 눈으로 모아야 합니다.
급하게 도색할 페인트를 찾다 보니
마땅한 것이 없어서
선저에 바르고 남았던 방오페인트가 있어
방오페인트를 그림붓에 찍어 서둘러 칠합니다.
위의 영자 선명도 붓으로 쓱쓱 그려 넣었던 것입니다.
선명 이쁘다고 뱃값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알아만 보면 되는 것 아니겠슴꽈?
적어 놓고 시간을 보니 7시 10분!!
이제부터 씐나게 날아가면 광주에 8시 전에 도착해서
급하게라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출근할 수 있겠습니다.
글씨요?
저렇게 형편없어 보일 때는 멋들어지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른 바 '고졸미!!'
말로는 어떤 악마도 천사처럼 표현이 가능합니다.
한 푼도 안받아 먹었다고 우기던 어떤 늙은 년은
수십억 받아 챙긴 증거가 나오니까 세뇌된 좀비들이 하는 말이
'그것을 받아서 좋은 일에 썼는데도 니들이 몰라서 그래!!!'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니....
앗!!! 또 버릇처럼 정치이야기를......죄송~
긍게 이럴 때는 글씨를 못썼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고졸미가 있다~~ 라고 뻐꾸기 날리는 겁니다.
어느 사이 동녘이 밝아 오고
제 배는 밀려오는 바다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광주로 향하는 고속도로..
선박 검사를 위해 밤길을 날아와 전격 작업하고
다시 동트는 신작로를 폼나게 질주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신납니다.
아싸!!
낡은 포터는 배기구로 콧김을 내 뿜으며
110키로미터의 과속(?)의 빠르기로 내달립니다.
아....불가능은 열정의 불길에 사위고
세상은 돈짝만하여 한 걸음에 바다에 닿고 험산의 정상에 닿을 듯 합니다.
덤벼라!!! 세상아~~~라고 소리치고 싶던 바로 그 순간!!
북항에서 거의 20킬로미터, 대략 무안까지 시속110킬로미터로 달리던 제 차가 갑자기
무거운 것을 던져 문득 가벼워 진 것같은 느낌이 들더니
5~6킬로 정도를 더 달리니만....차 바퀴 어디에선가 '가라라라라라 가라라라라' 소음이 들립니다.
함평휴게소 가까이에서는 차에서 쇳덩어리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납니다.
휴게소로 진입해서 차에서 내리는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트럭 대우 쪽에서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대우가 작살난 겁니다.
대우 오일이 없었나 봅니다.
고속도로에서 구난신청하는 것보다 일반도로가 나을 듯 해서
자갈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동함평 나들목을 나왔습니다.
차를 나들목 출구 쪽에 세우고 보험서비스를 불렀습니다.
어차피 제가 수리할 생각으로 차량 이동목적지까지를 네비게이션을 통해 확인해 보니
거리가 19키로미터입니다.
견인서비스는 30키로까지 가능합니다.
오케바리!!
이내 도착한 견인서비스 기사에게 광주 인근의 공터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구했더니
함평에서 고치고 가시랍니다.
짐실린 트럭은 고속도로로 견인할 수가 없답니다.
일반도로라도 해당 목적지에 갔어야 했습니다.
견인기사야 인근에 퍼다 나르고 남은 시간 자기 볼 일 보는 것이 당연 좋겠지요.
귀얇은 이 인생... 견인기사가 바라는 대로 견인기사지인이 운영하는 수리센터로 차를 이동해서
수리를 기다리는데....
미치고 폴~~짝 뛰고 싶었습니다.
위의 대우 기어만 교체하면 끝나는 아주...매우 간단한 일인데.....
부품가져오는 시간만 무려 4시간 걸렸습니다.
짜증내봐야.....제 손해고....
제 홈그라운드로 차를 끌고 가서 죽이 되든 밥을 짓든 했어야 했습니다.
화요일은 밤눈 어두운 고양이 팔자였나 봅니다.
결국 4시간 만에 부품을 가져와서
달랑 5분 만에 작업이 끝났습니다.
'을마에요?'
'23만원요~~'
'무슨? 20만원에 합시다'
4시간 동안 무료하게 시간 죽이느라 짜증지수 올라갔는데
이렇게라도 수리센터 사장에게 어깃장을 놓습니다.
'대우 기어 부품값만 23만원하거든요~'
'에잉...이 양반아 폐차장 부품판매하는 곳에서 10만원이면 떡을 치네~'
결국 줄 돈 다~~ 주고 왔습니다.
카센터에서 다섯시간이나 허비하고 나서는데
하는 일도 없이 몸만 지칩니다.
화요일..
혼자 약은 척은 다~ 하고서는
밤눈 어두워 헛발질로 구르고 말았습니다.
에고....간판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고 10만원이면 끝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