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지금 훈련소 1주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편지를 쓰고 있군. 음..이게 과연 언제 보내질지 몰라서 대표로 박사장에게만 보내네. 실은 이 편지도 언제 보내질지 모르겠군. 워낙 게을러서 시리...
다들 몸은 건강한지,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잘 지내는지 모르겠군. 실은 뭐 건강할지 어쩔지는 잘 궁금하지도 않고, 그냥 잘 지내고 있겠지하고 생각하고 있네, 나는 오랜만에 무리한 활동을 해서인지 감기에 걸려서 편도선이 많이 부었네..썩을...
여기 있으니 정말 앞날이 깜깜하기 짝이 업네. 이제 열흘정도 지났는데, 한 10년...이건 좀 오바고 1년정도 지난거 같네, 내 살다살다 이토록 시간이 않가기는 처음이네, 정말 통제가 거의 없는 생활에서 모든 행동에 제약이 있는 곳에 있으려니, 진짜 적같네, 군대오기전에 남들 다가는 거니까 나도가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객기처럼 느껴지네.
훈련소에서 있으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은, 형길이처럼 없는 허리디스크를 만들어서 공익으로 빠질걸 하는 생각과 하다못해 손가락이라도 하나 잘라서 군대를 안오는게 훨씬 좋았겠구나 하고 생각하네, 그정도로 박사장이나 탱크로리군이 부럽네.
모든 생화이 전과 틀리니 적응하기 정말 힘들군, 10년전에 순천살 때 그러니까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이 여기서 조고하는 놈들이 있네, 연락안한지 오래되서 차마 아는체는 못하겠네, 굴릴까봐, 정진우군과 임은섭군은 이제 1달 2달 간격으로 군대에 올것인데, 물론 자대배치는 편한곳으로 갈테니 심히 부럽군, 그런데, 훈련소는 정말 적같네, 아마 욕이 자연스레 나오고, 하루에도 인내심의 리미트가 수십번 상향조정 될꺼네, 나도 인내심이 뚝뚝 끊기는 소리가 매일 들리네. 얼굴 근육이 인상쓸때와 소리지를 때 빼면 거의 안쓰니까 얼굴이 굳어져가네, 거기다가 훈련 때문에 햇볕에 타서 까매져가네, 나도 이렇게 늙어가는 모양이네, 묘왕자는 군대안올수 있으면 안가는게 최고고 올 수밖에 없으면 공익으로 빠지시고 그것도 안되면 빨리 오시게. 조금이라도 젊을 때 군대 오는게 그나마 고생덜하는거네, 지금 내가 속해있는 내무반에서도 내가 제일 나이가 많네, 군대오면 좋은것도 있네, 우유와 닭고기는 많이 주네, 고양이도 가끔 볼수 있네, 산고양이.
왠지 지금 자네들은 사회에서 모든 향락과 쾌락을 다 누리고 있을텐데 나는 여기서 고생을 하고 있는거 같아서 안타깝고도 애달픈 마음이 다리 표현할 길이 없네, 언제는 꿈을 꾸는데, 박사장이 별미에 가자고해서 같이 38번 버스타고 가는 꿈도 꿨네,
술을 이토록 오랜기간동안 안마셔본적이 있었을까..이제 4월달인데, 날씨가 더운데다가 훈련까지 받아서, 시원한 물을, 음료수를, 쿨피스를, 환타를, 파워에이드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원한 생맥주 500cc 한잔이 너무나도 그립네, 이곳 훈련소는 그나마 나은편이라 주말에는 PX 사용도 허락해주는데, 평소에는 잘 안먹던 과자를 다 먹게 되더군,
사회에서는 없던 운도 여기서는 풀리는지 같은 내무반애들이 잘해서 얼차래를 좀 덜받는 편이네, 그게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거지 절대적으로 볼땐 그래도 많이 받는 편이네, 가끔 가다가 조교 대가리를 개머리판으로 찍어 조져버리고 싶을때도 있네..거의 매일 그러네, 참 여기 인간들은 생긴데로 노네, 정말이지 싸가지 없게 생긴 놈들은 싸가지없게 놀고 성실하게 생긴 인간은 성실하게 노네, 나는 여기서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군, 또 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네, 나는 변하고 싶지 않네, 굳어진 얼굴도 남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네. 요즘은 혼자서 거울보고 웃는 연습도 하네, 얼굴 근육을 사용하려고 계속 애쓰네.
여기선 웃어도 혼나네, 유행가 불러도 혼나네, 모포 각 안잡히면 혼나네, 정리순서가 틀려도 혼나네, 목소리가 작아도 혼나네, 어쨌든 혼나네, 그래도 31사단은 편한 편이라던데 가끔은 맛스타도 주네, 맛없네, 콩나물도 많이 주네, 똥에 콩나물대가리가 절반이네 신라면도 주네. 300인분 끓여서 손가락만한 면발을 국물 하나도 없이 주네, 죽음이네, 우유와 닭고기는 많이 나오네, 아직도 사회에선 조류독감이 유행인가 보더군, 전혀 매스컴을 못 접하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군. 탄핵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음악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영화가 지금 사영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군,
마치...흡사 개가된 느낌이네, 밥 먹으라면 먹고 일하라면 하고 훈련 받게 하고 훈련 잘 못하면 벌주고, 이건 개네, 개...왈왈왈.
요즘 받은 훈련은 사격훈련인데, 매일 흙먼지 위를 구르면서 M16A1소총을 들고 사격조준을 하네, 내일은 실제사격이네, 이편지 도대체 며칠째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네, 이 밑줄엔 또 실제사격을 했다고 쓸 줄도 모르겠군, 잠이 오네, 이대로 누워서 잠을 자고 싶지만, 누워있는게 조교들한테 거리면 죽음이네, 지금 이시간이면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잇을 시간인데, 땀냄새나는 놈들과 20평도 안되는 방에 있으려니 꿈같군, 악몽, 후후후, 지금 이시간, 자네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일들을 하고 있겠군,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 아니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혹은 술을 마시고 있거나, 여자와 놀고 있거나, 에로 마사지를 받거나,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 혹은 늦게나마 밥을 먹거나, 그 밖에 등등 자기 할 일을 하면서 한 사람의 몫을 하겠지, 지금 그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시고, 조금은 더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시게, 나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그 시간들이 너무 무의미하고 열심히 살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했네, 그런다고 지금 이순간 완전연소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니지. 이런 곳에서 완전연소해봤자 무슨 소용있겠나? 그냥 여기서는 항상 중간에만 끼면 돼네, 잘해도 않되고 못해도 않되며, 줄은 서더라도 맨 앞 혹은 맨 뒤에 서면 안돼네, 항상 중간, 항상 중간에 있어야 돼네, 아픙로 군대올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충고네.
이만 글을 줄여야겠군.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항상 자신의 삶에 충실하시게 .바깥에서의 시간이 이토록 그리워질줄은 몰랐네, 항상 건강하시게 건강한게 최고네, 그럼 7월달쯤에나 한번 보지. 이마...
2004년 4월 14일
군바리 강선호씀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동 사서함 85-14호
신병교육대대 3중대 3소대 7내무반 159번 훈련병
강선호
첫댓글 5월 7일 퇴소라고 하더라...그전에 답장 쓸 인간들은 쓰고 보낼때 빈 편지지도 같이 보내 달라고 하더라
옮겨 쓰느라고 고생하셨겠군.......그나저나 내가 입대할 떄 퇴소라니??
허.....-_-;;난해한삶을..
.............커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