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뭐, 뭐라고? 사이……뭐?"
"사이코메트리."
"그게 뭔데? 다이아몬드랑 관련이 있는 거야?"
칠호는 주위의 아이들을 물리치고 치수가 은밀하게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해서 치수와
앉아있는 참이었다. 그리고 치수의 갑작스런 질문을 받았다. '사이코메트리'라는 걸
아느냐고?
"현재로써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
"유일한 방법?" 칠호는 귀가 번쩍 트였다. 치수 녀석이 뭔가 묘수라도 생각을 해 난 걸까?
"1943년 네덜란드에서 피터 호커스라는 사람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말야. 그 사고 이후로 이상한 능력이 생겼지 어떤 능력이냐면 물건에 손을 대보고 그
물건을 지녔던 사람의 기억을 읽는 거야. 신기하지 않아?"
칠호는 치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래서?"
"그런 능력을 사이코메트리라고 해."
"실제로 그런 게 있다고?"
"그 사람이 말야. 실제로 당시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맞추고, 범인이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를 은닉했던 장소까지 밝혀냈어. 그리고
1964년에는 게이드 크로이게라는 사람이 같은 능력으로 미제사건을 해결한 사례도
있지. 실제로 세계 각국에 그런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미제 사건 해결에 이용되기도 해. 물론 우리나라에도 있고 말야."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요원으로 있을 때 실제로 그런 능력을 지닌 아이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
칠호는 치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초능력으로 물건을 찾자고? 차라리 용한 무당에게
가서 물어보는 게 낫지. 하지만 칠호는 치수의 마지막 말에 약간은 구미가 당겼다. 요원 시절에? 그렇다면 실제로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거야?" 칠호는 확인하듯이 물었다.
"글세. 그런 나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어. 그렇지만 아무 실마리도 보이지 않던 미제
사건이 어느 날 갑자기 해결이 되더라구. 물론 아무도 초능력을 이용해서 수사를 했다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런 종류의 초능력자들이 사건 수사에 연관되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까."
"그런 게 있다면야 당장에 찾아서 장소를 알아내면 좋지."
사실 한시가 급한 문제였다. 이미 칠성파 쪽에서도 조직원들을 푼 모양이었다. 장호가 숨긴 다이아몬드를 칠성파 녀석들이 먼저 찾는다면 큰 문제였다. 물건은 물건대로
꿀꺽하고 시비는 시비대로 걸 것이 분명했다. 물론 조직의 세를 겨루는 것은 칠호로서도 이제는 겁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있지만, 재정적인 부담과 무력을 통한 압력이 동시에 조직을 짓누른다면 조직의 존폐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칠호 역시
치수 몰래 아이들을 풀어서 장호의 행적을 조사하는 참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찾아다닌 바로는 장호의 행적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런 초능력자가 어디 있다는 말이야?"
"있다 한들 찾을 수는 없을 거야. 거의 다 국가에서 관리하니까. 어린 시절 뭔가 이상한 능력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국가에서 아이를 비밀 기관으로 데리고 가지. 그리고
검증을 통해 아이가 실제로 뭔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지면 그때부터는 국가에서 관리를 하는 거야. 평생 갇혀서 살게되지."
"젠장. 그럼 뭐야? 있기는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차라리 말을 꺼내지를 말던가."
"그런데 말야." 치수가 말머리를 꺼내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내가 한 명을 본 것 같아."
"어디? 누군데?"
"전에 사고 현장에서 내가 현수에게 붙어서 감시하라고 했던 아이들 기억나지?"
"응."
"그 애 중에 여자 애 한 명이 분명 내가 본 애야."
"그래? 그런데 그 애가 초능력자라면 네 말처럼 기관에 갇혀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래. 아마도 초능력을 잃어버렸거나 뭔가 이유가 있어서 풀려났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내가 닮은 사람을 본 것일 수도 있고."
"그럼 당장 데려와서 족쳐보면 알겠지."
"아니, 그건 안돼."
치수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그런 방법으로는 안돼. 넌 이 문제에 끼어 들지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알았어?"
칠호는 치수의 말에 은근슬쩍 기분이 나빠졌다. 끼어 들지 말라니? 젠장 누가 오야붕이고 누가 꼬붕인거야?
"날더러 끼어들지 말라고?"
칠호는 배배꼬인 말투로 치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치수는 칠호의 표정을 보고는 말없이 안주머니에서 코카인을 꺼냈다. 그리고는 코카인을 집어 코로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환각에 따른 약간의 신음이 이어졌다.
"흐음."
칠호는 치수의 그런 태도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도 다 녀석 때문인데, 이 녀석은 결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조직의 두목인 자신에게 끼어 들지 말라느니 명령조로 말을 하기까지.
치수는 마약 때문에 완전히 눈동자가 풀려서 칠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칠호의 어깨를 잡았다. 환각에 들어가면 곁에 있는 누군가의 어깨를 짚는 것이 치수의
버릇이었다. 치수는 칠호를 쳐다보면서 알지 못할 웃음을 흘렸다.
"내 말이 그렇게 기분이 나빴나? 그렇다면 사과하지."
칠호는 약간 기분이 누그러졌다. 이렇게 사과까지 하고 나서는 데야.
"굳이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일이 워낙이 급하니까. 지금 애들을 풀어서 장호 녀석
행적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찾을 수가 없더라구. 칠성파 녀석들도 벌써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젠장. 이번 건이 잘못되면 조직에 타격이 커. 너도 알잖아."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내가 언제 일 그르치는 거 봤어?"
"물론 지금까지 다 성공했지. 그러니까 조직도 이만큼 성장했고. 하지만 네가 언제까지나 성공만 한다는 보장은 없잖아. 요즘 마약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고."
"후후. 내 걱정은 하지마. 난 내가 알아서 잘 조절하니까. 그리고 애들 풀어서 뒤지는
건 관둬. 괜한 시간 낭비니까. 장호 녀석이 숨긴 곳은 아무도 못 찾아. 장호 녀석이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혹은 장호 녀석의 기억을 누군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첫댓글 죄송합니다. 11편과 12편 순서가 바뀌어 올라갔습니다. ㅜ.ㅜ 11편부터 먼저 읽으시길......
다읽고 나서야 꼬리를 봤다는 ㅠ.ㅜ
재미있어요-ㅁ- 완결까지 기다릴게요~
굉장히 흥미진진해요~~빨랑 올려주세용~~
여전히 기둘리는.... 빨리 올려 주시는 님. 수고!!!!!
ㅇㄴ~그여자가 사이코메트리능력을 갖구있는거군여 -_-;;그래서 그녀의아버지물건을 만져을때...힘들게 돌아가시지않았다는걸알게된거구나~-_-;;
님아.. 넘넘 재미나여.. 요즘 요거 기다리는 재미루 산다는.. 담 편두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