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장형 현: 제2회 우주의 기원을 밝히다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장형과 혼천의)
제2회 우주의 기원을 밝히다
최원은 장형이 발명한 혼천의를 세심히 들여다 보았다. 구리로 만들어진 공 모양의 물체 위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새겨져 있고 물의 힘을 빌어 그 공을 돌릴 수 있는 것을 보고 최원은 손뼉을 치며 칭찬했다.
“참으로 묘하네. 이 의기는 우주에 대한 자네의 견해를 보여주네 그려. 자네는 하늘은 땅을 감싸 안은 달걀 껍데기와 같고 땅은 그 사이에 떠 있는 달걀 노른자와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혼천의는 자네의 천문이념을 아주 형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네.”
최원의 말에 장형이 대답했다.
“자네 꼼꼼하게 잘 보게. 어떤 별이 동쪽에서 떠오르고 어떤 별이 서쪽으로 지는지 말이네. 이 모든 것을 똑똑하게 볼 수 있는 혼천의는 확실히 ‘혼천설(渾天說)’의 이념을 보여주네.”
장형은 그 때 벌써 지구가 타원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주의 탄생과 월식(月食)의 형성에 대한 그의 정확한 인식은 아주 일찍 형성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고대 중국인들이 과학기술을 중시하지 않은 원인으로 그의 이 위대한 발견은 빛을 보지 못하고 수많은 고대의 문헌 속에 묻히게 되었다.
그날 장형이 <영헌>을 쓰고 있는데 최원이 찾아와서 두 사람은 <영헌>에 나오는 우주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장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주는 원래부터 이런 모양이 아니라 생성과 변화의 과정을 거쳤는데 그 과정은 대체로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네. 나는 첫 번째 단계를 ‘명재(溟滓)’라 부르네. 이는 도(道)의 뿌리인데 형체도 색상도 없는 고요한 음(陰)의 정기(精氣)라 할 수 있네. 두 번째 단계는 ‘방홍(龐鴻)’인데 이는 도의 줄기네. 도의 뿌리에서 도의 줄기가 생겨나며 기가 색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혼돈상태이고 모양도 속도도 없었네. 이런 기를 ‘태소(太素)’라 부르고 이 단계 역시 오래 이어졌네. 세 번째 단계는 ‘태현(太玄)’인데 도의 실체라 할 수 있네. 도의 줄기가 생겨난 후 물체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 때 원기(元氣)가 열리고 강함과 부드러움이 나뉘어 맑음과 혼탁함이 더는 함께 있지 않으며 밖으로 하늘이 생겨나고 안으로는 땅이 형성되었네. 또 천지가 협조하여 만물을 만들어냈지. 나는 노자(老子)의 학설에 근거해서 이런 결론을 얻었네.”
최원이 장형의 말을 받았다.
“자네의 이 사상은 <회남자(淮南子)>와 비슷하네. 단, <회남자>는 원기가 맑은 것과 혼탁한 것으로 나뉜 후 맑은 양기(陽氣)는 가벼워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혼탁한 음기(陰氣)는 무거워 바닥에 내려 앉아 땅이 되었다고 인정했네. 그래서 하늘이 위에 있고 땅아 아래에 있다고 말이네. 하지만 자네는 맑은 기운으로 형성된 하늘이 밖에 있고 혼탁한 기운이 만든 땅이 안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
“<회남자>는 개천설(蓋天說)을 주장하는데 나의 주장은 ‘혼천설(渾天說)’이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든 천문관측의기를 혼천의(渾天儀)라고 부르지 않는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장형의 인식은 현대의 우주 변화학설과 아주 유사하다.
장형은 또 월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달 자체는 빛을 내지 않네. 태양이 달을 비추면 그제서야 밝은 달빛을 뿌리는 것뿐이네. 그리고 달이 둥글지 않을 때는 달의 일부분이 태양의 빛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네. 달이 태양과 똑바로 마주할 때면 만월(滿月)이 나타나네. 또 달이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달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커지며 마지막에는 달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네.”
최원이 물었다.
“달이 태양과 똑바로 마주할 때면 만월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왜 만월이 나타날 때 간혹 월식이 나타나는가?”
“그것은 땅이 태양의 빛을 가려 태양의 빛이 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네. 이 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나는 ‘허(虛)’라고 부르는데 달이 허(虛)에 들어서면 월식이 생기는 것이네.”
장형이 말을 이었다.
“천지간에서 운행하는 태양과 달, 별은 모두 땅과 서로 다른 거리에 있네. 그들의 이동속도도 서로 다른데 땅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속도가 더 빠르고 땅과 거리가 멀수록 속도가 더디네. 그것은 그들이 모두 하늘이라는 일종의 힘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네.”
이런 과학적인 견해는 모두 천문학의 발견과 기본적으로 일치하다. 더욱 대단한 것은 장형이 만유인력(萬有引力)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장형이 우주의 역학적 원리에 대해 이렇게 앞서갔으니 당시 최원은 그렇게도 장형에게 감탄했던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