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시복시성과 전북 창의문화관광 세미나
전주교구 관할 지역인 전라북도, 특히 전주시와 그 주변 일대는 전통 문화에서뿐 아니라 교회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전주는 전주 비빔밥을 대표로 하는 고유한 음식 문화를 비롯해 조선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봉안된 경기전과 향교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 한지와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전통 문화 등이 어우러진 국내의 대표적 향토 문화 도시다.
이와 함께 전주는 한국 천주교회의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베드로)ㆍ권상연(야보고)이 순교한 곳일 뿐 아니라 그 순교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사적 제288호 전동성당이 우뚝 서 있다. 전주시내를 굽어보고 있는 치명자산은 호남의 사도 순교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 일가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특히 이곳에 함께 묻힌 유항검의 아들 며느리인 유중철(요한)ㆍ이순이(루갈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동정 부부 순교자이기도 하다. 이 밖에 전주천변을 끼고 있는 순교지들인 숲정이 초록바위, 서천교를 비롯해 초남이, 여산, 천호 등 전라북도 일원에는 신앙 순교선조들의 자취가 생생히 묻어나는 성지들이 줄줄이 있다.
이처럼 천주교 성지들과 전통 문화가 어우러진 전주시와 전라북도 일원을 국제적 성지이자 관광문화 중심지로 가꾸기 위한 학술행사가 마련돼 주목을 받았다. 전주교구가 전주시 및 전라북도 후원으로 12일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개최한 '한국 천주교 시복시성과 전북 창의문화관광' 세미나다.
이번 세미나는 현재 교황청에서 시복시성 심사 중인 하느님의 종 125위 가운데서 24위가 전주교구에서 순교했고 그 가운데서도 22위가 전동성당과 초록바위, 숲정이 등 전주 도심에서 순교해 125위가 시복시성 될 경우 전주가 국제적 순례성지로 각광받을 것을 대비해 그에 상응하는 성지 순례 및 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개회사를 통해 시복시성이 이뤄지면 동정 부부의 무덤이 있는 치명자산을 비롯해 전동성당 등 전주 일대가 세계적 순례 관광지가 될 전망이 대단히 밝다며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잘 준비한다면 가톨릭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류한영 신부는 기조발제에서 "시복시성 과정 중에 순교자들과 관련된 지역이 밝혀지고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순례를 가게 된다"면서 "이러한 순례 문화는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종교 문화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 신부는 특히 "과거에는 천주교와 유교가 문화차이로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21세기는 종교간 대화 시대이며 문화 공존 시대"라고 밝혀, 문화 충돌의 첫 표지인 전주가 문화 공존과 화합에도 좋은 순례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전북 지역 천주교 순교 신앙과 문화 유산'에 대해 발표한 호남교회사 연구실장 서종태 박사는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성지들 외에 전주 감옥과 전주 감영, 김제 순교터, 103위 성인들인 이명서ㆍ 조화서ㆍ조윤호ㆍ정원지 성인이 살다가 체포된 소양면 유상리 성지동, 윤지충ㆍ 권상연의 압송로 등 아직 돌보지 않고 버려둔 천주교 문화 유산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문화 자원은 종교계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면서도 대중적 요소를 확대해 지역 사회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정명희 전북발전연구원 부연구원은 이를 위해 "종교가 종교 행사나 성지 개발을 자체적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연계해 종교문화 자원을 지속적이며 안정적으로 확보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종교문화 자원 개발 이용에 종교계가 좀 더 열린 생각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박동진 한국순례문화원 사무차장은 지난해 가을 지역 종교계와 지자체가 함께 마련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사례로 들면서 종교문화 자원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종교문화 축제 성격을 드러내야 하며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영적 가치까지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125위 시복시성이 완료되면 전동성당과 한옥마을 치명자산 등이 시내 중심에 있는 전주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순례성지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부응하는 준비 작업을 해당 종교계와 지자체가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종교문화 관광 활성화가 특정 종교에 치우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복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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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천주교회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 권상연이 수교한 자리에 세워진 전동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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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를 대표하는 한옥마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