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20:7]
이스라엘 자손들아 너희가 다 여기 있은즉 너희의 의견과 방책을 낼찌니라..."
너희의 의견과 방책을 낼지니라 - 여기서 이 레위인이 요구한 것은 레 18장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음란죄에 대한 형벌이다. 만일 이레위인의 말대로 기브아 사람들 전체가 그러한 범죄를 행했다면 그들은 이스라엘 지파에서 끊쳐져야 할 것이다.
[삿 20:8]"모든 백성이 일제히 일어나며 가로되 우리가 하나라도 자기 장막으로 돌아가지 아니하며 하나라도 자기 집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모든 백성이 일제히 일어나며 -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장 일치로 베냐민 지파를 징벌할 것을 가결했다. 한편 여기서 '일어나다'에 해당하는 '쿰'은 성전의 출전이나 어떤 직무나 의무 수행에 있어서의 예비적 동작을 가리킨다. 따라서 본절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결연한 행위는 한 지파의 범죄를 징벌하기 위한 심판적 태도라고 볼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러한 심판적 직무 수행을 마칠 때까지 결단코 자기 장막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겠다고 결의했다.
[삿 20:9]"우리가 기브아 사람에게 이렇게 행하리니 곧 제비 뽑아서 그들을 치되..."
제비 뽑아서 그들을 치되 - 여기서 많은 학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엇을 위하여 제비 뽑았는지에 대하여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들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기브아를 치는 대는 전체 보병 40만이 다 동원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가운데 1/10 을 제비 뽑아 기브아를 치게 하고 나머지는 그들을 위해 군량미를 준비케 하거나 사상자가 생길 때 병력을 보충케 하였다는 견해가 있다.
둘째, 여기서 제비 뽑은 이유는 가나안을 정복할 때와 같이 기브아를 정복했을 때 각 지파가 그 땅을 나누어 취하기 위해서였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본절 이후에 나타난 제비 뽑은 결과를 보면 땅분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으므로 후자의 견해는 옳지 않다. '제비 뽑아서'와 '그들을 치되'사이에 '우리가 올라가리이다'라는 말이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본절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제비 뽑은 것은 기브아 땅의 분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브아를 칠 자들을 선출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삿 20:10]"우리가 이스라엘 모든 지파 중에서 백에 열, 천에 백, 만에 천을 취하고 그 백성을 위하여 양식을 예비하고 그들로 베냐민의 기브아에 가서 그 무리의 이스라엘 중에서 망령된 일을 행한대로 징계하게 하리라 하니라..."
이스라엘 모든 지파 중에서...취하고 - 앞서 이스라엘이 가나안 미정복지를 정복하러 올라갈 때에는 자기에게 분배된 기업을 차지하기 위하여 각 지파별로 올라갔다. 그런데 본절에서는 기브아 비류들을 응징하기 위하여 이스라엘 전지파가 공동으로 각 지파중에서 사분의 일씩 선발하여 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 당시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브아 사람들의 문제를 대처함에 있어 혼연일치 하였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이스라엘 내에서 죄악을 제하고 신앙의 순수성을 보존하고자한 열 한 지파의 궐기는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은 형제 지파를 매몰차게 정죄하기에 앞서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통절히 느껴야 했고,
그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민족 현실을 두고서 회개해야 했다. 오늘날도, 교회와 사회에 내재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보고 의분을 느끼고 비판하는 자는 많지만 그러한 문제들을 곧 자기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부터 개혁시키고자'하는 진정한 개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망령된 일을 행한대로 징계하게 하리라 -
여기서 '망령된 일'에 해당되는 원어 '네발라'는 '무분별하다', '어리석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마틴노드는 이 단어를 하나님의 법을 범한 것을 표현할 때 쓰는 전문적 용어로 보았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브아 비류들이 저지른 윤간 행위를 하나님의 법을 어긴 심각한 범죄 행위로 보고, 기브아 비류들을 징계하려 했음을 알수 있다.
사실 각종 성 범죄는 인간의 영혼과 그기본 인격을 파괴하시는 죄악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깨뜨리는 중차대한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삿 20:11] "이와 같이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하나 같이 합심하여 그 성읍을 치려고 모였더라..."
하나같이 합심하여 - 본서 기자는 본 사건을 다루면서 이전의 사사기 시대 동안에는 볼 수 없어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일체감과 협동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래로 이와 같은 일체감을 보여준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지파간에 반목이나 비협동적인 모습이 자주 나타나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그 집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단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단합은 대항해야 할 공동의 적이나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가 뚜렸할수록 더욱 강하게 요청되는 법이다. 이와 관련,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중의 하나로서 우리는 교파 간의 분열 혹은 동일 교파 내의 또 다른 분열을 들 수 있다.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이간시켜 소원해지도록 하는 것 사단의 주 임무임을 고려하건대, 우리에게 있어 교회의 '하나됨'은 그 무엇보다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일치 운동이 자칫하면 맹목적 획일 주의로 흐르거나 변질된 복음을 낳게 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진정한 교회의 일치를 위한 탐구와 노력은 다각적인 안목에서 부단히 전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