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서 날마다 기온이 뚝 떨어져 이제 일일 최고기온 10℃, 최저기온 0℃에 다가가고 있다. 윈터 타이어를 진지하게 고려할 시기다. 한동안 겨울 눈 소식이 뜸했지만 서울에 10년 주기로 대폭설이 내린 것을 근거로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을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있다. 물론 그 점 때문에 윈터 타이어 장만 여부를 고민하는 것부터 오해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윈터 타이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윈터 타이어는 추운 겨울에도 이상적인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된 타이어다. 추운 겨울 미끄러운 노면에서 그립을 높이고 운전 능률과 안전은 물론 연료 효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일 최저기온 7℃ 언저리, 슬슬 밖에서 내 입김을 볼 수 있다면 윈터 타이어로 바꿔야 할 시기다.
겨울, 윈터 타이어냐 봉인이냐
날씨가 추워지면 일부 오너들은 자연스레 윈터 타이어 장착과 겨울 동안 차를 세워두는 ‘봉인(封印)’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서머 타이어가 순정으로 출고된 고성능 차와 후륜 차 오너라면 더욱 그렇다. 원칙적으로 아예 타지 않는 것이 제일이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며 오히려 신경 쓸 일들이 많아진다. 봉인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은 배터리와 타이어, 오일 등 차량 컨디션 유지다. 전자 장비의 의존도가 높은 신차일수록 방전에 취약하기에 가끔 공회전 시키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주기적인 운행으로 배터리 잔량과 성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연간 운행 횟수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집용 차는 예외다. 날씨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결국 예상외의 지출이나 신경을 써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악천후를 피하는 것보다는 예상되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자세가 안전에 도움이 된다.
차는 꾸준히, 적당히 타야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윈터 타이어, 과연 내게(우리 회사에) 필요한가?
물론 윈터 타이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겨울철 날씨에 상관없이 데일리 카로 운행하는지, 정해진 반경외 운행 빈도가 높은지, 주 운행시간대가 일몰, 일출 혹은 심야시간대인지, 기온에 상관없이 운행 속도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는지 등을 고려한 뒤 정하면 된다. 자가용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업무용 차량으로 출장 가거나 근무 중 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실제 사례를 보면 자가용보다 업무용 차량이 앞서 언급한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차량 관리 담당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이걸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자동차생활 독자 중 회사나 단체의 대표 또는 차량 운행 담당자가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윈터 타이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초기 비용이 들어가지만 연간 운행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회비용 측면에서나 복지 측면에서 분명 투자 이상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윈터 타이어, 알파인과 노르딕
윈터 타이어는 크게 알파인(Alpine)과 노르딕(Nordic 또는 아크틱;Arctic) 계열로 구분된다. 알파인 계열은 빙판보다 녹은 눈과 흙 따위가 진창이 된 ‘슬러시’에
강해 제설작업이 잘 되는 포장도로 위주의 도로에 적합하며 겨울철 마른 노면과 제설작업 직후 슬러시에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고 속도 등급도 노르딕에 비해 높다. 시판되는 윈터 타이어는 대부분 이알파인 계열이다.
노르딕 계열은 그 이름처럼 북유럽 등 북반구 지역에서 주로 쓰며 상대적으로 다진 눈과 빙판에 강해 눈이 많고 제설작업이 힘든 산간지역에 적합하다. 몹시 심한 추위에도 고무의 성질을 유지하는 부드러운 컴파운드를 쓰기 때문에 내마모성은 매우 떨어진다.
지금도 겨울철 강원 산간지역에서 종종 눈에 띄는 스파이크 타이어 즉 ‘스터드’를 끼우거나 끼울 수있는 타이어들은 전부 노르딕 계열이다. 참고로 도로교통법에는 스터드 타이어 금지규정이 없지만 국토 교통부령 제 465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제10조 1항)에 따르면 ‘접지 부분은 소음의 발생이 적고 도로를 파손할 위험이 없는 구조일 것’이라고 명시돼 있으니 이는 당연히 불법이다.
윈터 타이어를 끼우고 눈이 안 내리면 손해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기온이 낮아지면 사계절 타이어는 컴파운드의 유연성이 급격히 떨어져 접지력이 약해진다. 통상 그립 타이어 혹은 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라 부르는 고성능 서머 타이어는 10℃ 이상의 온도에서 권장한다. 출고 시 기본 장착되는 사계절용(All season) 타이어는 3℃ 이상의 온도에 적합하다. 윈터 타이어는 -30℃~7℃ 범위에서 각각 최적의 견인력과 그립을 발휘한다. 때문에 윈터 타이어를 눈이 내려야 제구실을 하는 ‘스노우 타이어’가 아니라 기온이 떨어지면 반드시 끼워야 하는 ‘동절기용 타이어’로 인식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물론 눈이 오면 눈길이나 빙판길, 염화칼슘이나 모래가 반쯤 섞인 슬러시에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건 사실이나 윈터 타이어를 끼워야 할 큰 이유는 기온과 노면 온도에 따라 변하는 컴파운드 상태 때문이다. 윈터 타이어를 쓰는 동안 고스란히 연장되는 서머 타이어의 수명을 생각한다면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안전은 무척 값비싼 덤이다.
3PMSF 마크, 사계절/전천후 타이어
윈터 타이어 사이드 월을 보면 산봉우리 윤곽선 안에 큼지막한 눈꽃 모양의 3PMSF(Three-Peak Mountain Snowflake Symbol)마크가 있다. 유럽연합의 안전 규정에 따라 눈길 제동과 견인력에 대한 특별 성능 테스트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시판되는 윈터 타이어 대부분 이 마크가 있다. 아울러 3PMSF 마크처럼 일정 기준을 통과한 인증표시는 아니지만 타이어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표시하는 M+S(머드+스노우)는 가벼운 진눈깨비가 내린 도로에서도 사용 가능함을 의미하니 참고하자. 간혹 사계절(All season)과 전천후(All weather) 타이어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앞에 언급한 3PMSF 마크의 존재 유무.
즉 3PMSF 마크가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사계절 타이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법적 의무는 없어도 자발적으로 윈터 타이어 사용이 보편화된 캐나다와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전천후 타이어는 ‘올 인 원’ 개념이라 아직까지 우리에겐 조금 생소하다.
두 바퀴만 윈터 타이어를 끼운다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최신 버전 자세제어장치가 달린 요즘 차들은 앞뒤 바퀴의 회전 차와 각 방향의 차체 거동을 감지해 구동을 제어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경고등을 띄울 정도로 정상 주행이 불가능하거나 장착 전보다 훨씬 부자연스럽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전자장비가 없는 올드카라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앞바퀴만 윈터 타이어를 끼우면 어느 정도 그립을 살릴 수 있지만, 과신해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뒷바퀴 그립 손실을 제때 감지하지 못해 오버스티어가 생기기 쉽다. 반면 뒷바퀴에만 윈터 타이어를 끼우면 그립은 늘어나지만 대신 앞쪽 그립이 확 떨어져 언더스티어로 드라이버가 당황하기 쉽다. 둘 다 겨울철 도로상에서 웬만하면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장 피해야 하는건 언더스티어.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초기에 적절한 카운터 스티어 조작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리버스 스티어를 경험하게 된다. 네 바퀴 모두 윈터 타이어를 쓰는 편이 정신건강은 물론 몸에도 이롭다.
윈터 타이어 수명 측정요령
윈터 타이어는 대체로 사계절 타이어에 비해 배수 채널이 깊은 데다 연중 넉 달 정도밖에 쓰지 않는 특성 때문에 종종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사계절 및 서머용 타이어의 트레드와 직접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다. 윈터 타이어도 제조사마다 위치와 형상이 다를 뿐 타이어 마모 인디케이터(TWI: Tread Wear Indicator)가 있다. 단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을 뿐 트레드가 눈에 띄게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쓰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에 출시되는 제품 중엔 오너의 일상 점검 때 마모 진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제품(사진)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두 번째로 참고할 것은 타이어의 DOT 코드 끝자리에 표시된 제조 연도. DOT 코드는 미국 교통부(Depart of Transportation)의 약자로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규정에 따라 사이드 월에 타이어 별 인식 코드를 부여받고 각인하게 만든 것인데 끝부분의 숫자 네 자리가 제조 연월을 뜻한다.
아쉽게도 타이어 수명에 대해 명확한 기준은 없다. 보관 장소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조건인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했다는 전제 하에서 설령 마모 한계선에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5~6년 차가 됐다면 전문가의 점검과 조언을 받아 필요시 새로 장만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