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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스크랩 앞산꼭지가 ‘경찰 폭행하는 선진국 없다’는 한승수 총리에게?
윤 희 용 추천 0 조회 79 09.03.10 00: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승수 국무총리는 9일 용산시위대 경찰 폭행사건과 관련 “법질서 확립을 위해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세력과 행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이 이렇게 폭행당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아시아 경제)


저는 지금 앞산터널 저지 싸움을 위해 대구 달서구 상인동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조차 하지 않은 일방적인 벌목 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연세든 노인들이 몸으로 막고,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주민들의 저항이 강하자 용역깡패를 투입해 무리하게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은 일방통행에 동네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싸우는 와중에 용역깡패들이 휘두른 체인톱에 얼굴이 찢어져 50바늘을 꿰매는 사고도 벌어지고, 성추행에 욕설이 난무하는 등 무법천지가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런 난리 통이지만 위의 기사를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칠순이 되도록 사셨으니 인생의 쓴 맛 단 맛 다 보았고, 총리의 이력을 보면 누릴 만큼 다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군요. 한 총리의 말처럼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는데 가만히 있는 선진국이란 나라는 없지요. 그렇지만 두 세 살짜리 어린아이들이 타고 있는 유모차를 향해 화학물질 투성이인 소화기를 마구 뿌리는 선진국은 어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승수 총리의 손자들에게 법 집행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경찰이 소화기를 뿌려댄다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지, 아니면 짱돌이라도 들고 찍는 한이 있더라고 저지하시려는지요? 저라면 패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보호할 겁니다.

 

  ▲ 태영건설이 앞산 달비골에 투입한 용역깡패들로부터 폭력을 당한 주민들과 시민단체ㆍ사회단체 기자회견 모습.

 

정당성 없는 경찰 투입은 공권력 아니다.


흔히 경찰이 집회 때 마구 휘두르는 폭력을 대한민국의 고위 공직자들은 ‘공권력’이라고 하더군요. 폭력을 휘둘러도 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만 하면 다 공권력이라 불러도 되는지 의아하기 그지없습니다. 공권력이란 말을 한글학회에서 가장 관점이 좋다고 추천하는 연세한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고 명령할 수 있는 권력’이라고 되어 있고,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국어대사전에는 ‘국가나 공공단체가 우월한 의사의 주체로서 국민에게 명령하고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한 마디로 ‘명령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요건이 성립하려면 공권력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지요. 작년 광우병 촛불 정국을 통해 대한민국 경찰은 ‘체포가 아닌 해산’이라는 경찰 경비업무의 기본 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물대포에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까지 경찰서로 연행하고 길바닥에 패대기치기까지 했으니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비난을 자초했죠. 현행 집시법 제11조 2항에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100미터 앞에서 집회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00미터가 넘는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가로막는 것은 불법임에도 대한민국 경찰은 아주 태연하게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공권력 행사’인지 ‘불법 행위’인지 한 총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보듯이 3월 7일(토)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 인도 위에서 여중생 둘을 전경 병력을 동원해 불법으로 감금할 정도로 경찰은 계속 막 나가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 그렇게 시위 현장을 누비고 다녀도 인도 위에까지 올라와서 이동을 막지는 않았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이 현장 지휘하는 모습이 방송에 보일 정도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경찰에 의한 불법과 폭력이 판을 치고 있는 장면이 한승수 총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보죠. 취재진을 향해 반말에다 취재 방해까지 해대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일단 막아, 저거 뭐야, 저거 뺏아”라는 막말을 해대는 게 경찰서장이란 자가 취할 행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취재 방해에다 도로교통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을 저지르면서 공권력집행이라며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이는 명백한 폭력으로 공권력 남용으로 처벌해야 하는 게 법치국가의 상식 아닌가요 한승수 총리?

 

폭력에 내성이 생겨 둔감해진 사회


2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용역 깡패들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망루를 지어 ‘살도록 해 달라’고 올라갔다가 경찰의 폭력진압에 5명이 죽고, 투입된 경찰특공대원 1명도 죽은 사건이 발생했음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시위 진압 현장에 특수임무 수행 부대인 경찰 특공대 투입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지라 그리 놀라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 되어 있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도 써 먹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폭력에 내성이 생겨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권은 시위 진압으로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의한 사고’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광주민중항쟁 이후 가장 많은 민간인 죽음’이라는 ‘용산 살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현장의 책임자인 백동산 용산경찰서장과 부하를 죽음으로 내 몬 경찰특공대장, 작전을 승인한 최종 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군사독재 정권도 하지 않은 유족들의 동의 없이 사체부검을 해 시신을 갈기갈기 찢어 사람을 두 번이나 죽였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집회 신고 대상도 아닌 추모제마저 원천 봉쇄해 인권후진국임을 그대로 보여 주고 말았습니다. 이런 후진국에 세계 어느 자본이 투자를 한단 말입니까? 한승수 총리는 독약을 약이라고 부르나요? 정신 나간 인간이 아니고는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악법은 법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 아닌가요?


돈 벌이에 혈안이 된 건설자본은 수 많은 철거 현장에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한 해결 대신 ‘용역경비’라는 ‘용병’을 투입시켜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철거현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로 변한지 수 십년이 되었건만 경비용역에 관한 악법 때문에 깡패들이 판을 치고 돌아다녀도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2인 이상 투입 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개인과 ‘일일계약이란 편법으로 투입할 경우 속수무책’이라 ‘개떡 같은 법’이라는 말을 들어 마땅하죠. 이 지경이니 경찰의 기본 임무인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와 치안질서 확립보다는 알아서 기는데 급급한 수뇌부는 공권력 집행이 아닌 폭력 묵인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위헌이 판을 치는 하위 법령은 악법


헌법 제 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토박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집시법은 이를 막고 있으니 명백한 위헌이죠. 뿐만 아니라 이 엉터리 집시법조차 지키지 않는 경찰의 법 집행을 ‘공권력 행사’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지금 대한민국의 법 집행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 치안 질서 확보를 위한 조치인 경찰력 투입이 ‘공권력’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이와 같은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사건 당일 철거 대집행이 적법성을 갖췄어야 하는데 계고 및 대집행 영장 통지 등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선고한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의 판례에서 보듯이 경찰병력 투입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의 원칙을 지킬 때 가능하다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죠.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폭력을 휘두르는 선진국이 없듯이, 사람이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경찰특공대를 투입시켜 애꿎은 시민들을 죽이고,  두어 살 어린아이들이 타고 있는 유모차에 소화기를 퍼부어 대는 선진국이 있다는 소리를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외국 유학도 갔다 오고 유엔총회 의장도 역임하는 등 수시로 외국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을 텐데, 좋은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연세도 적지 않은데 제발 말 가려가면서 합시다. 그러다가 노망들었다는 소리 듣기 딱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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