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드 피아시아스(네라이조마드의 등장......)-
아베룬 산맥....... 제2세기의 아크로나딘 산맥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런 모습으로 바뀔 줄 누가 알았으랴......
여전히 저지대에는 열대림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고지대엔
수많은 활엽수들이 존재했다.
일행들이 향한 루트는 한때 헤켈들의 본거지였던 로페하벤
봉우리를 빙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금 헤켈들이야 이곳
저곳에 정착하여 산다지만 2세기만 해도 그들은 춥고
적막한 로페하벤 봉우리에 모여 살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일행들이 알리 없었지만 여전히 그 분위기만은 춥고 음습했다.
"이 아베룬 산맥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산맥이
아닐까 하오. 물론 이에 못지 않은 중앙산맥이나 캔도르
산맥이 있지만....."
- "후미진 길이라서 그런지 정말 적막하군요....."
세느카였다. 자연에 대한 애착이 강한 그녀였지만 이곳의
풍경은 그다지 마음내키는 광경이 아니었다. 한참 계곡을
따라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일행의 길을 막는 한 무리의
사내들이 있었다.
"뭐.....뭐냣!!!!"
놀란 버논이 허리에 단검을 빼어 들며 외쳤다. 그들의
복장으로 봐선 도적질을 일삼는 산적패거리는 아닌 듯
했다. 모두의 복장이 하나로 일치되고 있었다. 십여명
되어보이는 무리들 뒤엔 흑의의 기사가 서있었다. 그의
등에는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가 매달려 있었다. 흑의의
기사가 버논의 질문에 대답했다.
"너완 볼일 없다. 저 녀석을 내 놓거라......"
그의 손이 가리킨 사람은 바로 레스였다. 레스는 흑의의
기사가 자신을 가리키자 흠짓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마치
오래전부터 쫓기던 사람처럼.....
버논은 이런 외진 곳에서 저런 복장을 한 기사가
등장한다는 것이 소설에서의 비극적 우연치고는 너무
기막히다는 생각에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녀석은 다짜고짜 레스를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네가....... 레스와 무슨 상관이라고 이러는게냐?"
- "죽고 싶단게군...... 후훗...."
흑의의 기사는 싸늘하게 웃었다. 워낙 온 몸을
검은 색으로 도배를 해서 그런지 표정까지 살벌했다.
벌벌 떨고 있는 레스를 세느카가 껴안고는 머릴
쓰다듬어 주었다.
레스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루카누스는 갑자기 등장한 녀석들이 드래곤만큼은
아니지만 손끝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놀이감으론
적당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 아일 줄 생각이 없는데? 어때.....
이러면 싸울 생각이 드나?"
루카누스의 외침에 흑의기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도 당당한 외침..... 하지만 버논은 그의 굳어진
표정에 움찔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단지
눈빛만으로 전의를 상실케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모두 죽인 후 데려가겠다. 쳐라!"
흑의기사의 말에 사내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사내들은 검날을 번뜩이며 공격해 들어왔다.
괴한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루카누스는 기쁜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격했다. 세이타르는 그런 루카누스를
못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공격했다.
버논은 파공성이 울려퍼지는 와중에도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것이다.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다니...... 설마.....
저자는 소드 스페셜리스트인가......'
소드 스페셜리스트...... 3세기에서 검사들의
분류는 간단했다. 보통 뜨내기 검사..... 그런
뜨내기들이 수십명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빛과
전쟁의 신 아리네우스 신전에서 그 자격을 인정받는
소드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그런 소드 스페셜리스트들이
평생 이루길 간절히 바라는.... 전 세계에서도 그 수가
손가락에 꼽히는 소드 마스터.....
버논은 자신의 노리아 왕국에서 기사단 단장 정도의
실력인 소드 스페셜리스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에
진정 운명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것보다 더욱 엄청난 일이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흑의기사는 세이타르와 루카누스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적이 당황하고 있었다. 특히 세이타르는 세이렌
특유의 전사기질로 검을 들지 않고 적수공권(赤手空拳)
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설마....... 그래플 스페셜리스트인가.....'
그래플(Grapple)은 칼을 들지 않는 격투타입을 말하는
용어로서 그래플 스페셜리스트는 소드 스페셜리스트와
맞먹는 실력을 가진 전사였다. 단지 길이상 소드
스페셜리스트가 유리할거란 통념이 있었지만 말이다.
루카누스도 세이타르처럼 맨손으로 공격을 했다.
환술을 사용하면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오래간만에
손끝의 참맛..... -거의 오르가즘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을 느끼기 위해 손톱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하핫.... 언제 느껴도 살을 찢는 기분은 끝장이란 말이지!"
루카누스의 외침에 흑의 기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3세기야 몬스터족으로 분류되는 하등종족의
언어만 약간 다를 뿐 다른 종족(인간,헤켈,세이렌,
엘프,드워프,드래곤.. 그 외 몇 개 잘 알려지지 않은
종족)들의 언어는 모두 같았다.
루카누스와 세이타르가 그런 공용어를 할 줄 알았던
것은 그들의 신분이 세이렌중에서도 거의 최고였기 때문이다.
단 두 명의 세이렌 전사에게 순식간에 대여섯명이
죽어나가자 흑의 기사가 직접 전투에 뛰어 들었다.
세이타르는 평범한 괴한들과는 다른 묘한 힘을 뿜어내고
있는 녀석이 달려들자 그쪽으로 달려갔다.
세이타르의 왼손톱과 흑기사의 바스타드 소드가
부딪혔다. 불꽃이 튀기며 둘은 뒤로 한 발짝씩 물러섰다.
'내 검을 막아내다니...... 내 몸에 흐르는 매너 포스를
검에 실었기에 못 자르는 것이 없는 내 검을.....'
흑기사는 놀란 듯 세이타르를 바라보았다. 세이타르
역시 상대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흑기사는 우측 손으로 검을 든채 왼손을 등뒤로 가져가며
그 반동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파이어 크래커!!!(Fire cracker!)"
마치 온몸이 하나의 검이 되어 돌진하는 듯한
공격이었다. 세이타르는 흑기사의 이번 공격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최대한 빠르게 몸을 옆으로
굴렸다. 흑기사는 자신의 최고급기술중 하나인
파이어 크래커를 피한 상대를 흘겨보았다.
"도대체 너희들은 뭐하는 녀석들이냐!!!"
- "그런 너는 뭔데 저 아이를 괴롭히려는거냐!!!"
"쳇.... 그걸 너희들에게 말해줄 이유는 없다!"
- "쳇.... 우리도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뭣!!! 방금 물어봤잖아!!!"
- "그냥 예의상 물어본 것 뿐!!!"
세이타르는 흑기사와 어처구니없는 대화를
하다가 다시 공격을 가했다. 흑기사는 상대방의
말장난에 놀아난 것에 분개한 듯 더욱 맹렬한
공세를 취했다.
흑기사의 검과 세이타르의 금속팔이 쉴새 없이
왔다갔다했다. 그 모습에 레스는 다소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평상시 보였던 그 무표정으로 돌아 와있었다.
루카누스는 더 이상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도 질렸는지
환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환마사(幻魔師) 또는
환술사(幻術師)로 불리던 루카누스였다. 그런 그에게
엄청난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환각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괴한들은 자신들의 환영들과 사투를 벌이다가 맞지도
않은 칼침에 배때기 쑤심을 당하고는 쓰러져갔다.
세이타르와 흑기사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루카누스가 흑기사의 부하를 다 해치웠을때까지도
여전히 검을 맞대고 있었다.
"호오...... 대단한데...... 아무리 세이타르가
광전사라곤 하지만 그들 중 최고였는데..... 그래도
휘페리언이나 플루토스만 못하군......"
마치 싸움을 관람하기라도 하는 듯 중얼거리는
루카누스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버논은
그런 루카누스를 바라보며 외쳤다.
"뭐하는거요!!! 동료가 죽게 생겼는데!!! 저 자는
소드 스페셜리스트란 말이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친구가 질리 없으니....."
루카누스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버논은 그런 루카누스에게 질려버렸다.
'도대체 이 작자들은 뭐야!!! 소드 스페셜리스트랑
싸우는데 구경만 하고 있다니..... 그리고 저
세이타르라는 녀석도.... 맨손으로 1:1 다이 붙다니.....
미쳤어....미쳤어... 한때 나도 독고(獨孤) 다이로.....
날리던....험.. 험.. --;; 어쨌든..... 조심해야겠다. 어쩌면
저 흑기사보다 이 녀석들이 더 위험할런지도 몰라....'
버논은 그래도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듯 해
안심했다. 그때였다. 레스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으며 잠시 후에 버논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심지어 세느카와
이카루스마져도 엄청난 살기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역시 싸우고 있던 세이타르와 흑기사도 뭔가를
느꼈고 그들도 모르게 싸움은 멈추어졌다.
루카누스는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좋아..... 혹시나 해서 이쪽길로 오자고
했는데.... 이 정도 포스라면...기대할만 하겠어.... 후훗..."
- "다... 당신 무슨 소리야!!!"
버논이 외쳤다. 그 역시 루카누스가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되어감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네라이조마드.... 흑기사 또한 이곳이 아베룬
산맥이란 것이 떠올랐는지 살기의 주인공을 짐작하는
듯 했다.
갑자기 큰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루카누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순간 긴장했다. 키는
거의 5미터에 육박하고 양손에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피부는 푸른색에 쭈글쭈글했으며
정말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치
큐탕 쿠 매지그의 과거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저.... 저것이... 바로 드래곤(Dragon)?"
루카누스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버논이
고갤 저으며 속삭이듯 대답했다.
"위대한 존재, 드래곤이 맞지만 지금의 모습은
오우거(Ogre)의 모습으로 트랜스포메이션
(Transformation)한 것이라오.....제길.....
여기서 죽게 되는 건가......"
그 추하게 생긴 오우거는 놀랍게도 맑은
목소리로 그것도 공용어로 말했다.
"무슨 이유로 나의 영토를 더럽히는게냐.....
나의 휴식을 방해하다니.... 이곳이 누구의
영토인지 모른다는게냐!!"
조용한 톤으로 말했지만 모두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겼다. 물론 루카누스와 세이타르는
그런 것을 느낄리 없었지만.흑기사는 죽기
싫었는지 공손하게 허릴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저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소란을 피웠습니다. 부디 그 광활하신 너그러움
으로 저희를 용서해주십시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다..."
흑기사의 말에 오우거의 표정이 다소 온화해졌다.
흑기사는 땀을 연신 흘리면서 허릴 숙인 그대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비웃으며
찬물을 끼얹는 말을 했다.
"야!!! 너 왜 갑자기 꼴같지 않게 그래? 저런
못생기고 더럽게 생긴게 뭐가 무섭다고......
그리고 너 싸우다 말고 그렇게 설설 기냐?
그러고도 니가 기사냐?"
루.....카.....누.....스.... 였다.--; 역시 그의
호탕함은 인정받지 않을 수 없었다. 루카누스
덕에 졸지에 못생기고 더럽게 생긴 존재가 된
네라이조마드는 화가나는지 오른손을 들며 외쳤다.
"미티어 윈드(Meteor wind)."
그러자 갑자기 그의 손에서 엄청난 돌바람이 날아왔다.
"젠장!!! 5싸이클의 극소법(極小法)이닷!! 피햇!!"
흑기사의 외침에 모두들 황급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들이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날아온
돌바람으로 움푹 패여있었다. 다행히 일행들은
모두 무사했다.
"호오.... 놀랍구나.... 허기사.... 그 정도 실력이
있으니 날 조롱했겠지....."
- "아닙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저 녀석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저자와는
무관합니다."
흑기사가 애써 변호하려 했지만 이미 네라이조마드의
기분은 잡칠대로 잡쳐진 상태였다. 어줍쨚은 세이렌들을
씹어먹어야지 기분이 1% 회복될 것 같았다. 지금? 1% 부족할 때.....
"다 죽는다...... 윈드 블래스트(Wind blast)!!"
오우거의 양팔에서 거대한 광풍이 불어닥쳤다.
그러자 몇십년된 거대나무들을 제외한 다른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날아가기 시작했다.
세느카와 이카루스는 젖먹던 힘을 다해 거대나무의
가지를 붙잡고 날아가는 것을 버티고 있었고 버논 역시
나무에 단검을 박아놓고 날아가려는 레스를 붙잡고 버텼다.
흑기사는 땅에다가 바스타드 소드를 박아 놓고는
몸을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려 광풍을 피했다.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는 있는대로 다리에 힘을 실어 버티고 서있었다.
광풍...... 윈드 블래스트.... 이 기술은 극소법중에서도
5싸이클 이상으로 분류되는 상급 기술이었다. 극소법(極小法)은
3세기가 열리면서 세상에 퍼져나간 나노 물질(Nano material)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나노 물질이란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 되는 극소자(極小子)였다.
10억분의 1단위의 극소자는 다른 말로 미소자(微小子)라고도
불리는데 그래서 극소법을 동방제국에선 미소법이라고
부른다.(다른 판타지 세계에선 마법이라고 부른다.) 이
극소자들은 모든 물질의 근원이기 때문에 그 스스로를
변형시킬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도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탄소로 이루어진 연필심의 극소자를
이용해 역시 탄소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노 오더가 이러한 연금술(鍊金術)
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나노 물질... 즉,극소자를 사용할 줄 아는 자를
나노 오더라고 불렀고 드래곤들은 가장 대표적인 나노
오더인 셈이었다. 그들은 지상 최강의 극소법을 구사하는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린 드래곤인 네라이조마드는 바람의 정령인 실피드와
계약관계가 성립되어있어 바람에 관한 극소법을 특히
잘 사용했다. 그래서 트랜스포메이션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극소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드래곤들은 본체 상태에서는 시동어만 가지고도
극소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네라이조마드는 자신의 윈드 블래스트에 적중당하고도
모두 멀쩡한 적들을 보고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1600살밖에 안되는 어린 드래곤이라해도
극소법력이 결코 약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때 흑기사가 외쳤다.
"젠장!! 본체로 돌아가기 전에 해치워야 해! 어서 공격해!!"
흑기사의 외침을 들은 세이타르는 이렇게 말하며 공격했다.
"말 안 해도 공격 할 생각이었어!!!"
- "그래!! 너 잘났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런 대화를 나누던
흑기사와 세이타르는 오우거를 향해 협공을
가했다. 오우거는 거대한 도끼로 둘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상대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놀라고 말았다.
'젠장..... 몬스터 중에서 강한 축에 속하는 오우거가
겨우 저런 검을 못 당해내다니......'
흑기사의 검이 도끼자루를 단번에 잘라내자 순간
네라이조마드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오우거는 뒤로 황급히 물러서더니 본체로 변신하려
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던 흑기사가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흑기사의 발이 있는 곳이
늪지대로 변해 버리는게 아닌가... 늪지대에 빠진
그는 순간 당황하여 허우적거렸다.
그와 동시에 네라이조마드는 녹색의 거대한 본체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그걸 본 루카누스는 흑기사에게
걸었던 환각을 풀어버렸다. 흑기사는 땅바닥에 누워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에 얼굴이 벌게져서는 말했다.
"젠장..... 이게 무슨짓이야!! 이제 우린 다 죽었다구!!!"
- "후훗.. 걱정하지마... 드래곤이란게 얼마나
쎈지 보고 싶었다구......"
"이런.... 미친!!!"
흑기사는 모든 삶을 체념한 듯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네라이조마드는 원채 작은 그린
드래곤인데다가 어린 용이었기 때문에 그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높이 30미터에 몸길이가
50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우와....... 더럽게 크군....."
루카누스의 말에 네라이조마드는 전음(傳音)으로
말했다. 원래 본체 상태에선 입으로 소릴 내는 성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마음으로 말을 전한 것이다.
[크하하...... 본체로 돌아온 이상 너희들은 다
죽었다. 감히 잠자는 이 네라이조마드님의 코털을 건드려!!!]
- "우리가 언제 니 코털을 건드렸냐!!!"
[뭐!!! 이 못생긴 세이렌 녀석이 돌았구나!!]
- "쳇....그럼 니가 고른 오우거란 것이 그렇게
잘생긴 종족이냐? 네 녀석의 눈알과 미적 감각을
의심해 봐야할 것 같군!!!"
[뜨...... 다 죽는다!!!!]
루카누스의 놀리는 말에 네라이조마드는 이성을
잃은 듯 보였다. 그의 거대한 입이 쩌억 벌어지자
흑기사가 놀라서 외쳤다.
"이런 미친!!! 어서 피해!! 그린 드래곤의 주특기인
가스(Gas) 브레스라구!!!"
루카누스는 네라이조마드의 입에 모아져 있는 반기체
반액체상태의 가스물질이 생각보다 강력한 것임을
몸으로 느끼고는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세이타르와
다른 일행들도 최대한 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버논이야
워낙 임기응변에 능한 자여서 그런지 가장 앞서서
달려가고 있었다.
네라이조마드의 입에서 거대한 맹독성의 폭풍이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말려 죽일만한
공격이었다. 네라이조마드로부터 직선으로 거의
3Km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크하하하..... 다 죽은게로군.... 감히
이분께 도전을 하다니...... 쿠하하]
- "으...... 정말 구역질나는 공격이군.....
썩은 입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네라이조마드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루카누스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채 멀쩡히 서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멀쩡해 보였다.
[뭐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 "휴우...... 정말 저 공격에 당했다면
골로 갈뻔 했습니다. 루카누스....."
"그러게 말야... 세이타르.... 운이 좋았던게지...."
루카누스는 네라이조마드라는 괴물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진지해져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투덜거리는 말투까지 변한 건 아니었다.
"이것봐... 버논!! 저 브레스라는거 한번밖에 못쓰는 거 맞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 무심결에 반말을 하는
루카누스에게 버논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네라이조마드는 어린 용이었기에 강력한 브레스
공격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없었다. 웜급이나
에인션트급정도가 되면 하루에 서너번 정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3~4천살
이상 먹어야만 가능했다.
루카누스의 말을 들은 네라이조마드는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았다.
[어떻게...... 어떻게 피할 수 있었지???]
- "너같은 멍청한 도마뱀에게 그걸 알려줄 성
싶냐? 뭐..... 하지만.... 가르쳐주면 네가 더
열받겠지? 우헤헤.... 좋아. 인심쓴다. 그건
환각이었어. 이 멍청아!"
그랬다. 루카누스는 네라이조마드가 브레스를
내뿜을 때 환술을 사용하여 일행들이 다른 쪽으로
도망치듯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에 속아넘어간
네라이조마드는 환각이 있는 곳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은 것이다. 루카누스의 환술은 카에살레아도
인정한 능력.... 이런 전투를 많이 겪어보지 않은
-다른 자들은 모두 한방에 끝났으므로-네라이조마드로서는
하루에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브레스를 벌써 써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으으으..... 브레스가 없다고 내가 질 것 같으냐!!!]
단단히 화가난 네라이조마드가 거대한 꼬리로
공격을 가했다. 그 거대한 몸집이 그런 스피드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전에 꼬리가 덮쳐
왔다. 루카누스와 세이타르가 동시에 점프해서
피하려 했지만 거대한 꼬리가 그들을 먼저 강타했다.
"크윽..... 제길....."
루카누스는 설마 저런 공격을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 방심한 사이 당한 것이다.
그 공격을 운좋게 피한 것은 흑기사와 레스,버논,숙녀들이었다.
흑기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드래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의 내력(Force)이 담긴 공격이었지만
드래곤의 강한 외피는 작은 생채기도 남지 않았다.
네라이조마드는 자신의 공격에 깝죽거리던 세이렌
두 놈이 당하자 기가 살았는지 계속해서 꼬리를 흔들어
댔다. 워낙 무식한 공격이라 흑기사는 피하는데 급급했다.
버논은 꼬리가 땅을 칠 때 튀긴 돌덩이에 머리통을 맞고는
정신을 잃었으며 레스와 숙녀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흑기사는 점점 숨이 가빠옴을 느꼈다. 본체로 변신하기
전에도 상대하기 버거웠었는데...... 이젠 다 틀렸다.
그나마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한 세이렌 두 녀석들은
한 대 맞고 뻗어 있었고 뒤에는 여자들뿐이었다. 그도
남자라고 숙녀들 앞에서 퍼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네라이조마드는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피하는 흑기사가
얄미웠는지 그 짧은 앞발로 극소법을 사용했다.
"미티어 윈드!!"
분명 같은 공격이었는데 그 위력 면에선 천지차이였다.
거대한 돌무더기가 흑기사와 뒤에 있던 레스,숙녀들을 덮쳤다.
"젠장...... 피지컬 배리어!!!!(Physical barrier)"
흑기사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땅바닥에 꽂고는 극소법을 사용했다. 그 검은 나노
물질인 극소자로 만든 극소력검으로서 주문 없이
시동어만 가지고 극소법을 구사할 수 있는 고급검이었다.
흑기사의 일갈에 둥그런 원형모양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그 보호막에 돌무더기들이 부딪혀
가루가 되었다. 부딪힐 때마다 흑기사는 충격을
입는지 몸이 흔들리며 피를 한 모금씩 토해냈다.
[대단하군...... 소드 스페셜리스트 중에서도
최상급의 실력자인 듯 하군...... 후후훗....]
네라이조마드는 자신의 극소법을 막아낸
흑기사에게 그렇게 말했다. 흑기사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지 무릎을 꿇은 그 모습 그대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가 피하려고 했다면
쉽게 피해 그런 부상을 입지 않았겠지만 그의
뒤에는 힘없는 숙녀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세느카와 이카루스는 다치지 않았다.
흑기사가 막아낸 지역을 빼고는 땅을 개간한 듯
붉은 색 맨땅이 드러나 있었다. 흑기사 뒤로만
길게 나무들과 풀들이 보였다.
[이젠 죽을 차례다!]
- "쳇..... 우릴 잊지 말라구!!!"
네라이조마드가 거대한 발로 흑기사를 짓이겨
납짝콩으로 만들려던 찰나 세이타르와 루카누스가
공격해 왔다. 부상을 당했지만 자신들을 도우려
한 흑기사가 죽는 꼴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네라이조마드의 몸을 밟고 뛰어 올라가던 세이타르가
그의 머리부분에 도착했다. 세이타르는 자신의 몸
만한 눈을 금속오른팔로 가격했다. 드래곤의 외피는
어떤 강철로도 뚫을 수 없을 만큼 단단했다. 그걸
믿는지 네라이조마드는 급히 눈을 감았다.
'퍼억!!!'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거대한 귀곡성이 아베룬
산맥에 울려 퍼졌다. 세이타르의 오른팔이 눈꺼풀을
뚫고 동공을 터뜨린 것이었다.
[크아...... 으........ 다... 죽인다!!! 다 죽인다!!!]
세이타르는 용의 피가 옷에 닿자 그 즉시 녹는
모습에 놀라며 몸을 피했다. 드래곤의 피는 강한
부식능력이 있어 닿는 어떤 물건이든 다 녹여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이타르의 금속팔은 멀쩡했다.
도대체 무슨 금속이길래.....??
한쪽 눈을 잃은 네라이조마드는 거의 실성하여
발광하기 시작했다. 마구 때려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 쪽은 흑기사쪽이었다.
순간적인 몸 안 매너 포스의 사용으로 움직일 수
없던 흑기사는 발광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것이다.
다행히 마침 뒤에 있던 레스가 그를 부축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렇지만 몸으로만 발광하던
네라이조마드가 극소법을 마구 사용하면서 그곳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발광하는 네라이조마드를
보며 루카누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환술은
강한 상대에게 먹히지 않았지만 저런 상태의 상대라면
충분히 심령(心靈)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네라이조마드는 자신만큼이나 거대한 괴물이
공격해 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팔이 8개 달려
있었고 머리는 끈적끈적해 보이는 액체가 뒤덮혀
있는 난생 처음보는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바로
파리나타가 아끼는 크리에이쳐인 드라쿤이었다.
어차피 환각이었으므로 실제 크기보다 몇 십배
크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었다.
네라이조마드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마음속에
피어나는 것을 알았다. 저런 괴물은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그런 괴물이 공격해 들어 오는게
아닌가......
괴물의 팔이 네라이조마드를 집어들었다. 8개의
팔이 한꺼번에 힘을 주자 그는 엄청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드래곤의 단단한 외피가 마치 물렁한
두부살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난생 처음 느끼는
고통은 공포가 되어 그의 심령을 제압하고 있었다.
드라쿤이 6개의 팔로 네라이조마드를 붙잡고
나머지 두 개의 팔로 머리통을 으깨고 있었다. 연신
머리통을 가지고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던 드라쿤이
마치 장난감 로봇 목을 분질러 버리듯 용의 목을 꺾었다.
네라이조마드는 그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거대한 용이 쓰러지는 장면은 거의 예술이다
못해 공포스러웠다.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는 쓰러지는
네라이조마드의 앞발에 깔릴 뻔했으나 간신히 피해
큰 부상을 면했다.
드래곤이 쓰러지자 루카누스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녀석이 어리고 미숙했기에 당한 것 같군....
원래 이 녀석도 당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발광하는 바람에...."
- "쿨럭..... 그나저나 다행입니다. 이제 드래곤의
위력을 봤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하는게 낳을 것 같습니다."
"휴.... 그러자구....."
루카누스와 세이타르는 온몸의 진을 다 빼앗긴 듯
털썩 주저 앉았다. 마침 버논이 깨어나 그들 곁으로
왔고 흑기사도 천천히 몸을 움직여 그들 옆으로 와서 앉았다.
용을 쓰러뜨린 자...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
라 불릴만한 영웅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
"당신들이 저 괴물도마뱀을 이길 줄은 몰랐소......
어린 하급 드래곤이었지만 정말 대단하오....."
- "후훗..... 미안합니다. 당신의 충고를 무시
해서..... 앞으론 이런 일 없을 거요....."
루카누스는 힘없이 웃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다소 회복되었는지 흑기사가 입을 열었다.
"난 레지드 피아시아스라고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도왔으니 처음 일은 없던 걸로 합시다."
레지드가 그렇게 말했지만 일행들의 표정은
별로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특히
버논과 세이타르가 그랬다. 버논이야 레스때문이었지만
세이타르는 자신과 말싸움 한 상대가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은 어째서 레스를 데려가려 하는거요?"
-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 제국에서의
신탁에 저 아이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신탁?"
레지드의 말에 세이타르가 되물었다. 그들에
대해 잘 아는 버논은 그 질문의 뜻이 신탁의
내용을 묻는게 아니라 신탁 자체가 뭔지 몰라서
묻는 것이란 것을 꿰뚫고 있었다.
"신탁이란 신에게 앞으로의 일이나 해결해야할
일에 대해 묻고는 대답을 얻는 것이라오. 대부분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미래에 대한 신탁은 그
일이 일어난 후에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기
일쑤지.... 어쨌든 무슨 내용이었소?"
- "어깨에 문신있는 아이가 노리아 초원에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아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뭔지 말하시오."
버논의 집요한 추궁에 레지드는 이왕 이렇게
된거 모두 말해버리자는 식으로 모든걸 말하기
시작했다.
"난 크레돈 제국 기사입니다. 이번 임무는
저 아이를 제국으로 데리고 가는 것.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신탁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내용은 크레돈 제국의 크론 제 3기사단장인
저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아일
데려오라고 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당신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당신들을 모두 없애
입막음을 하고 납치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술집에서
우연히 당신들을 발견하고 쫓아온 것입니다."
- "기사단장이란 사람이 그런 치사한 수를......"
세느카의 반박에 레지드는 얼굴이 붉어지며 손을 흔들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고......
물불을 가리지 말고 일을 처리하라고 했기에......"
- "쳇..... 기사가 변명이나 늘어놓고..... 실망이군요."
"아니.... 저... 내 말 좀...."
세느카에게 쩔쩔 매는 레지드의 모습에 버논과
이카루스가 미소지었다.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버논은 자신이 가려던 크레돈 제국의 기사단장이라는
말에 옳타구나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더욱 안전하게
크레돈까지 갈 수 있을거란 생각에서였다.
또 한명의 공짜 경호원이? --;
"하지만 이 아이는 지금 크레돈으로 가고 있던 중이오."
- "네에???"
버논의 말에 레지드가 놀라서 되물었다.
"크레돈 제국의 귀족 중 한명이 이 아이의 양도를
요구했소. 이 아이는 내 노예였거든....."
- "도대체.... 누가....."
레지드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는 듯 표정이 변하질 않았다.
세느카는 레스를 물건 다루듯 말하는 이들이 미워
보였다. 그러나 정작 레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누군지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 "그건 말해주고 싶지 않소! 대신 우리와 같이
간다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아..... 그렇다면 여러분들과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제 임무는 아이를 제국으로 호송하는 일이었으니까요..."
- "푸하하... 좋아요. 좋아!!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버논은 혼자 뭐 그리 좋은지 연신 낄낄 거렸다.
세이타르들은 별 상관없다는 듯 동의했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동료가 생겼다. 레지드 피아시아스라는....
"그런데 이 녀석은 죽은건가요?"
- "환각에 당하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강한 정신적 충격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바보가 되었을겁니다."
레지드의 말에 루카누스가 대답했다. 방금전 혈투가
생각나자 치를 떨었다. 루카누스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이 녀석이 깨어나면 정신병이 도저 위험하게
될 수도 있으니 서둘러 가도록 합시다."
- "그게 좋겠군요....."
모두들 루카누스의 말에 동의했다. 근처 나무들과
풀로 가득했던 곳이 허허벌판이 되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버논이야 네라이조마드의 레어를 찾아
보물을 훔치고 싶었지만 상황이 허락지 않음을 혼자서
비통해 해야했다. '아까비'
네라이조마드의 레어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일행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야영 준비를 했다.
바보가 된 거대도마뱀이 설마 이곳까지는 쫓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식사준비를 하는 세느카와 레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카루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다들 부상을
입었지만 그 지옥같은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부상도 잊고 여기까지 걸어왔던 것이다.
이카루스는 소피아의 예상대로 성직자?였나.....--;;
그녀는 치유계통의 매너 포스를 사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치유계통의 극소법을
사용하는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들보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 시동어도 외치지 않고 손만 가져다 대고 고치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레지드는 이 이상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파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래플 스페셜리스트 세이렌 한명..... 오래전에
그 사용 방법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환각을 쓸 줄
아는 환술사 세이렌 한명.... 시동어도 외치지 않고
치료를 하는 성직자 한명.... 아직 능력이 밝혀지지
않은 아름다운 숙녀 한분... 흐흐.... 그리고 노예상인
버논과 그의 노예인 신탁의 소년..... 정말 기묘한
파티로군.... 성직자는 어떤 신을 믿는지 전혀 티내지
않고 다니고 있고...... 그래플 스페셜리스트는 한쪽
팔이 금속으로 되어있고..... 환술사는 드래곤도 바보로
만들정도로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휴우..... 이런
말도 안되게 강한 파티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젠 자신까지 7명이 된 파티에 그 능력을 알
수 없는 자는 세느카와 레스 뿐이었다. 레지드는
그들의 능력도 다른 자들의 능력과 비슷할거란
생각에 기대감마져 들었다.
치료를 받고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피곤했는지
하나씩 곯아떨어졌다. 버논은 잠이 안오는지
레지드에게 다가가서는 말을 걸었다.
"아까 보니까 소드 스페셜리스트같던데...... 당신은 그거 없소?"
- "어떤거 말인가요?"
"쉐도우(Shadow) 말이오......"
- "아....."
"왜 아까 네라이조마드와 싸울 때 사용하지 않았소?
사용했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승산 있는 게임이 되었을텐데....."
- "이유가 있었습니다. 임무를 수행할 때 절대로
쉐도우를 불러내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거든요......
쉐도우를 불러내면 큰 일이 일어난다고........"
"흠.... 아무리 명령이라도 아까처럼 죽기 일보직전의
상황에서는 불러냈을거요.... 쩝...."
버논은 역시 기사는 기사구나 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돌아온 버논에게 미지의 세계로부터 온
방문객들은 쉐도우가 뭔지 물었고 버논은 그걸 다
설명할때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쉐도우..... 쉐도우란 것은 빛과 전쟁의 신인
아리네우스의 신전에서 신탁과 함께 얻을 수
있는 금속 병기였다. 제2세기에서 헤켈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가지고 있던 쉐도우는 제3세기로 넘어오면서
소드 스페셜리스트들처럼 자격을 인정받은 자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살인 병기로 탈바꿈 했다.
신의 영역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리네우스 신전에서
신탁과 함께 각자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거대한 금속 갑
옷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제2세기때의 쉐도우가 헤켈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에 반해 제3세기의 쉐도우는 실력만
가지면 어떤 종족이라도 얻을 수 있는 신의 병기였다.
종족에 따라 쉐도우의 크기와 개성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었지만 그 능력은 소유주의 능력에 비례했다.
아무리 거인족의 쉐도우가 드래곤과 맞먹는 거대한
크기라 해도 그 거인의 능력이 별 볼일 없다면 인간의 3~4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크기의 쉐도우에게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그런 멍청한 녀석이 쉐도우를 가진다는 자체도 이상하지만....
빛과 전쟁의 신인 아리네우스가 제2세기의 헤켈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페셜리스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최강의 병기인
쉐도우를 준다는 점에선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 쉐도우라는
병기에 대해서 듣고 있던 일행들도 서서히 잠이 들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돌아왔다. 거의 나흘에 걸쳐
아베룬 산맥을 지난 그들은 드디어 아베룬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바이어린 공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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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너무 급진전되는 느낌이 드네용.. ^^;; 뭐... 어디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