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因緣
<제11편 살붙이들>
②각아비자식들-5
사당골네는 앞으로 얼마나 아이를 더 낳을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젖먹이 남자아이가 네 살이라니, 머지않아 또 새 아이가 들어설 거였고 그러면, 다섯째 아이가 또 태어나게 될 거였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아기집에는 아이가 한창 모체의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태아로 자라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넷째 남자아이에게 젖을 빨릴 때 더러 보자면, 그 아이는 위로 형이 되는 아이나, 또는 누나가 되는 아이들과 완연히 딴판으로 달라 보이는 거였다.
아직 젖먹이기에 그러리라 할 순 있겠으나, 마치 뽀얗게 씻은 오이열매와 꺼먼 가지열매를 빗대보듯, 얼굴빛과 생김새가 달라있었다.
대훈은 젖먹이 적부터 부모를 잃고, 고난스럽게 자라서인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본디 얼굴빛이 그렇듯 거무잡잡하여 그에 어울리는 가시밭길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넷째 아이를 제외하고는 삼남매의 아이들이 죄다 그의 얼굴빛을 닮아 거무스름하였다.
그런데, 넷째 아이만은 백옥같이 희었던 거였다.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지는 예측불허이긴 하였지만, 나름대로 내다보자면, 그 성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수양동생이란 청년을 빼박듯 닮아갈 거라 보아야 옳았다.
사당골네와 수양동생은 라디오에 귀를 기우리고 있었으나, 천복은 이러한 상념에 빠져들어 두 남녀가 이 좁다란 골방에서 이상한 장면이 자꾸만 머릿속을 뒤흔들어대면서 떠오르는 거였다.
그러나 이제껏 그녀의 언행에서는 추호라도, 그녀가 그 이름 없는 청년과 사음의 굴레에서 들뜬 눈치는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천복은 삼종형은 살붙이었지만, 사당골네는 남이라는 생각에 도착하였다. 삼종간이면, 같은 고조할아버지의 후손으로 동고조팔촌인데, 한 핏줄이 켕기는 살붙이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내 가문으로 들어와 정절을 지키면서 혈족의 씨를 퍼뜨리겠다는 형수가 사음에 놀아나 타성 씨를 생산한다는 걸 의식하면, 대뜸 자신에게도 책임이 놓인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거였다.
삼종형 대훈은 물론이지만, 자신마저 바보숙맥이 되는 꼴이라 느끼어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삼종형이 이렇듯 부재중이라면, 마땅히 삼종동생이 집안을 지켜주어야 마땅한데, 눈을 멀건이 뜨고, 이러한 맹랑한 모습을 못 본 척하여두고, 그냥 바라만 보아야하는 건지 속으로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는 거만 같아서 속이 괴이쩍게 부글거리는 거였다.
그런데, 삼종형은 정녕 여느 때 묵중한 남자로 사사롭지 않은 면도 보이었기에 이 일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거만 같았다.
왜냐면, 넷째 아이를 보더라도, 그러할 뿐 아니라, 데리고 온 청년이 둘이나 집에 있는데, 젊은 아내를 집에 두고, 어쩌다 한두 번쯤 외지의 노가다 판에 나아갔다 돌아오는 일은 있을지라도, 이렇듯 집을 팽개치고, 늑장거리로 나돈다는 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삼종형내외가 서로 짜고, 그렇게 하리라는 생각마저 드는 거였다.
그러한 생각이 드는 데에도, 까닭은 있었다.
삼종형이 외지에 나아가 일할 형편이라 치고, 비록 열 마지기 농사를 두 청년이 짓더라도, 애시 당초 두 청년을 데리고 와서 한 가족처럼 사는 데에는 틀림없이 그 청년들과 함께 살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의 조건이 숨기어져있을 거란 생각에 미치어드는 거였다.
그렇다면, 그 조건이란 무엇일까.
게다가 삼종형내외는 이 청년들을 장가보내고, 따로 살게 만들어줄 책무가 있던가. 아니면, 그가 처가에서 어릴 적부터 자라면서 그렁저렁 굴러들어온 청년들에게 이전 장인으로부터 분배받은 재산의 소유권이 열 마지기 논이 죄다 삼종형에게만 물리어줄 리 없을 뿐더러, 그 속에는 필시 청년들 몫도 들었을 거라는 결론이었다.
그렇다고 보면, 품 팔아 잘사는 놈 못 보듯, 평생을 뜨내기로 나다니면서 벌어보았자, 두 청년 몫으로 되어있는 땅을 죄다 흡수하려면, 그네를 나아가 살게 만들어야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역부족일 게 빤하였다.
또, 그것을 한 사람씩 장가보내고, 논배미를 떼어주기로 말하면, 자식들은 주렁주렁 낳아 자기의 아들딸들도 키워 장가보내고, 출가시키어야할 일마저 뒤범벅이 되었다가는 늙게 또다시 고생길로 접어들게 될 거였다.
그래서 삼종형내외는 서로 이 청년들을 어떻게든, 농토를 떼어주지 않는 방향으로, 적은 비용을 써서 어물쩍 장가들이어 내어보내는데, 신경을 쓰다가 보자니, 별뾰족한 방법이 없자, 모종의 음모를 꾸미어 맞추었을지 모르는 거였다.
첫댓글 천복이 혼자서 이런 저런 추측을 하나봅니다
ㅎ 그렇군요. 친척집이 가까우니까 자주 가다보니
이런 것을 느끼게 되고 자기 책임감도 갖게 되네요.
우리 민족은 순혈을 좋아해서 혼혈을 싫어하지요.
그런데 일가의 아내가 방종하면 그것도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요. 어찌보면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고
분노마저 갖게 되지요. 지금은 금전주의에 모두들
미쳐서 이런 혈맥감정이 차츰 스러지고 있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