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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발맞춰 영유아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들도 그들의 노하우를 살려 노인을 위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아기들이 마시는 분유에 영양 성분을 재구성해 노인용 분유를 생산해 대박을 쳤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유업이 지난해 ‘셀렉스’라는 성인용 분유를 내놓았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영양식이다. 기저귀를 차는 노인은 이제 놀랍지 않다. 요실금 패드의 경우 기능성뿐만 아니라 ‘핏’도 살리는 식으로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다. 과거 요실금 때문에 외출에 제약을 받았던 노인들이 기저귀를 차고 활동이 자유로워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시니어라이프복지박람회(SENDEX)’에서도 영유아 관련 회사들이 시니어를 위해 개발한 제품들을 다수 선보여 방문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영유아 매트를 생산해온 (주)크림하우스프렌즈는 건국대학교 의학공학과와 공동 개발하여 노인용 낙상 방지 매트를 출시했다.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퍼즐리아의 ‘구슬 퍼즐’과 열손가락을 활용해 대뇌피질을 자극하는 ‘핑펜’ 등도 함께 전시됐다. 이 제품들의 원래 타깃은 두뇌 계발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 아동들이었으나, 시장의 흐름에 맞게 시니어들에게도 맞춤형으로 선보인 케이스다.
고령 맞춤 용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고심해야할 지점이 있다. ‘진정 시니어들이 원하는 제품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이러한 상품이 주의해야 할 것은 ‘낙인찍기’이다. 노인용 제품을 사용하면 ‘나는 노인이다’라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라 오히려 선뜻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케찹으로 유명한 회사 '하인즈'가 노인용 죽을 만들어 팔았다 쪽박을 찬 이유는 노인들은 절대 계산대에 이 제품을 올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계산하는 순간, '이가 다 빠진 노인네’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낙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함께 우회적인 브랜드 마케팅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영유아 시장은 위축되겠지만, 돌파구는 있다. 시니어들에게 유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이 시니어들의 욕구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선행된다면, 시장의 모양새는 바뀌겠지만 시장이 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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