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할 때까진 이 방법밖엔 없어요.”
미국 뉴욕시 퀸스에 사는 40대 남성 호세 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근처 교회의 무료급식소(푸드뱅크)에 들른다. 올 때마다 100m가 넘는 긴 줄에 서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도 이런 수고쯤은 당연하게 여긴다. 호세 씨는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데 일자리를 잃었으니 이곳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내가 누군지, 자격은 되는지 따지지 않고 음식을 나눠주는 게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호세 씨의 삶이 원래 이랬던 건 아니다. 그는 뉴욕 시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평범한 근로자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3월 도시에 봉쇄령이 떨어지자 곧장 해고 통지를 받았다. 반년 넘게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삶이 통째로 바뀐 호세들은 세계 곳곳에 있다. 21년간 휴지 공장을 경영했던 김복형 씨(66)는 8월 사업을 접었다. 휴지를 납품받던 사무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휴지 같은 비품 소비부터 줄였다. ‘김 사장’으로 불리던 그는 지금은 서울 종로구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 씨’가 됐다.
코로나19는 남녀노소, 국적을 따지지 않고 공격했지만 바이러스가 남긴 상처는 차별적이었다. 고소득 화이트칼라 근로자는 타격이 덜한 반면에 서비스 업종이나 자영업자, 일용직에는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 가계의 근로소득은 3분기(7∼9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특히 하위 1, 2분위 근로소득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7%, 8.4% 줄었다. 하지만 제일 상단의 5분위는 0.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집값과 주가는 연일 고점을 갈아 치우고 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일찍 찾아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로 소득과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의 경제연구소인 다이와소켄은 6월 ‘코로나 쇼크가 가져오는 격차확대’ 보고서에서 “코로나 쇼크는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지만 자산가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 자영업-비정규직-여성 직격탄… “과거보다 불평등한 경기침체” ▼
“한숨만 나옵니다. 이번 달 월세는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프랑스 파리 중심가인 마레지구에서 30년째 갤러리를 운영하는 60대 파스칼 가베르 씨의 수입은 수개월째 ‘0유로’, 즉 제로에 가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월 초 유럽을 강타하기 전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판매하면서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가 가베르 씨의 삶을 바꿨다. 도시에 전면 봉쇄령이 내려지고 준비해 온 전시와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그는 “지하 1층, 지상 1층 전시관의 임차료만 한 달에 6000유로(약 789만 원) 이상 든다. 수입이 없다 보니 임차료는 물론이고 소소한 생활비마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음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 사람들과의 만남이 필요하지 않은 언택트 업종들은 빠르게 회복되거나 오히려 수혜를 입은 반면 자영업자, 비정규직, 여성 등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는 깊은 내상을 입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호텔 청소 직원으로 일했던 아프리카계 싱글맘 스미스 씨(34)는 3월 일자리를 잃었다. 수십 곳에 이력서를 보냈는데 오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매주 100달러의 실업급여를 받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밀려서 언제 전기가 끊길지 알 수 없어 걱정하는 형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9월 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백인 여성 중 60% 이상이 일자리를 다시 구한 반면, 흑인 여성은 34%만 재취업했다. 이 비율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경우 55%, 고졸 이하 저학력자는 40%를 밑돌았다. 비(非)백인, 여성, 저학력자일수록 코로나19의 타격을 더 심하게 받았다는 뜻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월가 금융인이나 고학력 화이트칼라 등 고소득자들의 실직도 상당히 많았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예전보다 훨씬 불평등한 경기침체가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에 크게 타격을 받은 업종은 주로 여성, 마이너리티, 저소득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업종”이라고 WP에 말했다.
일본에서도 여성, 편모 가정, 비정규직 사원, 중소기업 등 ‘약한 고리’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는 올해 1분기(1∼3월)에 51만 명, 2분기(4∼6월) 30만 명, 3분기(7∼9월)에 45만 명 늘었다. 반면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 폭은 2분기 88만 명, 3분기 125만 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 직장 퇴직 40대, 공장 폐업 60대, 학업 중단 20대… 중산층의 추락 ▼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웃들의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가정 경제에 깊은 상처를 냈다. 공무원을 꿈꾸던 20대 청년은 생계를 위해 공사장을 나가고, 아들과 평범한 노후를 준비하던 60대 사장님은 일용직을 전전한다. 서울에 내 집 마련을 꿈꾸던 40대 가장의 목표는 이제 대출금 상환으로 바뀌었다. 실업률 등 통계지표 너머 현실 속의 대한민국 가족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아빠가 집에 있어 좋다고 팔짝팔짝 뛰는데 제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갑니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항공사와 대형 여행사에서 일한 40대 가장 이모 씨(40)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3월 코로나19 사태로 다니던 여행사에서 전사적 휴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한 달이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달, 세 달이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국가지원금이 나와 기본급여의 70%까지 지원을 받았는데도 손에 쥐는 돈은 300만 원이 채 안 됐다. 세 식구가 예전처럼 살 수는 없었다.
이 씨는 급한 대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애완용품 도매업을 하는 지인의 창고에서 지게차 운전도 해보고 매제가 운영하는 수학학원 보조강사로 뛰어 단돈 몇만 원이라도 벌었다. 국가지원금 대상인 유급휴직자는 겸직을 할 수 없어 번듯한 다른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아내의 한숨 소리도 깊어졌다. 유아 놀이강사로 일하며 월 300만∼400만 원을 벌던 아내는 코로나19 이후 문화센터가 문을 닫자 소득이 사라졌다.
이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내와 둘이 한 달 800만 원을 벌며 이만하면 중산층이라 생각했다. 충남 천안에 집도 장만했다.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원거리 출퇴근을 하면서도 언젠가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휴직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 씨가 갚아야 할 대출금은 어느새 2000만 원으로 불었다. 그 와중에도 다락같이 오르는 서울 집값을 보며 중산층의 꿈은 잠시 접기로 했다.
이 씨는 지난달 회사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주변에는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했지만 여행업계가 좋아지길 더는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10월 30일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회사를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송별회 대신 친한 동료들끼리 간단한 저녁식사로 15년 여행업계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씨는 요즘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무인경비시스템 대리점에서 영업일을 시작했다. “열심히 하면 괜찮겠죠. 한동안은 옛 직장 근처를 가면 좀 울컥할 것 같아요.”
이 씨처럼 여행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줄을 이을 조짐이다. 6개월로 제한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면 한계에 이른 여행사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사 출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01124/104114348/1?ref=main
나의 의견: 현재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고 원래 다니던 회사마저 짤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봤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통해 접한 실태는 코로나19가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더 불공평하고 경제력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부를 더 축척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하위 1, 2분위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0.7%, 8.4% 줄었고 5분위는 0.6%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결과를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심지어 이런 불공평한 결과가 일본 중국 미국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안그래도 그냥 살기도 힘든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더 힘든 현실이 주어진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초반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게도 도움이 되었지만 이러한 제도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고 더 근본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더 좋은 해결책을 갈구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음... 전세계 인류가 다 고통스러운 경제 현실은 맞단다.
다같이 힘내서 이겨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