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7월 25일(목)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인사하는 나무를 읽고
오랜만에 동화를 읽었다. 수업을 시작하는 녀석들의 얼굴 빛이 밝다. 그동안 3대 희극이니 비극이니, 17~18세기 영국과 미국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장편소설을 읽다보니,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너무 힘들어 했고, 수업에 참석하는 녀석들의 얼굴 빛도 어두웠는데. 오늘은 어느 때보다 해맑고 가벼워 보인다. 뭐... 어린아이들도 읽고 이해를 할 수 있는 동화책이니 그럴 것이다.
그래서 책 요약이나 느낀 점이 너무 짧다. 요약이야 짧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느낀 점도 너무 간단하다. 이럴 때 녀석들을 골탕을 좀 먹어야 한다. 이렇게 방금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서 당황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오늘 녀석들과 심도 있게 나눈 질문의 요지는 이것이다. "너가 만약 역장이라면, 회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나무를 화장의 명대로 잘라 버릴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그 나무를 자르지 않을 것인가?"
녀석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회장의 명령을 거역해서 나무를 자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녀석들의 대답이 못마땅했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슷한 예를 들어서 다시 질문을 던지며 정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 여전히 자신들은 회장의 명령을 거역하고 나무를 자르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녀석들의 그 용기를 칭찬하고 격려해 주었다. 솔직하는 나는 어른의 입장으로서 너희들처럼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녀석들의 그 무모함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었다.
진짜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모한 용기, 그 무모한 용기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기를. 아니 변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너무 많은 어른들은 쉽게 그 용기를 잃어버리고, 현실에 타협하게 되는데. 제발 그 마음과 그 용기를 늦게까지 간직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오늘 수업을 마쳤다. 오늘은 어른으로서 내가 살짝 창피하고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