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긴 지금까지도 모기,파리잡는 약하면 거의 본능에 가까운 놀라운 순발력과 재빠른 연상력으로
퀴즈의 정답을 맞추듯 에프킬라를 떠올리고 부르짖는다.
서민의 여름 한 철을 지켜준 살충제,
저공비행으로 침투하려는 모기와 파리들로부터 나와 우리들을 사수하여준 일당백의 용맹스러웠던 그 살충제가 바로 에프킬라이다.
살충제 특유의 휘발성 냄새와
꼭지를 누르면 물총처럼 쭉 뻗어나가는 분사시의 쾌감,
새총으로 참새를 잡듯 웽웽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와 파리를 향해 권총쏘듯 마구 뿜어댔던 에프킬라는
여름철 우리들만의 또 다른 놀이감이었다.
한여름의 저녁노을이 세상이라는 크다란 창문에 커튼처럼 드리우지면
엄마는 우리들의 잠자리를 챙기기 시작하신다,
저녁상을 물리고나면 마치 수건돌리기 놀이하듯
마루에 온가족이 삥 둘러앉아 잘익은 수박으로 하모니카를 불고
조금 벌려진 입술 사이로는 쉴새없이 까만 수박씨가 우박처럼 쏟아져내릴즈음
엄마는 신발장위에 올려져있는 파란색의 에프킬라를 들고서
철책선으로 경계근무를 나가는 초병의 심정으로 방문을 넘어서셨다.
"너거들 방문 열고 들어오면 안된다...알았제...."
방으로 들어가시기전 한번,
에프킬라를 다 치고 나오시어 또 한번 우리들에게 경고와 당부의 메세지를 전하셨던 엄마.
방안 가득 뿌옇게 에프킬라를 뿌려놓고 엄마가 방문을 닫고 나오시는 그 순간부터는 왜그렇게도 방문을 열고싶었을까,
그속에서 벌어졌을 치열하였던 실제상황들과 지금의 결과를 어서빨리 보고싶어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살짝살짝 방문을 열어보려다.....
"누가 방문 열었노?"
엄마의 고함소리에 우리들은 에프킬라를 뒤집어쓴
모기와 파리마냥 온 몸이 오그라든다,
"퍼뜩 방문 안닫나?"
"모기 들어간다..이놈들아...."
잠에 취하고 에프킬라 냄새에 취해 눈동자가 풀리고
몸이 흐느적거려지면 엄마는 걸레를 들고서 방문을 여셨다.
마치 한나절동안 그물을 설치해두고서 그물속의 고기를 살피려는 어부의 심정처럼.....
뒤집어져 완전히 죽은 모기,
아직도 날개를 파르닥거리며 방바닥을 빙빙 돌며 비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않으려는 파리,
죽은척 누워있다 다시 잽싸게 날아가는 모기를 사정없이 양 손바닥으로 쳐서 떡을 만들어버리는 엄마의 날렵한 솜씨란.....
"아이구,많기도해라...이 모기들 좀 바라...."
엄마는 오늘의 결과에 매우 만족하시었다,
눈에 보이는 이 전유물들로 말미암아 당신의 자식들이 좀 더 편안한 여름밤을 보낼수있게됨에
엄마는 흐뭇해하시고 기분좋아하시었다.
"엄마,오늘은 내가 에프킬라 뿌리면안되나?"
"엄마,나도 한번만....,나도...."
모처럼 오늘은 내가 에프킬라를 잡고 폼나게 권총처럼 쏘아보고싶어 어렵게 엄마에게 말을 붙여놓으면
동생들이 영락없이 훼방을 놓았다.
"에프킬라가 너거 장난감이가...안된다."
엄마 몰래 에프킬라를 뿌리다 들켜 혼났던 기억은 여름이 다 끝날때까가지 몇번이나되었을까....
화단에 개미나 이상하게 생긴 벌레만보아도 얼른 뛰어가 에프킬라를 들고와 물총처럼 쏘아대었던 에프킬라....
"야들아,약국에가서 에프킬라 한 통 사오너라"
"예!"
여름철 또 하나의 심부름꺼리였던 에프킬라....
에프킬라와 엄마의 부채,
더위와 모기의 여름으로부터 우리들을 지켜준 엄마의 사랑이었으리라....
그러고보니 에프킬라 냄새 맡아보지않은지도 꽤 오래된것같다,
에프킬라 냄새,
그것은 내 엄마의 췌취와도같아 오래토록 잊혀지지앟고 지워지지않을 향수의 냄새로 남아있다.
카페 게시글
반츨한 삶의덧정
에프킬라....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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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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