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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와의 동거가 시작되다....
은수의 방안
몇시간째, 똑같은 문장앞에서 한글자조차도 나아가지 못하고, 머릴 싸매고 좌절해하는 은수, 도통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처럼,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햐얘진것만 같다.
"아...하은수....너 왜이러냐? 어떻게 여기서 막힐수가 있냐구? 이돌팅아... 이래서 무슨 글을 쓰겠다고...
한심하다...정말...."
도통 보이지 않는 미로처럼 막막함에 그저 고갤 떨군체 머리카락을 두손으로 꽉움켜쥐며, 고뇌에 빠진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면 뭐하냐구? 내가 내 한계가 이것밖에 안되는데.... 하아...."
방안 스탠드 불빛만 환한걸 보니 이미 자정이 훌쩍 지난시간인듯 하다.
"꼬르륵~"
그제서야, 자신이 점심때부터 아무것도 위에 넣어준게 없다는걸 깨닫는 은수, 기다시피, 난지도같은
방안을 빠져나와, 방문손잡이에 의지한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우두두둑...뼈마디 마디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너무도 바람직한 관절들....
익숙한 몸에 벤 일인듯 곧장 부엌으로가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는 컵라면 봉지를 뜯어 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자나? 왜이렇게 왠종일 조용한 거지?'
사뿐이 걸어가 그의 방안에서 희미하게 세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는 은수, 왠종일 방안에 틀여박혀 산고의
고통과도 같은 창작과의 전쟁을 벌이느라, 정작, 자신의 창작의 소재인 그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단
자신의 한심한에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삐익....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에 냉큼 주방으로 가 라면에 물을 부어 나무젖가락을 입에무는 은수,
또다시 찾아오는 죽일놈의 호기심이란 녀석때문에 그의 방문에 귀를 기울이며 염탐을 시작한다.
조용~
'뭐야?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자는건가? 이씨...잘거면 불이라도 끄고 잘것이지.... 전기세 나오면 몽땅 뒤집어
쒸우지 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더더욱 방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은수, 순간
기다렸다는듯 그의 방문이 열리고, 묘한 자세로 그앞에 우두커니선 그녀의 모습에 율이 두팔을 낀체 빤히 그녀를
바라본다.
"뭐야? 너...혹시 관음증이라도 있는거야? 지금시간이 몇신데...."
"뭐시라? 관음....흠....흠.... 아니...난, 방에서 불빛이 세어나오기에 잘거면....불을 끄고 자는게 어떨까 해서...
전기세가 요즘 얼마나 비싼데.... 공공요금 오른거 몰라요? 그리고....난 그저...배가 고파서 라면이나 먹을까 해서...
저기...컵라면 하나 끓여 드려요?"
민망함에 손에든 라면을 내밀어 보이는 은수, 그의 손가락이 은수의 이마를 밀어 자신의 방문앞에서 물러나게 하고는
유유히 그곁을 스쳐지나간다.
"그딴거 안먹어"
"헐...뭐저딴게...."
애써 속으로 꾹꾹 눌러 참으며, 그의 뒤를 졸졸 따르는 은수, 그가 냉장고 문을 열더니 생수병을 꺼내
다시 돌아선다. 조금의 틈도 없이 바짝 달라붙는 두사람, 무표정한 그와는 달리 은수가 금세 그에게서
뒷걸음쳐 물러선다.
"쏘리..."
작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율, 빼꼼히 보이는 그의 방안 풍경에 은수의 감탄사가 세어나온다.
"와...정리 다 하셨네요. 우리집 맞아요 여기?"
"정확히 말하자면 내방이지 아마....그리고 너... 집에서 편하고 내츄럴한것도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안해? 지금 입고 있는거 설마...초딩체육복인건가? 이런건 어디서 사입는거야? 뭐...취향이
이런거라면 어쩔수 없지만... 영영 혼자살거 아니라면 생각좀 하고 입고 살아"
"뭐시라...."
그의 시선이 은수의 온몸을 스캔하듯 훑고 지나가고, 밀려드는 무안함에 애써 웃어보인다.
그웃음을 비꼬기라도 하듯 한심하단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방문을 닫아버리는 율.... 은수의
코앞에서 그의 방문이 굳게 닫힌다. 마지막 사살확인이라도 하듯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까지....
"헐~ 남이사...초딩체육복을 입든 몸빼를 입던....지가 뭔상관이래? 그래뭐... 니가 모델이라 이거지?
집에서 누가 봐준다고 차려입을대로 입은 지는 정상이야? 뭘 모르시나 본데...자고로 집에선 이런
평상복이? 최고란 말이지, 쳇...."
라면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전신거울앞에서는 은수, 때국물이 흐를듯 꼬질꼬질함에 검게 변색된
곰팡이 자국까지.... 내 평상복아, 대체...내가 널 언제 빨았던 거니? 니가 너무 편하기만 해서 빨아야 한단
사실 조차도 알지 못했고나 ...미안~
"뭐...이정도면 뭐.... 어때서? 벗고 있는것 보단 낫지...내집에서 내가 옷까지 맘대로 못입는 다는게
말이돼?... 우쒸..."
애써, 옷을 톡톡 털어내곤, 다시 되돌아와 라면을 드리킹하는 은수, 입안에 착착 감기는 msg의 맛에
그녀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풉...큭큭큭큭....."
헬스클럽안.... 율의 말에 박장대소하는 도윤, 손에 든 운동기구를 내려 놓고는 아예, 배를 잡고, 비웃어 댄다.
"그만하지... "
"뭘그만해... 난 재밌기만 한데....무튼...너....그여자랑 뭐 있는거 아냐? 그런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되잖아. 어떻게 하고많은 집중에
그또라이 집이냐? 그러니까, 내 말대로 내오피스텔로 들어왔음..."
"똑같은말 자꾸할래? 나도 지친다..."
러닝머신위를 내달리며, 흐르는 땀방울에 율을 향한 여심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힘든 운동을 끝내고 휴게실 테이블에 마주앉는 율과 도윤 , 타올로 땀을 닦아 내고는 이온음료를
마신다.
"한동안 무대에 서지도 못할테고...뭐하고 지낼거냐?"
"안되면 호스트라도 뛰지 뭐"
"풉....뭐?"
입안에 든 음료를 내뱉는 도윤, 율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진다.
"얼마전 강남 호스트사장이 제의하더라구. 돈은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제발 와달라고.... 모델수입보단
짭짤하지 않겠어?"
"너...그거 농담이지?"
"내가 농담할놈으로 보여?"
율의 말에 작게 고갤 젓는 도윤, 그의 얼굴에 심각하게 굳어지더니, 이내 율의 두손을 꽉 쥔다.
"한율....너...쉬는 동안 내가 돌봐주마...그러니까 그딴 생각 절대 하지마...거긴 니가 갈데가 아냐
그쪽으로 간 놈들 마지막엔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잖아, 난 니가 그렇게 되는건 죽어도 못본다"
"쓰읍...그만해라. 안보이냐? 쳐다보는거"
"그러니까 나한테 오라구. 한율"
"미친놈...."
더는 못보겠다는 듯 율이 자릴 박차고 일어나버리고, 도윤이 재빨리 그의 뒤를 쫓는다.
마지막으로 수영으로 몸을 풀고는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율, 그의 차가 도로위를 시원하게 달려나간다.
마음과 마음
은수가 밤새 피와 땀으로 집필해낸 원고가 편집장 손에 들려있고, 한동안 손에서 원고를 내려놓지 않고, 읽어 내려가던
편집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생각한 순간, 은수가 밀려드는 갈증에 앞에 놓은 물잔을 집어든다.
"원고 내용은 시놉중 일부분 이예요. 글은 이미 집필들어갔고, 편집장님 의견을 좀 들어보고 조언도
좀 얻어볼까 해서요...."
"흠...."
은수의 말에 들고 있던 원고를 내려놓는 편집장, 검은 뿔테안경을 다시 고쳐쓰고는 은수를 향해 알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내가 말한게 이거야 이거... 하하하... 일반인들은 알수없는 화려한 스타들... 베일속에 그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묘한 동성애까지... 이런게 트렌드라는 거지... 하하하.... 그래서 언제까지 되겠어? 원고는..."
여지껏 봐온 편집장의 태도와는 사뭇다른 행동에, 은수의 가슴이 왠지모를 설렘으로 가득 부풀어 오른다.
"편집장님...저기...드릴 말씀이...."
"뭐든 말해...내 팍팍 이번에 지원해 줄테니까"
...............
"계약금?"
"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좀 댕겨주실순 없는지...."
"아직 완판도 못봤는데 이르지...계약금은.... "
"그렇죠.....? 그럴테죠? 제가 뭐...그리 뛰어난....이름난 작가도 아니고....만년 쓰레기 같은 원고만 줄기차게
퍼나르고 있는데....저같은 한심한 사람을 뭘믿고 계약금씩이나 주시겠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마음과
마음.... 출판사 이름이 좋아서...꼭 여기서 책을 내고 싶었는데.... 이제부터 라도 다른 출판사를 알아봐야 할까봐요..."
편집장의 손에 들린 원고를 냉큼 뺏어 드는 은수, 될데로 되란 식으로 일단 지르고는 돌아선다.
벌써, 몇개월째 돈냄새란걸 맡지도 못했는데.... 더는 물러설데가 없다.
"거기서 하작가.... 뭐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 ...사람이 한결 같아야지...내가 그래서 하작가 좋아하는건데 몰랐어? 한국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이렇게 까지 하면 어떻하나? 다른 출판사가면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용과 믿음은 어쩌려구....
우리가 어디 한해 두해 본것도 아니고 의리가 있지..."
'그래...대머리 아저씨...그래 그거야...큭큭...걸려들었어~'
제법 두둑한 봉투를 챙겨 출판사를 나서는 은수,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내달린다. 야호~
"세입자씨...우리 외식해요"
"?"
떨떠름해 하는 그를 다짜고짜 데리고는 근처 고기집으로 들어서는 은수, 메케한 연탄불 연기에 율의 미간이
찌뿌려진다.
곧이여 음식들이 두사람앞에 놓이고, 불판위에 놓인 고기들이 먹기좋게 익어간다.
"많이 드세요"
"보아하니 백수같은데, 이건 과용아니야?"
과연 익었을까? 싶은 고기를 커다랗게 상추에 싸서 한입에 구겨넣는 은수, 동시에 율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백수 아니거든요. 직업있어요. 나.... 소설쓰는 작가라구요. 작가.... 내집에 들어온 세입자한테 한턱쏜다는데
꼭 이딴식으로 찬물 끼얹기예요?"
"거참...입에 있는거나 다 삼키고 말하지...더럽게..."
연기와 튀는 기름에 멀찌감치 앉아 물잔을 집어드는 율, 그마저도 청결하지 못한 식당안 풍경에 내려놓고 만다.
"안먹어요? 맛있는데..."
"삼겹살 못먹어. 그러니까 혼자 많이 먹어"
'하긴 니가 뭔들 좋아하겠니? 왕싸가지...'
"무슨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나 첨들어봤어요. 삼겹살 못먹는다는 소리....우린 없어서 못먹는데... 음...그럼
꽃등심 시켜드려요? 그건 괜찮죠? 이모~ 여기 이쁘게 마블링 들어간 꽃등심2인분이요"
홀안에 쩌렁쩌렁 울리는 은수의 목소리에 그녀와 마주앉은 자신이 한심하기만 한율...그저 저여자 입안으로 고기가 빨리
사라져 이자릴 끝내고픈 맘뿐이다.
대체, 저 작은 몸집안에 저게 어떻게 다 들어가는건지.... 씹긴하고 먹는건지... 누가 쫓아오는것도 아닌데 먹방의 종결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에 그동안 자신들이 알아왔던 여자들의 본질에 대한 생각마저도 뒤흔들리고 있다.
텅텅빈 불판을 보며, 왠지 모를 아쉬움에 젓가락을 쪽쪽빨고는 내려놓는 은수, 그제야 끝났단 안도감에 율이
냉큼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제 그만 가도 되는거지?"
"가긴 어디가요? 2차가야지. 이모~ 여기 게산요~"
벙져있는 율을 지나쳐 계산대로 향하는 은수, 결국 포장마차에 마주앉아서는 그녀의 주정을 듣고서야 이지옥같은
상황이 막막할 뿐이다. 단지 그녀가 집주인이란 이유만으로 .....
"그래서....그 대머리 편집장이 모란줄 아라요? 헤헤 나더러 하작가님이래요...큭큭큭...내가 3년을 그 출판사
문턱이 닳고 닳도록 드나들었는데....오늘에서야... 그인간이 나보고...하작가님이라구.....작가님.....헤헤....(금새 눈시울을
붉히는)그리고...나...오늘 첨으로 계약금이란것도 받았어요. 그래서 나....너무 기분좋아서....너무 행복해서...
한턱쏜거예요...영광인줄 알아요"
뺨위로 눈물이 흐르는걸 아는지 모르는집 입으로는 연신 웃는 은수를 보며, 율이 소주를 입에 털어마신다.
"진짜 그집엔 혼자서 살아온거야?"
"예스...."
"다른 가족들은? 부모님은 따로 사셔?"
"우리 부모님? 저기(하늘을 가르키는)계셔요 두분다.... 여행 다녀오시겠다고.... 하루만 자고 돌아오겠다고
다녀오면 꼭 같이 바다로...산으로 함께 여행가자고 하더니.... 그약속 지키지도 않고.... 나만두고....
그렇게.... 둘이서만.... 그럴거면 나도 데려가지... 나혼자 이렇게 외롭지 않게...그냥 나도 데려가지...이씨...힝...."
흐르는 눈물을 결국 참지 못하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은수, 율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려 하자
동시에 은수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웃으며 고갤 든다.
"흡...이모....여기 양파가 넘 매운가 봐요...자꾸 눈물 나잖아....창피하게...."
애써 웃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잔에 술을 따뤄주는 율, 소주 3병을 비우고서야, 그녀의 입에선
아무말도 들을수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그대로 뻗어있는 은수....
"하아....콩알만한 기집애가 뭐가 이렇게 무거운 거야? 먹어댈때부터 알아봤어야 해.....하아..."
율의 발이 갈지자로 힘겹게 옮겨진다. 그의 넓다란 어깨에 기대 잠든 은수, 꿈이라도 꾸는듯
입가에 미소가 가득 번진다.
"음....아....빠.....엄....마......"
그녀의 뺨위로 한방울 눈물이 흘러내리고 이내 율의 목을 두팔로 감싸안는다.
그리고.....다음날....
눈부신 햇살에 힘겹게 눈을 뜨는 은수, 어젯 밤 마신 술기운이 한꺼번에 밀려드는듯 급히
화장실로 직행한다.
우욱.....
어제 먹고 마신걸? 결국 다 확인 하고서야, 비틀거리며 화장실에서 걸어나오는 은수, 거실 소파에
걸려진 그의 옷가지들과 하얀색 종이를 보고는 천천히 그곳을 향해 다가선다.
"우웁...냄새..후....뭐야? 이남자...토한거야?"
천천히 종이를 손에 쥐는 은수, 종이에 써진 내용들을 읽어내려가던 은수의 숨이 턱하고 막힌다.
[어제 내게 무슨 짓을 한건지 이진 않았겠지.? 드라이 크리닝 필요한 옷이니까 세탁소에
맡겨둬. 그리고, 화장실 깨끗하게 왁스로 청소해 두고, 집안에 냄새 빠지게 제대로 환기 시켜놔
돌아와도 술냄세 , 토냄새에 쩔어 있음 당장 보증금 준비해 둬야 할거야. 정신적 위자료도 함께...세입자 한율]
빠드득..... 종이를 뽀개고는 털썩 자리에 주저 앉는 은수, 물밀듯 밀려드는 어젯밤의 일들?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야 만다.
그의 등에 기대 그대로 먹은걸 쏟아 냈던 참담하고 엽기적인 기억.....집에 돌아와서도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추태를 부린
진상짓들...
"미쳤어....넌 미쳤거야 하은수....대체 어쩌자고...."
냉큼 옷을 갈아입고는 집안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여는 은수, 여느때처럼 삼선슬리퍼를 끌고는 그의 옷을 들고
세탁소로 향한다.
세탁소주인 이모와의 수다한판
"그래서 그 잘생긴 총각한테 방을 세줬다고? "
"네...근데 잘생기면 뭐해요? 승질이 개차반인데..."
"그래도 난 고로코롬 잘생긴 총각이랑 하루라도 한집에서 살아나 봤음 소원이 없겠구만....암튼 좋겠어 총각 처녀가
한집에서...큭큭큭...아이~ 망측해라"
"어머...아줌마 무슨 상상을....?? 그럴일 절대로 없거던요.... 네버...에버...절대....그리고 그사람... 동...."
"뭐? "
"동... 동생같이 동안이라 제타입 아니라구요...."
"그려? 누가 뭐래? 평양감사도 저싫으면 그만이지...헌데 이걸 어쩌다 이렇게 됐대? 꽤 비싼옷 같은데 다 버려놨네..."
"깨끗하게 드라이해주세요. "
"얼굴은 곱상하더니 술은 말술인가봐. 이지경까지 마셨으면...."
"그...그러게요...젊은 사람이 작작 마시지...잘부탁해요 이모..."
내심 찔리는 맘에 삐쭉거리며, 세탁소에서 나와 입에 쮸쮸바를 물고 집으로 향하는 은수, 한손엔 두부봉지를 들고
뱅뱅 돌리며, 발길을 옮긴다.
삐ㅣ삐삐....
번호를 누르려다 말고 열리진 문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가는 은수, 벌써 그가 돌아온건가 싶은 맘에 괜실히 맘이 쫄아든다.
"하이~ 오랜만이예요"
집안으로 총총 들어서는 은수를 맞이하는 도윤, 당췌 이노무스끼들은 몸에다 광채나는 왁스를 바르는 건지 온몸에 풍기는
광채포스에 눈이 부시기 까지 하다.
"아...안녕하세요"
냉큼 쮸쮸바를 입에서 떼어내고는 고갤 숙이는 은수, 율이 맥주캔들을 두손에 쥐고 주방에서 걸어나오자 괜시리
몸을 움츠린다.
"옷은?"
"마...맡겼어요. 환기도 시켰고...욕실도...깨끗이 청소 해 뒀어요"
"됐어. 그럼..."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율의 시선에 은수가 냉큼 자신의 방으로 향해 뛰듯 걸어가고, 방문 손잡이를
막 잡으려는 순간 도윤이 은수의 팔을 붙든다.
"괜찮으면 우리랑 한잔할래요? 내가 넉넉하게 사왔는데"
"에..?"
"됐어. 난 술버릇 안좋은 사람하곤 술안마셔"
'뭐..누군...저랑 먹고 싶대?'
"저...하던 일이 밀려서...두분이서 드세요...그럼..."
풀죽은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은수, 그녀의 방문이 굳게 닫히자 율과 도윤이 소파에 기대 앉는다.
"같이 마시면 좋을텐데..."
"됐어. "
도윤을 향해 캔맥을 건네는 율, 거실로 향한 벽에 귀를 갖다 대는 은수의 모습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소근소근...
무슨 소린가 들리긴 하는데 도무지 뭔말인지는 알아들을 수는 없는....
"이래서야 저인간을 이집에 들인 이유가 없잖아...자그마치 300이야....300..... 뭣들하는거야? 이 벌건 대낮에...
에라 모르겠다...."
맥주캔을 마시며, dvd화면에 눈길을 고정하는 두사람.... 패션쇼현장인듯한 화면.....
딸까...윽....
맥주캔을 따던 율의 손가락에 파가 맺혀 떨어지고, 도윤이 냉큼 율의 손을 잡아 챈다.
"괜찮아? 조심좀 하지..."
도윤이 무심코 율의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 피를 지혈하고 , 방에서 작심하고 나온 은수의 눈에
이두사람의? 묘한 광경에 눈길이 멈추고 만다.
"됐어...내가 해....너,거기서 뭐해?"
율이 도윤을 밀어내고 은수를 빤히쳐다보자, 은수가 그제야 누빛을 거두고 돌아선다.
"목이 말라서...난...물을 마시려고.... 죄송합니다....하시던거 계속..."
물은 가져가지도 않고, 냉큼 방안으로 사라지는 은수, 도윤이 티슈로 손가락을 감싸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똑똑...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은수가 조용히 문으로 다가가 방문을 연다.
"무...무슨?"
"너, 물마신다며"
"아....맞다..."
율이 건네는 생수통을 받아드는 은수, 살짝 고갤 숙여보이고는 다시 방문을 굳게 닫는다.
두근두근.... 이런거였구나.... 각오는 했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왜이렇게 야동이라도 본듯 흥분되고
온몸이 경직되는듯 굳어지는 건지....
역시 눈으로 보는게 최고라는듯 은수의 컴퓨터위 자판을 두드리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자판위를 춤을 추듯 현란하게 움직이는 열개의 손가락들....
자신도 모르게 시간은 밤이 되고 새벽이 지나...또다른 아침을 맞이한다.
첫댓글 재밌게 잘보고가요~~~
네^^ 감사합니다.
재ㅁ밌어요
진짜요? 이맛에 글씁니다 제가....
ㅋ잼잇게잘읽엇습니다~ ㅋㅋ
연달아 읽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홧팅
볼수록궁금해요^^
기대되여 !! 재밋어여!~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