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장장이 이석현 시인을 모십니다.
2002년 『작가정신』으로 시단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시하늘과의 인연은 10년이 넘습니다.
포스코에 기술자로 근무하면서 자칫 딱딱한 쇠와의 동질성 회복을 위하여
문학의 길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쇳물을 정제하여 쓸모 있는 제품 하나 만들기까지
투여된 각고의 노력이나 노하우가 시를 쓰는 것에 버금간다고 볼 때
잘 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첫 시집 『둥근 소리의 힘』(문학만, 2010)으로 그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표4에서 김명인 시인은
‘그의 시편들은 오래 담금질한 쇳덩이처럼 굳센 바가 있으니,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으로부터
삶의 비의를 포착해내는 눈썰미가 강인하고도 날카롭다.’하셨고,
고재종 시인은
‘그는 바로 노동과 사랑의 존재 구현에 성실과 신뢰로 답해온 것이니,
그를 일러 ’아름다운 사람’이라 명명할 때
사방 어디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소리가 어찌 아니 들려오랴.’ 하였다.
회원들과 함께 모여 시를 이야기하고
시의 한 계절을 건너가는 모습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시 낭송회는 詩하늘 송년회를 함께 가지고자 하오니
바쁘시더라도 짬을 내시어 곡 참석해 주시면 고맙습니다.
-초대 일 : 2010년 12월 2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못 레스토랑 '케냐'
-회비 : 1만원, 나머지는 초대시인께서 지불하십니다.
-제공 : 시하늘 겨울호, 시 낭송용 소책자
-음악 : 최봉학 색소폰 연주자
-현장에서 시하늘 후원회 가입 받습니다.
-연락처 : 가우 박창기010-3818-9604/제4막 권순진 011-9080-1296
*이석현 시인
-충북 충주 출생
-2002년 『작가정신』으로 등단
-포항문학 회원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 회원
-시산맥, 詩하늘 회원
-포스코 근무
*시편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용접
-이석현
온몸으로 젖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
보안경 너머로
삼천도 불꽃물의 길을 터주면
두툼한 방열복 속으로
후끈 스며들던 고열의 마음들
서로 녹아 넘치도록 혼절해야만
한 몸 되는 힘겨운 접목
뼈와 살을 녹여내는 아픔을
나눈 후 태어난 신생
기억을 가로지르는 고압선에서 나온
수 많은 불티들을
온 가슴으로 막아내다가
지나온 길을 더듬어 균열을 살핀다.
마음과 마음을 묶는 일이
얼마나 뜨거운 일인지
시뻘겋게 달아
온 몸으로 젖어 본 사람은 알 수가 있지.
천정에 사는 남자
-이석현
천정에서 25년째 일하는 남자가 있다.
곧은 길보다는
굽은 길을 더 좋아하는 중년의 나이
오직 그가 갈 수 있는 길은
곧은 직선의 길뿐이다
벽 유리로 3면이 막힌
엘리베이터만한 허공운전실
그 안에서 하루 3할을 혼자 일한다
고독이란 말은 그에게는 사치.
졸면 죽는다, 라는 슬로건이 보이는
등의자에서 잠깐 어깨를 펴면서
그는 아득한 옛날을 생각한다
누나 등에 업히거나
엄마 팔에 안기던
그 곡선의 편안함에 대하여
오늘도 상-하-좌-우 직선만을 고집하는
천정크레인 운전석에 앉아서
무심한 콘트롤 레버에 힘을 가한다.
건물 밖 하늘 위에 보름달이
둥근 길을 혼자서 간다.
휘어진 길도 아름다워 보이는
수당
-이석현
월급날 퇴근시간
현금은 은행으로 자동이체 되고
텅 빈 가슴, 그 속엔
덤으로 받은 목숨 값 있다
군 3년 철책선 안에서
생명수당 180원 덤으로 받았고
지금은 생산 현장에서
안전화에 안전모로 무장하고
환경안전수당을 덤으로 받는다.
이 돈은 수당手當인가
수당壽當인가
아버지의 지게
-이석현
휴식은 몸으로부터 마음의 끈까지 풀어 줍니다
잡았던 몽키 스패너를 땅에 놓고
담배 한대를 피워 뭅니다
지게차는 힘이 정말 장사입니다
오로지 전진-후진-상승-하강 만을 고집하며
아무리 무거워도 굽어지지 않는 허리를 가진
지게차를 보고 있으면, 아버지
아버지의 지게가 생각 납니다
아버지는 무지개처럼 휘어진 허리로
꿈의 등짐을 늘 지고 다니셨습니다.
사계절 모두 업고 논으로 밭으로 산으로 들로
산처럼 쌓인 짐을 성큼 달려가
번쩍 들어 올리는 지게차를 보면서
아버지가 평생 지어오신
등짐의 무게와 조심스레 비교해 봅니다.
반질 한 등 태와 달아 헤진 밀삐
고갯길마다 무게중심을 잡아주던 지게작대기까지
나의 눈 속에서 점점 그 무게가 심어지면
휴식시간처럼 편안하게 아버지가 오셨다 가십니다
가벼운 짐마저 지기를
힘겨워 했던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바람을 만나다
-이석현
국립 청주박물관 제2전시실에서
기원전 300년 고대철기문화를 관람하다가
바람을 불어 넣는 손풀무로
풀무질 체험을 해본다.
어라!
철 속에도 바람이 들어야 하느니
강한 바람을 집어 넣어야
강한 철이 만들어 지느니
그래야 바람을 가르는 칼도 만들어 지느니
30년간 철공장에서
이런 저런 철을 만들어 내고도
손 풀무질 체험으로
이제 와서 그걸 깨닫다니
전시실을 나와
상당산성 골짜기로 생생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몸 속 깊이 바람을 집어 넣어본다.
세상에 모든 것은 바람을 만나야 단단해 지는가.
이 바람 맞으면
약한 나의 몸 강해 지려는가
둥근 소리의 힘
-이석현
백련사 저녁 종소리에
눈앞이 환해졌어요
대웅전 앞 배롱나무 꽃송이들
입 안 가득 종소리 머금었다 뱉어주니
수천의 동백 잎 좋아라 입맞춤 합니다
손사래 치는 초록향기 받아먹고
구강포 바닷고기 몸을 불려 튀어 오르면
동심원을 그리며 미소를 띄웁니다
둥근 소리로 구르면서
나도 깨우고 너도 깨우고
구르고 굴러 지구도 돌리고
꿈틀 거대한 힘으로 살아서 우주를 돌리는
백련사 저녁 종, 그 환한
소리 소리 소리
모래시계
-이석현
기다림도 순간이다
가야 할 길은
오직 하나
서두르거나 다투지 말자
뒤집어 바꿔놓고 보면
앞서 가는 너 보다
내가 더 빠른 법
산다는 것은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천천히 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바람(風)
-이석현
구만리 청 보리 곁에는 애인처럼 늘 바람이 있다
바람이 없었다면 없었을 술렁거림
술렁거림이 없었으면
고요하기만 했을, 삶
가만이 눈 맞추니
술렁술렁
흔들림의 연속이어라
바람을 맞으며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 서로 닿고 닿아서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출렁출렁 함께 흐르는 것
흐르는 것도 출렁거리며 흘러갈 때 아름다운 법이라지
청 보리 익어가는 구만리
보리 한 알에도
흔들리며 해 뜨더니 달 진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바람에 몸 섞여
출렁출렁 흐르면서 황금으로 익어간다
그대에게로
-이석현
새벽 길 달려 그대에게로 간다
시리던 별빛 이미 여위고
눈썹 달 빠진 호미곶에 몸이 부푼 파도도 붉어져 온다.
밤안개 속 길을 열던 등불이 심지를 낮추고
따사로운 햇살 모으는 동해의 봄날
가슴먼저 달려가는 그대의 길은
이미 밤을 새운 기다림으로 투명해지고 있는 것을...
내 가는 길이 나에게 이르기 전에
그대 가는 길이 그대에게 이르기도 전에
이미 홀로 빛나고 있는 것을....
그대에게 말하려
그대 나에게 말하려 발소리 죽이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오늘
우리 함께 가는 참 따뜻한 이길
아내의 남자
-이석현
연애시절 아내의 지갑을
몰래 훔쳐보았을 땐
은발의 리차드기어가 있었고
결혼 전,후 용모 단정했던
내 모습이 한참을
자리하고 있나 싶었는데
이내 아들 돌 사진으로 바뀌었더군
허둥대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한참을 잊고 살다 어쩌다 열어 보니
군대 간 작은 아들이 빡빡머리
군기 바짝 든 모습이 자리했다가
얼마 전부터 파마머리 개구쟁이
외손주 녀석을 넣고 다니며
다이아반지가 생긴 듯 아내는
은근슬쩍 여기저기 자랑하더군
몇 년 주기로 바뀌는
아내의 지갑 속 남자들
누굴까 그 다음은,
첫댓글 이석현시인의 '바람' 제가 낭송해도 되지요?^^
반가운 말씀입니다.
이석현 시인의 일상을 잠깐 엿보았습니다.ㅎㅎ ^^ 언젠가 해국 만나러 갔던 날 따스했던 배려를 기억합니다.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낭송할 시 한 편 미리 찜하시지요?
'둥근 소리의 힘' 찜 할까요? ^^
2006~2008, 삼 년 동안 해국 나들이 할 때 애쓰신 분이라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낭송하실 분은 말씀해 주세요!
1. 용접 - 매발톱님
2. 천정에 사는 남자
3. 수당
4. 아버지의 지게
5. 바람을 만나다
6. 둥근 소리의 힘 - 여름안개 도경 님
7. 모래시계 - 김정일
8. 바람 - 연화 님
9. 그대에게로 하모하모 하정철 님
10. 아내의 남자
저도 해국 만나러 갔을 때 뵈었던 시인님이라 참여하고싶은데
3일이 막내 기말고사 날이네요 ... 제가 봐줘야해서요 ...^*^
그러네요. 아이들 시험치기 전날은 중국집과 다른 음식점 배달 전화가 불이 난다 그러더군요.
올해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여주세요.
11월 28일날 뵈올게요^*^
'그대에게로' 낭송하고 싶습니다. 송년회를 겸한다니 더욱 더 기다려 집니다.
고맙습니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이석현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낭송회때 뵙겠습니다. 1번 용접 예약하겠습니다. 아버지 모시고 갈 수 있으면 함께 가고 싶네요. 낭송은 아버지 몫으로 남겨두고 싶어서입니다.
모처럼 조용할 것 같으니 아버님과 함께 오십시오
이석현 시인님 뵈온지가 오래되었네요. 시 낭송회날 뵙겠습니다.
아마 복효근 시인 초대낭송회 때 오셨지요?
이렇게 모시게 되어 무척 반갑답니다.
12월 모임은 갈 수 있으려나? 어렵다고 봐야될 듯 싶습니다만 뵐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신세진 것 갚으려면,
시하늘 송년모임도 겸하는데 월차 내고 오세요....................
함께 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사랑이 나누어집니다. 같이 오십시오.
해인복지법인 김정일 대표이사에게 시낭송을 맡깁니다. 참고로 김정일 대표이사는 제 시집 "공증정원" 출판기념 시낭송회때 경북과학대 교수 신분으로 사회를 맡은 분입니다.
지금도 같은 신분이지만, 낭송인의 정서를 감안하여 시 "용접"의 할애를 부탁합니다. 시를 좋아하는 제자 몇 분과 동행하겠습니다. 이석현 시인의 출판기념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다만 시낭송은 마지막 순서로...기말고사 감독 관계로 좀 늦을 수 있어서...^^
외길 님
고마운 말씀인데 '용접'은 이미 매발톱 님 부친께서 낭독을 하신다고 벌써 예약을 하셨는데,
다른 시로 하시면 어떨까요?
그렇군요. 그럼 "모래시계"로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날 뵈어요
참석할게요^^.. 고운님들 뵈러요..
보고싶어하는 분들이 무척 많아요.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시하늘 가입한지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도 넘었네요^^
이런 저런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활동도 못했는데...
엇그제 중국출장 갔다 돌아왔어요.
가우님을 비롯한 시하늘 식구님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 올리며 목요일 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졸시 낭송해 주신다고 신청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모시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시하늘 들어오실 때마다 흔적 남기기(댓글 달기)로 갚으십시오. ㅎㅎ
오늘이네요,,아직 찜하지 않았다면 "아내의 마음"을 낭송하고 싶네요..
너무 수고많으신 시하늘의 운영자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낭송 솜씨에 반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