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설(大雪)이라...
계엄령이 몰고온 혼란스러운 정국에 맞는 12월 7일 대설이다. 큰 대(大)에 눈 설(雪)을 써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대설이라고 하고 태양이 황경(黃經) 255˚에 위치할 때로 음력으로는 11월에 위치하니, 24절기 중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겐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농촌에서는 새해 맞이 준비를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하다. 올해 절기는 오늘 7일 대설(大雪)과 21일 동지(冬至) 두 절기만 남았다.
과거에는 가을에 수확한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하고 행복한 시기이기도 했다.
정학유(丁學游)의 '농가월령가'를 한역(漢譯)한 것같은 '월여농가'를 쓴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로 대설의 의미를 찾아 본다.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 /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
시유중동위창월(時維仲冬爲暢月) 때는 바야흐로 12월 이니
대설동지시이절(大雪冬至是二節) 대설과 동지 이렇듯 남은 두 절기에
육후호교미각해(六候虎交麋角解) 호랑이 짝을 찾고 사슴이 뿔 빠지며
할단불명구인결(鶡鴠不鳴蚯蚓結) 산새는 울지 않고 지렁이 숨어 드네
여내정출수천동(荔乃挺出水泉動) 부추는 싹이 나고 맑은 샘 솟아나니
신시유한구시루(身是雖閒口是累)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
유(維 벼리 유) 어느덧, 바야흐로 미(麋 큰 사슴 미), 할단(鶡鴠 높은 산에 산다는 전설의 새), 구인(蚯蚓 지렁이), 여(荔 겨울에 싹트는 풀, 힘을 다하여 피어나는 꽃), 루(累 묶을 루) 포개다, 호(虎) 범처럼 생명을 잉태하는 동물, 할단(鶡鴠) 하늘을 목이 메이도록 갈구하는 새, 여(荔) 추운 겨울에도 부추(韭)처럼 싹을 키우는 식물, 수천(水泉) 샘물, 새롭게 끝없이 솟아나는 자연의 생명력
이렇게 대설 즈음의 겨울이 되면, 옛날에는 집에서 누런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해 반찬의 밑천이 되는 장맛을 결정하는 것이 메주이기에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잘 씻은 콩을 고온에서 충분히 삶아 익히고, 둥글넓적하게 혹은 네모난 모양을 만들고는 알맞게 뜨면 짚을 열십자로 묶어 천장에 매달아 뒀다.
유년의 고향 집 그 노릇한 메주 냄새를 추억하는 분들도 많지만 역시 이 겨울을 상징하는 것은 눈이다.
본격적으로 겨울을 알리는 절기, 대설을 맞으며 세상의 모든 허물과 잡사를 영롱하게 옥빛으로 덮어주는 푸근한 눈의 마음으로 겨울을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