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놓고 미국과 프랑스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1876년 프랑스가 미국에 보낸 선물입니다. 높이는 93m이고 무게는 204톤정도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입니다.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과 이민자들에게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머리에는 각 대륙을 나타내는 뿔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고 오른손은 횃불을 치켜들고 왼손에는 독립선언서를 안고 있습니다. 여신상의 발부분에는 사슬과 족쇄가 있는데 이는 여신이 자유를 옥죄는 속박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유의 상징이자 민주주의 가치를 의미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자유의 여신상을 놓고 미국과 프랑스간의 말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프랑스의 라파엘 글룩스만 국회의원이 "우리는 폭군의 편을 들기로 한 미국인들에게 과학적 자유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연구자들을 해고한 미국인들에게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한데서 발생했습니다. 글룩스만 의원은 프랑스는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로 주었지만 미국인들은 그것을 싫어하는 모양이라면서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보다는 오히려 프랑스에서 잘 지낼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글룩스만 의원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회하려한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인물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젊은 혈기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말하기로 유명해진 미국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프랑스인들이 지금 독일어를 공영어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은 오직 미국 덕분이라면서 그러니 프랑스인들은 이 위대한 나라에 매우 감사해야 한다고 되받아쳤습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했던 프랑스가 미국의 2차대전 참전이 없었다면 아직도 독일치하에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프랑스의 글룩스만 의원은 미국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면서 자유의 의미를 손상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한 것에 반해 미국의 렛빗 대변인은 자신들이 군사력으로 프랑스를 해방시키지 않았다면 지금의 프랑스는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프랑스 도움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어찌보면 현문우답적인 성격의 말싸움입니다. 프랑스 의원이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는 말은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는 미국이 제대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나라가 되어달라는 것이지 액면 그대로 자유의 여신상을 떼내서 돌려달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당시 미국의 힘만으로 프랑스를 해방시킨 것이 아니고 영국과 미국의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하면서 이뤄진 것입니다.또한 미국은 그동안 망설였던 2차대전에 참전하면서 세계 대공황을 극복하고 미국이 현재와 같은 초강대국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것을 놓고 보면 어쩌면 미국이 프랑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또한 프랑스는 과거 지배하고 있던 지금의 미국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매각했기에 현재와 같은 미국의 초강력국가 건설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는 입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가 점차 훼손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정치지도자는 물론 그 나라의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보존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힘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는 대단히 위태로운 국면에 놓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무시한 채 권력자들의 논리로만 판단하고 무력을 강행할 경우 민주주의는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속에 위치하는 것이지 그런 의미가 없는 자유의 여신상은 그냥 고철에 불가합니다. 민주주의 가치와 자유의 힘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전리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유의 여신이 자신의 발에 묶여져 있는 사슬을 끊고 당당하게 횃불을 들고 가는 모습속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자유를 발견해야 합니다.
2025년 3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