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의 시대 / 최경선
쓰지 못하는 우산*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공실이 점령군처럼 주둔하고 있는 골목 자고 일어나면 점포 임대 현수막이 투항하는 자세로 펄럭입니다
한때 네온사인 화려했던 자랑거리는 걱정거리가 되고 우산심벌이라 하지요
북적이던 사람들은 시나브로 줄어들고 폐업이 탈출구가 되어버린 어느 자영업자는 부러진 의자와 함께 어디론가 수거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이는 찢어진 우산을 쓰고 또 다른 이는 자루 빠진 우산을 어느 날엔 우산과 함께 통째로 날아가 버린 사람도 있지요
줄다리기를 하는지 자꾸만 뒷걸음치는 발길들 속을 게워낸 점포 몇 개는 거미줄에 걸린 하루살이처럼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네요
아웃도어 매장 점주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하지요 여름을 좋아하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카페 사장은 돌아오지 못할 휴양지로 떠났는지 커피 머신만 덩그러니 남아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금은방 주인이 낡은 파리채로 적막만 탁, 탁, 내리치고 있습니다
녹슨 간판을 붙잡고 소소리바람이 덜컹거릴 때
쇼윈도우는 자꾸만 창백해져 가고 어둠살 내린 골목마다 고양이들이 갸르릉 폐허를 핥습니다 지금은 우산을 잃어버린 시대 소낙비를 맞으며 가로수들이 우의처럼 추적추적 젖습니다
* 노란우산공제.
-- <애지> 2026년 여름호 --------------------------------
* 최경선 시인 신경주대학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2026년 『애지』등단. 2023년 신라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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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인 미국에는 적어도 극빈자가 6,000만 명이나 된다고 하며, 이 극빈자의 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소수의 10%의 인간들이 이 세상의 부의 50%를 독점하고 있고, 대부분의 80%의 인간들이 전체 부의 10%를 갖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부자는 더욱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더 가난해 진다. 이 양극화의 구조는 부의 공정한 분배의 차원에서는 아주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가 있는데, 왜냐하면 사유재산제도를 없애고 부의 대물림을 허용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제도와 부의 대물림을 없애지 않는 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구조’는 더욱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토지와 화폐와 금은보화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재산이 많아지면 대부부의 사람들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강자가 경제적 약자를 뜯어먹고 사는 사회이며, 어느 국가나 사회가 풍요해질수록 그에 못지 않게 최저 생활에 시달리는 빈민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풍요로운 사회는 빈곤을 구조적으로 생산해 내는 사회이며, 이 빈곤을 은폐하고 눈가림하기 위하여 ‘노란우산제도’와도 같은 사회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업 사회로, 서비스업 사회에서 전자산업 사회로, 전자산업 사회에서 인공지능 사회로의 너무나도 엄청나고 급속한 변화는 매 단계마다 수많은 사업과 직업들을 없애고 새로운 사업과 직업군들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실업은 컴퓨터 실업이며, 온라인 전자상 거래와 쿠팡과도 같은 배송사업은 매장 중심의 점포들을 다 폐업시키고, 수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노란우산공제란 무엇인가? 노란우산공제란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매월 일정액을 정립해 폐업, 질병, 사망, 퇴임, 노후 시 생활의 안전과 사업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하지만, 오늘날 [폐업의 시대]를 맞이하여 노란우산공제는 물론, 그 어떤 보장제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저기/ 공실이 점령군처럼 주둔하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점포 임대 현수막이/ 투항하는 자세로 펄럭”인다. “한때 네온사인 화려했던 자랑거리는 걱정거리가 되고”, “북적이던 사람들은 시나브로 줄어들고/ 폐업이 탈출구가 되어버린 어느 자영업자는/ 부러진 의자와 함께 어디론가 수거되어버렸”다.
컴퓨터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세주이며, 전지전능한 악마가 만든 걸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인터넷 세상과 스마트폰 세상을 가능하게 한 것도 컴퓨터이고, 인공지능 세상과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게 한 것도 컴퓨터이다. 컴퓨터는 이 지구촌을 하나의 사회로 묶었으며,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대로 인간과 자본과 상품들이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모든 산업장 마다의 전산화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시켰고, 전자상 거래와 배달업체의 등장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던 전통시장들을 다 붕괴시켰다. 공실이 점령군처럼 등장하고 폐업이 탈출구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어떤 이는 찢어진 우산을 쓰고/ 또 다른 이는 자루 빠진 우산을” 쓰고 있지만, 그 어떤 우산도 다 소용이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줄다리기를 하는지 자꾸만 뒷걸음치는 발길들/ 속을 게워낸 점포 몇 개는/ 거미줄에 걸린 하루살이처럼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고, “여름을 좋아하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카페 사장은/ 돌아오지 못할 휴양지로 떠났는지” 그 종적을 찾을 수가 없다.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금은방 주인”은 “낡은 파리채로 적막만 탁, 탁, 내리치고 있”고, “쇼윈도우는 자꾸만 창백해져 가고/ 어둠살 내린 골목마다 고양이들이 갸르릉 폐허를 핥”는다.
오늘날은 컴퓨터가 인공지능으로 너무나도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오직 소수의 자본가들만을 위하여 축배를 들고 있는 사회라고 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금은 우산을 잃어버린 시대”이고,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 일터를 잃어버리고 생존의 위기에 몰린 시대라고 할 수가 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일론 머스크, 저커버그, 이재용, 최태원, 잰슨 황 등, 이 억만 장자, 아니 조만 장자의 출현으로 지구촌이 날이면 날마다 축배를 들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인문주의와 인간의 죽음의 증거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최경선 시인의 [폐업의 시대]는 극사실주의의 진수이며, 자본주의가 더욱더 고도화되고 극단화될 때, 그 어떤 사회보장제도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컴퓨터는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언제, 어느 때나 일회용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버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컴퓨터, 즉, 돈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이지, 돈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최경선 시인의 [폐업의 시대]는 자본주의적 소모품 인간의 죽음을 뜻하지만, 오히려, 거꾸로 소수의 자본가들의 이상적인 천국의 신호탄을 뜻한다고도 볼 수가 있다.
최경선 시인의 [폐업의 시대]는 오늘날 최고의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복지제도란 하나의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으며, 요컨대 대 사기꾼들의 잔혹극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인간이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다 허사이고, 따라서 최경선 시인의 [폐업의 시대]는 자본주의 사회의 최후의 종말이자 조종 소리라고 할 수가 있다.
- 반경환 (평론가) 명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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