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자 방송된 '스펀지' 내용에 대하여 추가로 궁금증을 가지는 분이 계실 것 같아 보충 정보를 정리해 봅니다. ^^
신설동역 지하3층 승강장은 왜 생겨났는가?
시간은 1971년 최초의 지하철 착공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양택식 시장 재임기였던 당시 서울시청에서는 도시고속철도(지하철)의 건설을 결정하고 일본 JARTS 에 용역 및 자문을 구해 방사상 5개 노선의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추진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계획안을 보면 지하철을 처음 시도하는 도시치곤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가 많이 보입니다. 경원, 경인, 경부선을 전철화하여 광역전철을 운행한다는 발상. 광역전철과 지하철의 직결운행. 많은 수요가 예측되는 종로선 도심구간 (종각-동대문구간) 에는 1호선과 5호선을 방향별복복선으로 건설하겠다는 내용 등등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도1]에 나타내어 보았습니다.
제1차 사업으로서 서울역-청량리역 간 종로선 및 그와 직결운행되는 광역전철선이 착공되었습니다. 또한 1호선과 직결운행될 예정이었던 5호선의 일부구간 토목시공도 미리 하여 땅을 두번 파헤치는 수고를 덜고자 했습니다. 일단 5호선과 1호선이 입체교차하는 난공사 구간인데다, 향후 1호선 전동차의 기지인입선으로도 활용될 동대문-동대문구청 구간은 미리 건설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종각, 종로3가, 종로5가, 동대문의 4개 역에는 복복선 구조물이 미리 설치되어 궤도만 놓으면 언제든 쌍섬식 승강장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준비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신설동역' (당시 이름 동대문구청역)이 건설된 것이 바로 이 때 (1971-1974) 입니다. 2호선의 어느 역보다도 빠르게... 심지어 2호선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건설된 것입니다.
이 역의 구조는 지하구간에서의 입체교차를 위해 상하행 승강장이 아래위층으로 배치된 독특한 구조로 설계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연희동행 또는 동대문구청종착 5호선열차가 지하2층을 이용하고, 천호동행 5호선열차가 지하3층을 이용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던 것 같습니다. 즉 현재 신설동 종착 열차가 들어가는 홈이 본래는 5호선 연희동행 승강장, 그 아래의 폐쇄된 승강장이 5호선 천호동행 승강장으로 계획되었던 것이죠.
5호선이 개통될 때까지는 빛을 보지 못할 동대문구청역 구조물은... 군자 차량기지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1호선 열차의 임시 유치선 / 정비고로 활용되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3개 홈 전체가)
그런데 양택식 시장 주도 하에 단계적으로 추진되어 가는 듯했던 지하철건설사업은 첫 성과물인 1호선이 개통되는 바로 그 날 뜻밖의 암초를 만납니다. 1974년 8월 15일 장충체육관에서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여사 저격사건이 일어났던 것인데, 양 시장이 당시 행사 주관자였던 고로... 결국 인책 사임했던 것입니다.
그의 뒤를 이어서 구자춘 시장이 취임합니다. 구자춘 시장 정책의 특징은 서울시의 도시계획 기본 테마를 '구도심-잠실-영등포로 연결되는 3핵도시론'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도시 공간구조에 대한 기본방침이 뒤집혔으니 지하철 건설계획도 이에 맞추어 손질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3핵도시'를 완성하기 위한 중추로서 '순환선지하철'이 최우선과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본래 을지로에서 왕십리까지만 놓이게 되어 있었던 2호선이 동쪽으로는 한양대-뚝섬-성수를 지나, 잠실-강남까지 연장되었고, 서쪽 역시 당산-영등포-사당 방향으로 쭉쭉 늘어나 거대한 순환선으로 변모합니다.
기존의 5호선 계획은 완전히 폐기되었으며, 동대문구청-신답 구간만이 2호선 기지인입선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구 동대문구청역 구조물의 공간 활용계획도 그에 맞게 변경. 지금의 신설동역 형태를 띠게 되었으며, 사실상 쓸모 없어진 지하3층의 승강장은 폐쇄처리하게 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결론은 본래 '5호선 동대문구청'역으로 지어진 구조물이 도중에 용도변경되면서 버려진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
첫댓글 남영과 서울역의 위치가 뒤바뀌었네요^^; 흥미로운 내용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신설동역 2층 승강장 - 1호선 인천방향 , 1호선동묘앞~ 신설동역 3층 승강장 연결 식으로 이뤄져 있나요..?? 기억이 도저히 나지 않네요 ㅎ ^^
그렇다면 지금도 종각~동대문간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것인가요? 있어도 현재로서는 완급결합이 의미가 없지만서도...
현재는.. 특히 종로3가 같은경우는 환승통로등의 구조물에 걸려서 박스구조물을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저 2호선 노선은 구자춘 시장이 당시 대통령 박정희의 연두순시 때 보여주려고 20분만에 그은 거라죠...
5호선이 기존 계획으로만 지어 졌어도 상당히 큰 효과를 보았을 것입니다. 참. 5호선 현재 시내관통구간을 보면 답이 없죠...
5호선은 도심구간만큼은 그 계획을 따라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 구간 복복선 구조물이 그대로 살아있다면 1호선 전구간 완급결합 운행이 가능할 수도 있을텐데... 안타깝네요.
안녕하세요, Techno_H 님. 저는 다음카페 철도동호회의 회원인 Nargothrond-Doriath Express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내일 쯤에 서울지하철 1호선과 5호선에 관하여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글로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글에 님께서 이 게시물에 올린 사진들이 매우 유용할 것 같아서, 님께서 이 게시판에 올리신 사진들을 제가 그 글을 쓸 때 쓰려고 합니다. 만약에 쓰도록 허락을 받는다면 본문 중에 그림의 출처를 밝히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원래는 쪽지로 이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였는데, 님께서 수신 거부를 하신 상태라고 하여 부득이하게 이렇게 덧글로 허락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