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오늘도 가슴이 찡하게 울렸다
언제부터인가 MBC 라디오 싱글벙글 쇼 [전화를 받습니다] 코너에서, DJ 김혜영의 목소리로 [여기는 속초 위에 있는 아야진 이래요]하는 말이 나오면, 나는 예외 없이 감격하며, 승용차의 라디오 소리를 높인다.
김혜영이 제법 강원도 억양을 흉내 내고 있지만, 사실 아야진 말씨는 평창, 영월 말씨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릉, 삼척 말씨도 아니다. 이북 억양에 가까운 영동지방의 말씨쯤으로 생각하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내용이야 어쨌든, 나는 단지 아야진 이라는 내 고향 이름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이렇듯 고향이란 누구에게나 반갑고 친근하고, 애절할지도 모르는 일이며. 고향에서 가까울수록 때에 따라서는 고향이나 다름없이 여겨질 때가 많다. 전에는 고향을 물으면, 속초나 아니면 그냥 [강원도입니다]라고 대답을 하곤 하였다. 그런 내 고향 강원도 땅이 최근에는 산불이며, 태풍이며 보통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다.
삼천리강산이 모두 수려하고 우리의 자랑이겠지만, 아직 개발이 뒤지고, 산세가 험한 강원도 땅은 어쩌면 미래의 관광 보고인지도 모른다.
가끔 고향에 가기 위해 대관령을 넘으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해초냄새 그윽한 바다보다 산불이 난 흉터들이다. 몇 차례의 대형 산불과 태풍 매미와 루사의 영향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정도 나무가 자라고, 개울이나, 하천도 정비가 된 듯 보인다. 그렇지만, 속사정은 지금도 여의치가 않다. 그런 와중에, 이번 장마에는 태백산 줄기를 따라서 영서지방 쪽으로 집중호우가 내려 큰 피해를 보았다.
피해를 볼 때마다, 어떤 사람은 자연재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인재라고 말을 한다.
울울창창하던 산속에 우후죽순처럼 펜션이며, 스키장, 골프장이 들어서고, 그 유락시설의 편리를 위해 산허리를 동강 내, 도로를 만들고 그 도로 위로 숱한 차량이 매연을 뿜어내니 무쇠인들 오죽하랴.
사람이 살자면 필요에 따라서 개발도 해야 하겠지만, 냄비 근성을 가진 우리는 늘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며 남보다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욕심으로만 일관하다 보니, 우리는 우리의 결점을 잘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그때그때 말로만 때우는데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같다.
언제는 태풍이 안 지나가고, 폭우가 안 쏟아졌는가? 산불은 방화가 아니더라도 자연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이 생긴 태고 적부터 그런 일이 숱하게 반복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강원도의 힘]이란 영화가 만들어진 다음부터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말이 강원도의 구호처럼 인식되어 오는 것 같다. 변변한 산업단지 하나 없이 그저 자연이 주는 혜택으로 근근이 살아오다가 이제는 정말 그 자연이 보고가 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강원도의 힘]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으로, 동계올림픽 유치며, 각종 관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터에, 이번 장맛비 피해로 관광객이나 피서객들이 강원도를 꺼리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물론 도로를 보수 중이고, 수재민들 보기에도 놀러 간다는 모양새가 우리네 정서상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강원도의 힘]은 곧 자연이 준 천혜의 자원일진데, 이럴 때일수록 강원도를 찾는 것이야말로 십시일반 강원도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댓글 물의 나라 강원도 기행에서 얻은 영감이 참 많은데 [강원도의 힘] 찾아 다시 나서야 하겠습니다.
또 비가 오네요.ㅠ.ㅠ 지난 번 장맛비 한참일 때 양양에 갇혀 있다가 왔어요. 이럴 땐 도덕경의 물처럼 살라는 말쌈에 걍 정면도전하고 싶다니까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강원도의 힘은 쭈---욱 이어져야 합니다.
강원도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힘이 아니겠습니까...박봉준시인님 잘계시죠?
다시 찾아야지요 강원도래요 강한 사람이 원래 많이 살고 있는 도시가 강원도라 봅니다. 산도 사람도 속정이 깊은 곳이죠. 아픔 하루 빨리 이겨내시길 바래봅니다. 박봉준 시인님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