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마가 튀어나온 사람들을 우리들은 ‘짱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정작 다른 동물들의 관점에서는 우리 인간들은 모두 짱구에 속합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짱구가 된 이유는 바로 전두엽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대뇌 영역. 인간의 두뇌에서 전두엽은 꽤나 넒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대뇌는 크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뉩니다. 특히 전두엽은 인간에 와서 크게 진화된 부분인데, 침팬지의 전두엽이 전체 뇌의 9%에 불과한 반면에 인간의 전두엽은 전체 뇌의 30%를 차지합니다. 인류 조상들의 두개골을 보더라도 현존 인류에 비해서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호모에렉투스와 현존 인간의 두개골 차이. 호모 에렉투스의 이마가 들어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꽤 유명한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는 전두엽(특히 전전두엽)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1848년 철도 노동자였던 피니어스 게이지는 철도 공사 도중 폭약조작 실수로 인해 두께 3센티미터, 길이 90센티미터의 쇠파이프가 그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당시 의사도 얼마 안가서 죽을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며 걷고, 말하고, 학습하는 등 지능을 유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극적으로 변해서 원래 온화하고 성실했던 사람이 저속하고 술집에서 사기와 싸움이나 하는 난봉꾼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또한 원래 계획을 잘 짜고 제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더 이상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조차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게이지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였죠.
(피니어스 게이지의 두개골. 사고로 인해 전전두엽이 손상되었습니다. 출처-폴 에얼릭. [인간의 본성]. 이마고)
피니어스 게이지 이후 많은 연구들을 통해 전두엽의 많은 기능들이 알려졌습니다. 전두엽은 감정조절 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운동피질이 전두엽에 위치합니다.), 합리적 의사결정, 계획 및 조직능력, 상대방 행위 예측 및 내면화, 결과 예측 등 인간의 사고에서 고차적인 역할도 담당합니다. 이런 전두엽의 진화에 대해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또 다른 저서[에덴의 용Dragons of Eden]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는 장면을 인용하며 전두엽의 발달(선악과를 따먹는 일)이 인간 지성을 크게 발전(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시켰다고 주장하였습니다(또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쫒겨난 것처럼, 인간도 전두엽의 발달로 인해 자신의 죽음과 세상의 멸망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존재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전두엽의 중요성을 보았을 때, 20세기 중반에 유행했던 전두엽 절제술은 전두엽은 물론, 두뇌에 대한 인식 부족이 불러온 비극이었습니다. 비극은 1930년대 예일대 교수였던 존 풀턴과 야콥센이 침팬지의 전두엽을 절제한 이후, 침팬지의 성격이 얌전해졌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인 정신과 의사였던 에가르 모니츠는 런던에서 풀턴의 발표를 듣고서 그 실험 결과를 자신의 환자에게도 적용해보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수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냉수욕과 기타 가혹한 억제수단으로도 자제할 수 없었던 환자들이 극도로 얌전해졌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결과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인간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공로로 1949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프리먼은 좀 더 간편하고 덜 위험한(?) 수술 방법을 고안하게 됩니다. 바로 눈꺼풀을 들추고 그 사이에 송곳을 집어넣고 망치로 가볍게 두들겨 뼈를 부슨 다음 송곳을 마구 휘젓는 방법입니다. 눈동자 위쪽으로 송곳을 집어넣으면 바로 전두엽에 닿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전두엽을 파괴시키는 것이지요. 이 수술은 Ice pick Psychosurgery라고 불렸는데, 수술도구로 쓴 송곳이 바로 얼음을 깨는데 쓰는 송곳이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송곳이 두뇌 어느 부위를 파괴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요. 어쨌건 당시에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귀향한 많은 군인들이 정서장애를 겪으면서, 이들을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치료할 목적으로 이 송곳 시술이 유행하였다고 합니다.
(전두엽 절제술. 공구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얼음 송곳으로 전두엽을 파괴시켰습니다.)
20세기 중반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수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만 4만명이 전두엽 절제술을 받았으며, 그 중에는 극작가였던 테네시 윌리엄스와, 케네디 대통령 여동생인 로즈마리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수천명이 전두엽 절제술을 받았다죠. 하지만 당시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사람도 존재했습니다. 40년대 유명한 여배우였던 프랜시스 파머는 당시 촬영소 소장과 가족들에 의해(단지 그녀의 성격이 반항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정신 질환이 없는데도 정신병원에 보내졌으며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프랜시스 파머는 단지 성격이 반항적이라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끌려갔습니다.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정신병원 내에서 전두엽 절제술 외에 강간, 냉수치료 등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았었습니다. 위 그림은 프랜시스 파머의 일생을 그린 '프랜시스'란 영화 포스터입니다.)
당시 전두엽 절제술을 받았던 사람들은 겉으로 보았을 땐 성격이 얌전해진 것처럼 보였으며, 기억력과 지능이 다소 떨어진 것 빼고는 정상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그들은 행동을 할 의욕과 의지를 잃었으며 매사에 감정이 사라지게 되었고,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일을 하는 능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피니어스 게이지처럼 도덕적 기준이 약해지고 감정 조절을 못하게 되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즉, 전두엽 절제술로 인해 환자들이 완전한 폐인이 되고 만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프랜시스 파머도 수술 이후에 더 이상은 배우 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화가였던 윌리엄 호가스의 <난봉꾼의 행각> 중 정신병원)
1960년대부터 약물을 통해 정서를 조절하는 기법이 개발되었으며 전두엽 절제술 도중 뇌혈관 파열로 사망하게 되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결국 여러 나라에서 전두엽 절제술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1949년에 에가르 모니츠에게 노벨 의학상이 주어졌던 사례는 노벨상 사상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Bear, MF et al. (2001). Neuroscience: Exploring the Brain. Lippincott Williams & Wilkins.
김종성. (2006). 신경과 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 동녘
칼 세이건. 임지원 역 (2006). 에덴의 용. 사이언스 북스
첫댓글 전두엽절제술은 한때 정신병 치료의 최신지견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지금은...머 ....
지금은 그래도 저런 시술이 없어서 다행인듯 싶습니다.
저 송곳으로 전두엽을 파괴하는 수술은 너무 잔인해서 보고 있던 사람이 기절할 정도였다는.....
네. 가끔씩 시술 도중 송곳이 부러질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시술하던 의사도 기절한다는군요...;;
글로 보는 제가 다 역하군요. 게다가 저게 겨우 70여년 전 이야기라니... 흠좀무
아.. 글을 너무 역하게 썼나...;;;;; 나름 순화시켜서 쓴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잔인한 모양이군요...;;; 어쨌건, 저런 사실이 겨우 몇십년 전, 그것도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던 미국에서 성행했다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인 것 같습니다.
우생학에 따른 거세도 실시했던 나라인데요
ㅡ,ㅡ;; 예전에 방사능이 몸에 좋을거라고 해서 츄베릅 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참 20세기 초는 과학적 판타지의 세계군요 ....ㅜㅜ;;;;;
걍 갠적인 얘기지만 요 맨 밑에 짤방 그림은 연작으로 되어 있습니다.저 정신병원은 결혼 잘못해서 마누라한테 돈뜯기고 이혼당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하고 인생 종치는 엔딩이죠.;;;; (부채를 든 여자가 사기꾼 부인,저 대머리 남자가 사기당한 남편)저 연작그림들도 하나하나 꽤 재밌습니다. ㅋㅋ 결혼은 신중히 합시다..ㅋㅋ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다 덜 위험하고 보다 안전한 시술로 거듭나는 분야가 신경외과 분야라죠. ㄷㄷㄷ 요즘은 뇌나 특정 신경 부위에 전극을 이식 자극하여 다양한 정신&신경 질환을 큰 부작용 없이 호전시킬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정신학이라는게 에러가 많은 분야라는... 강제적인 정신병원 입동은 요즘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자주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정신학이 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주관적인 분야라 코에 걸으면 코걸이 귀에 걸으면 귀걸이식... 프로이드의 연구들도 요즘에는 그냥 dog소리들로 치부되고 있죠.
흠... 정신이란 것 자체가 연구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니깐요..ㅎㅎ 프로이트의 경우도 그가 젊었을 때엔 정신을 연구할 과학적 기반이 전무했었고, 겨우겨우 두뇌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시작되었을 때엔 완전 노땅이 되어있었다는...;;; 물론 프로이트의 주장 중에 옳은 것은 분명 있겠지만..(방어기제같은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토템이나 근친혼 등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 한 것은 분명 개소리죠...(초기 인류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때문에 아버지를 죽였고, 그 죄책감에 의해서 근친혼이 금지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죠.;;) 그래도 요새는 여러 기법들이 발전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다 객관성을 띄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