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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어떤것] 19
#1. 다현집 공원
다현 : 올해는 결혼 못해요.
재인 : 왜 못해?
다현 : 시간이 없잖아요. 두달도 안남았는데 결혼을 어떻게 해요?
재인 : 그러니까 더 빨리 서둘러야지. 아, 이달에 하자. 그게 좋겠다.
다현 : 점점... 말도 안돼는 얘기 하지도 말아요.
재인 : 그게 왜 말이 안돼. 난 12월을 바쁘단 말이야. 크리스마스에 연말연시에 호텔이 얼마나 정신없는 줄 알아...
다현 : 아! 그럼 그래서 지금 하자는 거에요?
다현 노려보면, 재인 머쓱하지만 그래도 밀고나가는.
재인 : 누가 그렇대. 12월보다는 그나마 낫다 이거지.
다현 : 내가 바빠서 안돼요. 난 11월이 훨씬 바빠요.
재인 : 뭐가 그렇게 바빠? 시간 낼 수도 있잖아.
다현 : 그럼 재인씨만 바빠요? 나도 연구수업 해야지요. 내신도 내야되고... 학부모님들이랑 진학상담도 해야하고... 또..
재인 : 알았어. 그만해. 그래도 난 12월은 안돼. 진짜 하루도 못빼. 미주 출장건도 있고, 호텔클럽도 새로 오픈하지...
게다가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송년회, 신년사업계획, 체인호텔방문... 안돼. 정신없어.
다현 : 그러니까 내년 봄에 하자구요. 둘다 이렇게 정신없는데 결혼을 어떻게 해요.
재인 : 내년 봄? 절대 안돼.
다현 : 저도 안되요. 학기중에 결혼, 곤란해요. 방학때 해요.
다현 딱 잘라서 이야기하지만 재인도 물러서지 않고.
재인 : 그럼 선생님들은 다 방학때만 결혼하니? 핑계도 좀 그럴 듯 해야지.
다현 : 핑계를 대는게 아니잖아요. 도대체 왜 이렇게 급하게 서둘러요. 방학이라고 해도 며칠 남지도 않았어요.
재인 : 12월은 안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 했어.
다현 : (혼잣말로)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 딱 대마왕이지.
재인 : (못듣고) 다현아 결혼하면 같이 살 수 있잖아. 한잡에서, 매일 얼굴보고.
다현 : ...
재인 : 그러니까 안하겠다 못하겠다 소리 하지말고,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나 해.
다현 : 재인씨... 그래도 11월은 안돼요.
재인 : 난 할거야.
다현 얘기에 재인 인상쓰고 못 밖는.
#2. 다현 거실
미정 : 이게 무슨 난리래요. 여보.
진만 : 그러게 말이야. 이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서현 : 저희 쪽에서 방심하는 사이에 다현이가 졸지에 약혼을 해버렸어요. (웃음기 가득하고)
미정 : 아니 당신은 뭐하고 있었어요. 막았어야지요. 올해 안에 어떻게 결혼을 해요. 두달도 안남았는데.
진만 : 당신도 같이 보고 있었으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 그 쪽 어르신이 정신을 홀딱 빼놓고 치고 들어가시는데
거기서 뭐라고 말을 하나.
준현 : 저, 수능 끝나기 전에 하면 안돼요. 시간 못내요.
미정 : 얘, 수능이 몇일 남았다고 그런 소릴 해. 행여라고 그런 소리 하지마. 그 어른 들으면 또 그 다음날 하자고 그러신다.
서현 : (픽하고 웃고) 그러고도 남을 어른이세요.
미정 : 서현아 너 내일 구청 좀 갔다와 봐.
서현 : 왜요?
미정 : 왜는...번갯불에 콩볶듯이 서둘러대는 거 보면, 얘, 우리 다다 호적도 벌써 옮겨놨는지 몰라.
서현 웃음 삼키고, 진만 역시 기가 막힌.
#3. 재인 거실
수영 : 이런 희한한 약혼식은 또 보다보다 처음 봐요. 이게 뭐에요. 아버지.
규철 : 참한 새식구 얻었으면 그걸로 된거야.
수영 : 참하긴요... 너무 평범해서 틀렸어요. 그리고 재인이 약혼한 그 선생님보다는 애려 그 둘째딸이 더 나았어요.
혁주 : 둘쨋딸? 아, 그 의사선생님.
수영 : 가만보니까 얼굴도 이쁘장하고, 말하는 거하며 딱 여자에요. 과일 하나를 깍아도, 야무지더라구요.
태하 : 그 의사선생님... 괜찮으세요?
수영 : 큰딸보다 괜찮더구나. 반듯해. 참하고.
태하 기분 좋아진. 선희 얼굴 굳어지고.
재인 태하 바라보며 픽하고 웃는.
선희 : 다현이도 참해요... 반듯하고.
규철 : 다 연분이 있는 거야. 재인이한테는 다현이가 딱이야.
수영 : 아버지... 그래서 말씀인데... 재인이, 그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아버지 유언장 어떻게 되는 거에요?
혁주 : 여보...
수영 : 죄송해요. 이런거 말씀 드리는거.... 그래도 아버지 생각을 확실히 알아야겠어요. 우리 태하문제도 있고.
규철 : 됐다. 이제 그 얘기도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 생각했다. 재인이, 너... 너랑 나랑 약속한것도 있고...
회사에 들어올 생각이 있냐?
재인 : 저, 회사에 받아주실 생각도 없으시잖아요.
규철 : 그래 잘 봤다. 내 재산에 욕심들 있으면 니들, 다시 생각해라.
난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들한테 덥석 내 재신 물려줄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
재인 : 저도 마찬가지에요. 할아버지 재산 필요했으면 집 나가 혼자 살지도 않습니다.
재인이 규철과 똑같은 표정은 도전적이고, 똑부러기게 자기 주장 말하는.
규철 : 호... 내 재산 필요없다.
재인 : 필요 없습니다. 그 유언장 때문에 다현이랑 저 힘들기만 했어요. 저 혼자 힘으로 일어설 자신 있습니다.
규철 : 태하 넌? 넌 욕심 나냐?
태하 : 욕심 납니다. 하지만 재인이가 필요 없으면 저도 필요 없습니다. 얼마든지 제 힘으로 혼자 합니다.
#4. 규철 서재
규철 : 내가, 손주 녀석들을 잘못 키운건 아닌 것 같아.
동석 : 둘다 제법입니다. 재인이도 태하도.
규철 : 땀 한방울 안 흘리고 공짜로 먹으려고 드는 녀석들만큼 한심한 녀석들은 아닌거 같아.
동석 : 네. 손주분들이 다 회장님 닮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별로 기분 좋은 얼굴이 아니십니다.
규철 : 태하 녀석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동석 : ?
규철 : 재인이 결혼한다고 사돈집까지 쫓아다닐만큼 평상시 친한 녀석들도 아니고,
회사에 욕심 있다면서 순순히 아니라고 할 녀석도 아닌데... 태하가 거길 왜 갔지.
동석 역시 고개 갸우뚱하는.
#5. 병원
재영 형준 기다리고 있는데. 형준 나오지 않고. 걱정스럽고.
재영 간호사에게 묻는.
재영 : 저기요, 지금 들어가신 분... 상태가 심각한 거에요? 한참 지났는데 안 나오네요.
하는데 형준, 나오는데... 여의사 복도까지 나와서 인사하고.
형준 : 차 잘 마셨어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하는)
재영 이상하고. 형준, 재영 걸어가면서.
재영 아무래도 의심스러운 얼굴로 형준 바라보는.
재영 : 요샌 병원에서 환자한테 차까지 서비스 하나보지... 원래 그렇게 친절한거야. 아니면 오빠한테만 그런거야?
형준 : 그야, 당연히 나한테만 그러지... 은주씨가 원래 친절하기도 하고.
재영 : 은주씨? 뭐야, 그럼 여기서도 또 첫사랑이야?
형준 : 아니, 운명이라니까... 이 상황에서 팔이 부러진거 보면 우리는 진짜 운명이야.
재영 화났지만, 형준 재영 표정 못보고, 혼자 중얼거리는.
형준 : 재영아 오빠 아예 입원을 할까... 그럼 진짜 일이 확실하게 진행되지 않겠냐.
재영 : 오빠!
형준 : 아이구,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재영 형준 노려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형준 : 아, 이재영.
#6. 태하 사무실
수영 : 너, 왜 거기서 그런 얘길 하는 거야. 그런 상황이면 좀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도 돼잖아.
재인인 필요없다고 너까지 그래?
태하 : 제 힘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습니다.
수영 : 누가 니가 못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런 기회 다시 안와. 니가 여태 뭣 때문에 이렇게 노력했는지 몰라.
태하 : 알아요. 하지만, 할아버지 재산 넘보고 그런 거 아니에요.
혁주 : 니 엄마가 그런 뜻으로 말하는 거 아니잖아.
수영 :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태하 : 저 때문이라면 이제 그만하세요.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리고 여기 안 나오시면 안됩니까? 일하는 곳이에요.
혁주 : 태하야.
태하 : 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7. 다현 거실
진만 : 왜, 또?
미정 : 다다 때문에 그러지요. 그 집에 정말 시집을 보내야 하는 거에요?
진만 : 그만해. 뭐 어쩌겠어. 일이 이렇게 됐는데. 그래도 어른들이 이뻐하시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미정 : 맞아요. 시어미니 자리는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데... 어유. 그 고모라는 사람 장난 아니겠어요.
진만 : 왜? 아주 곱게 생기셨더구만.
미정 : 고와요? 그거야, 얼굴에 돈을 들인거지요. 비싼 화장품에 맛사지 맨날 받아봐요. 누군 그렇게 안고운가.
진만 : 아니, 당신이 맛사지를 받았는지 돈을 들였는지 어떻게 알고 그런 소리를 해.
미정 : 들어오면서 하는 소리 못들었어요. 좁긴 좁네요... 또 아까 뭐라고 그랬는 지 알아요?
뭐하러, 음식을 손수 장만했네요. 사람 안 부르고.
진만 : ...
진만 가민히 있으면 미정 어쩐지 열받고.
미정 : 암튼, 시댁 식구들 중에는 그 고모가 제일 걸려요. 바깥 양반도 점잖고 아들은 참하더구만.
시어머니 자리가 그래서야 그 집 아들도 결혼하기는 다 틀렸어요.
진만 : 그걸 누가 알아요. 애려 그런 사람들이 결혼하면 며느리한테 잘해줄지.
미정 : 아이구... 척보면 딱이에요. 누가 며느리 자리가 될지 눈물 꽤나 쏟을 걸요.
진만 : 당신이나 나중에 잘 해. 우리도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미정 : 걱정 말아요. 난 내 딸처럼 잘해줄 거니까. 그러나 저러나 올해 결혼을 어떻게 시켜요.
진만 : 나도 몰라. 어떻게 되겠지. 아직 날 잡은 거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생각 좀 하자구.
#8. 재인 회의실
이부장 전화기 붙들고 소리지르는.
이부장 : 그걸 말이아구 해요. 그럼 우리 실장이 다른 호텔에서 결혼하는 꼴을 보겠다는 거야?
자리가 없으면 만들어야지... 에이...
하고 전화기 내려 놓으면.
인규 : 안된대요? 아니, 사람들이 다 결혼만 하나... 어떻게 하루도 빈날이 없어요.
하는데 재인 들어오는. 서류 던져놓고 자리에 앉는.
재인 : 어떻게 됐어요? 뺄 시간 전혀 없답니까?
이부장 : 네. 그래도 결혼은 무조건 우리 호텔에서 하셔야 합니다.
유경 : 그럼요 실장님, 결혼하는 것만으로도 호텔 홍보가 얼마나 되는데... 절대로 다른 데서는 안돼요.
재인 : 알아요. 나도 여기서 합니다. 그러니까 언제라도 상관없으니까, 시간을 만들어봐요.
이부장 : 정 안되면, 결혼식 미루세요. 올 가을 말고, 내년 3월에는 하루 정도는 자리가 있답니다.
재인 : 내년은 안돼요. 무조건, 올해, 우리 호텔에서 합니다.
이부장 : 그럼 제가 예식부 내려가서 담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유경 : 자리가 없는데... 무슨 담판을 지어요?
인규 : 유경씨, 혹시 모르니까, 예약손님 리스트 잡아서... 양해 받을 손님 있나 알아봐요. 우리 쪽에서 캔슬비용 다 되겠다고.
창수 : 실장님. 됐습니다. (하고 뛰어 들어오는)
재인 벌떡 일어나면. 직원들도 됐어 하는 분위기고.
재인 : 됐어요? 빈 날짜 있는 거에요?
창수 : 지금... 고객 한분이 캔슬하고 갔대요.
인규 : 확실한 거야?
창수 : 네. 그 쪽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지금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근데... 날짜가 좀.
창수 머뭇거리지만 재인 상관없고.
재인 : 난, 아무 날이나 상관없어요. 언제에요?
#9. 커피숍
재인 : 다음 주 화요일날 바빠?
다현 : 다음주요... 수업 빼놓고는 별일 없는데요.
재인 : 잘됐다. 그럼 그 날 결혼하자.
다현 : 네? 뭘해요?
재인 : 결혼. 그날 우리 호텔, 하루 비어. 게다가 11.11. 절대 잊어 먹지 않는 결혼기념일, 길일 중의 길일이야.
다현 : (기가 막혀서) 재인씨!
재인 : 왜? 한가하다면서. 별일 없다고 그랬잖아.
다현 : 바쁘지 않다는 소리지... 할 일이 없다는 얘기에요? 그리고 그렇게 금방 어떻게 결혼을 해요.
재인 : 왜 못해. 그날 하루 밖에는 정말 시간이 없단 말이야. 그것도 겨우 잡았는데.
다현 : 누가 결혼을 그렇게 해요? 하나도 준비한 것도 없는데... 결혼이 그냥 무조건 날짜만 잡으며 되는거에요?
재인씨는 결혼을 그렇게 대충하고 싶어요?
재인 : 누가 대충하재.
다현 : 그게 그런 소리잖아요. 다른 날짜는 없으니까 다음주에 하재니...
재인 : 빠르고 좋잖아. 더 기다리지 않아도 돼고. 난 무조건 그날 할거야.
다현 : 그럼 재인씨 혼자해요. 난 절대 못하니까.
재인 : 이러기가 어딨어. 우리 결혼하기로 했잖아. 그럼 당신도 따라와야지. 나 혼자만 급하니?
재인 소리 빽하고 지르는, 사람들 흘긋거리고... 다현 얼굴 빨개지는.
재인 : 나,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그럼 또 나혼자 설치고 있는 거야. 그런거야?
다현 : 재인씨... 조용히요... 누가 사랑 안 한 대요...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나도 사랑해요.
재인 겨우 얼굴 풀리고, 또 밀어붙이는.
재인 : 그러니까. 결혼하자.
다현 :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고 결혼은 안돼요. 급한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당장 다음주에 결혼을 어떻게 해요? 절대 안돼요.
다현 단호하게 고개 흔들면 재인 노려보다가 일어나서, 다현 손목 잡고.
#10. 다현 집
진만 : 뭐? 언제 하겠다고? 11월 11일?
재인 : 예, 음력, 양력 다 따져도 그 날보다 좋은 날은 3년 안엔 없대요!
미정 : 다음주에 결혼을 어떻게 해. 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인가...
재인 : 다음주 밖에는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진만 : 그럼 좀 천천히 결혼을 해. 당장 결혼 안하면 무슨 큰일나?
미정 : 그러게 말이에요. (하다가 무슨 생각나서) 다현이 너 혹시... (사고쳤니? 하는 뉘앙스고)
다현 : 아니야, 엄마. 재인씨. 다음주는 안된다니까요.
다현 재인 설득하지만, 재인 그런 다현, 눈길한번 주고. 밀고 나가는.
재인 : 저 그래도 명색이, 호텔 실장입니다. 우리 호텔말고 다른데서 결혼 못합니다. 내년봄까지 스케줄 꽉 차 있어서,
다음주 밖에는 시간을 빼질 못합니다.
진만 : 그럼, 내년봄에 해. 이렇게 급히 서두르지 말고...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것도 아니고.
말 떨어지자 마자 결혼을 어떻게 하나... 그리고 난, 내 딸 좀 데리고 있다 하고 싶네. 그렇게 빨리는 곤란해.
재인 : 저희 결혼, 허락하셨잖습니까?
진만 : 두 사람 결혼해도 좋다고 한거지. 어디 그게, 다음주에 당장 하라는 거야?
재인 : 이왕 허락하신거, 조금 빨리 서둔다 생각해주세요.
진만 : 이게 조금 빠른 건가. 다음주 화요일이면 아이쿠, 이사람아. 누가 결혼을 그렇게 해.
재인 : 그래요, 전 그날 해야 합니다.
진만 : 우린 절대 안되네. 날은 여자네가 정하는 거야. 자꾸 이러면 결혼이고 뭐고 다 없던 일로 할거니까, 알아서 해.
두 사람 팽팽히 노려보고 있으면 다현 개입하는.
재인 : 아버님. 저희는 그날 그래도 합니다.
진만 : 아니 글쎄, 안된다니까 그러네.
다현 : 아버지... 저 괜찮을 거 같아요.
진만, 미정 뭐하는 얼굴이고.
미정 : 다현아. (지금 무슨 소리야 하는 얼굴로 쳐다보는)
다현 : 재인씨, 거기 말고, 다른데서는 결혼 못해요... 또,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할래요.
미정 : 그러니까, 그날 하겠다고?
다현 : 네, 엄마.
재인 기분좋고. 미정 기가 막히는.
미정 : 너, 결혼이 뭔 줄 알고 하는 소리야? 다음주에 그 복잡한 걸 어떻게 다 준비해. 아무리 결혼이 하고 싶어도 그렇지.
재인 :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머니... 두 분은 참석만 해주세요.
재인. 진지하게 집안 이야기하는. 조금은 죄송스러운 듯 하지만.
재인 : 저희 집... 그냥 남들하고는 틀린데다 이미 결혼 발표도 한 상태라 더 오래 끌면 다현이가 힘들어집니다.
지금도 저희 홍보실에서 다현이 보도자료 챙기고 있습니다.
진만 거참 하는 얼굴이고.
재인 : 다른거 필요 없습니다. 다현이만 주세요... (이러다, 뭐 생각나서) 그리고 어머님...
그날이 최고 길일이랍니다. 3년만에 찾아오는.
미정 : 아무리 좋은 날이라도 다음주는 너무 빨라.
#11. 다현 집앞
재인 차에 오르기전에 후유 하고 안도의 한숨 내쉬는.
재인 : 후유... 허락하신 거지?
다현 : 그렇게 졸라대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요?
다현 살짝 노려보면, 재인 씩웃는. 기분좋은 얼굴로 진지하게 얘기하는.
재인 : 이뻐. 아까 거기서 내 편 들어줘서. 정말 허락 안하시면 당신 데리고 야반도주라도 하려고 그랬는데...
다현 그래도 걱정스러운, 혼자 중얼거리는데.
다현 : 하겠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 빨라요.
재인 : 하나도 안 빨라. 이렇게 안하면 우리 결혼 언제 할지 몰라.
다현 : 아참, 진짜 그날이 길일이에요?
재인 : 당연하지. 우리가 결혼하면 그 날이 최고로 좋은 날이야. 그러니까 당신도 그런 줄 알아.
다현 웃어버리는, 재인 같이 웃고.
#12. 병원 공원
현진 전화기 붙들고 있는.
현진 : 엄마, 무슨 일인데...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울지 말고... 응?
전화끊은 현진 눈물 한방울 또 떨어지고... 태하 옆에 다가오는, 두 사람 눈 마주치고.
#13. 현진네 집
허름한 대문 열러 있고. 태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안에서 현진 소리 나오는.
현진부 : 뭐야, 또 빈손으로 왔어. 너만 잘 살면 된다 이거야? 우린 굶어 죽어도 되고.
현진 : 아직 월급날 멀었어요. 그리고, (당신) 술 먹으라고 갔다주는 돈 아니에요.
현진부 : 내가 뭘 하든 니가 무스 상관이야. 이제 의사다 이거냐. 배웠다고 유세떠는 거야. 이걸 그냥...
하고 주먹 날라가려고 하는데. 태하 얼른 가로 막아서 대신 맞는. 현진 감싸는.
현진 꼼짝없이 얼고, 그런 현진 바라보면서 태하 화 나는데.
현진부 : 넌 또 누구야... 어쭈... 이제 사내녀석까지 끌고 들어와.
태하 : 괜찮아요?
현진 고개 끄덕이며, 태하 남자 노려보는.
현진부 : 그새 사내 만들어 끼고 다녔냐. 혼자 잘난척 다 하더니 너도 그렇지 그럼.
태하 : 말 조심해요. 그런말 할 자격 없는 부모 같으니까.
현진부 : 누가 이 기집애 부모야.
태하 : 부모 아니면 더 다행이구. 그러니까, 이 여자한테 손대지 말아요. 지난번에 뒤집어 엎으려다 꾹 참았으니까.
현진부 : 뒤집어 엎어. 이 자식이 정말...
태하 손 잡아서 홱하고 밀쳐버리면 현진부 휘청하고.
태하 : 다시 한번 이 여자한테 손대면 그 때는 정말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이번은... 그래도 현진씨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참는 거에요.
현진 : 태하씨, 그만해요.
현진부 :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소리 지르고는 있지만 이미 기는 죽었고, 태하 눈치 보는)
태하 : 우리도 가족이 될 테니까요. 싫건, 좋건 간에... 그래서, 경고하는 겁니다.
#14. 태하 차
태하 : 절대 거기 혼자 가지 말아요.
현진 : 태하씨가 간섭할 일 아니에요.
태하 : 내가 간섭할 일입니다. 그럴만한 권리 이제 나도 가지고 있는 거 아니에요.
현진 : ...
태하 : 말해봐요. 내가 한 거 간섭이었어요?
현진 : 아니요. 그래도 이런 꼴 보이기 싫어요. 내가 가진 허물들, 이제는 그만 보여주고 싶어요.
태하 : 현진씨 허물 아니에요. 그리고 허물이라도 관계없어요, 난. 어차피 나도 허물많은 사람이니까....
우리집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현진 : 그거 태하씨 아끼니까 그러시는 거 잖아요. 저 사람은 날 미워해서 그래요.
태하 : ...
#15. 남이섬 들어가는 배
현진 :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태하 : 도망이요. 답답하잖아요. 현진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현진 : 난 맞아죽어도 도망같은 거 안가요.
태하 : 그거 미련한 거에요. 죽을 거 같으면 얼른 피하는게 상책이에요.
현진 가만히 태하바라보고 있는.
#16. 남이섬
두 사람 걸어가는.
태하 : 앞으로 힘든 일은 전부 나한테 넘겨요.
현진 : 내 짐인데, 어떻게 태하씨한테 맡겨요?
태하 : 그건 내가 알아서 해요. 그러니까 현진씨는 그냥 그러라고 하면 되요.
현진 : ...
태하 : 내 몫이라고 움켜쥐고 있지 말고, 남한테 들어달라고도 하고, 그냥 두고 도망도 가고, 모른척도 해봐요.
그렇게 혼자만 지고 가겨고 버티면 그땐 정말 죽어요.
현진 : 세상에 죽을만큼 힘든 일은 없어요. 딱 죽기 직전까지만 힘들게 되있어요. 그런 거 보면 신은 고약해요.
태하 : 그걸 구원이라고 하잖아요. 마지막 순간에 희망을 넘겨주는 거.
현진 : 나도 알아요. 희망이 뭔지... 다현이가 나한테 구원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의사가 되면서 또 배웠구요.
어떤 일도 진짜 죽는거 만큼은 어렵지는 않구나... 뭐 이런거요.
태하 : 난 요새 배우고 있는데.
현진 바라보면, 태하 그냥 담담한.
태하 : 이 여자하고라면 어떤 일도 견딜수 있겠구나...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수 있겠구나..이게 사랑인가 보다...
이런 생각만 내내 했어요.
현진 : 태하씨.
태하 :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겁니다. 참아줄 수 있어요? 나,
현진 고개 끄덕이고.
태하 : 고마워요. 오늘 대답한거 후회하지 않게 할께요.
두 사람 가만히 바라보고. 태하, 현진이 안아주는.
#17. 다현 안방
미정 : 아니, 당신이 더 말렸어야지요? 다음주에 결혼을 어떻게 시켜요.
진만 : 우리 딸이 하겠다는데 내가 더 어떻게 말려.
미정 : 다현이 너도 그렇지... 거기서 날름 결혼하겠다는 얘기가 나와?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어?
다현 : 죄송해요.
진만 : 거참... 약혼도 그렇게 정신없이 하더니... 결혼도 정신없이 하게 생겼어.
미정 : 아니, 약혼식이야 그렇다 쳐도... 너, 결혼이 어떤건지 알고나 하고 그래?
다현 : ...
미정 : 당장 내일모렌데... 어떻게 시집갈래? 달랑 빈몸만 걸거야.
다현 : 재인씨랑 의논해 볼께요.
미정 : (어이구 하는 얼굴로) 그런걸 다 의논하고 결혼을 해야지. 당장 살 집도 없으면서.
진만 : 그거야 이서방 알아서 하겠지. 그만해 다 끝난 얘기 하면 더 뭐해.
미정 : 가만 혹시 외아들이라고 들어와서 살라고는 않하겠지요? 다다 너, 얼른 이서방 전화 좀 해봐. 얼른...
다현 왜요 하는 얼굴이지만.
#18. 차안
재인 : 지금? 알았어.
전화기 끊은 재인 차 돌려서.
#19. 다현 거실
미정 : 내가 결혼날짜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중요한 걸 놓쳤는데... 집은 어떻게 할 거야?
재인 : 예?
미정 : 얘... 우리 애 그 큰집에 들어가서 사는 거 아무래도 힘들다 싶은데.. 자네 집도 우리 사는 거랑은 많이 틀릴테고.
다현 :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요...
미정 : 가만있어. 니가 뭘 알아서 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네 생각은 어떤가?
다현 향해 한번 인상쓰고 다시 재인 향하는.
재인 : 저도 날짜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집 문제는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미정 : 분가해. 다른건 몰라도 이건 양보 못하네. 결혼이야 내일 하든 모레하든 자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지만
들어가서 사는 건 절대 안돼.
재인 다현 한번 보고, 미정 바라보면, 미정 단호하고.
미정 : 어차피 자네 지금 나와 살고 있고... 어른들도 정정하시고 그러니까....
지금 당장 꼭 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없을 거 같은데...
재인 뭐라고 하기 곤란하고, 다현 눈치보는.
다현 : 엄마.
미정 : 외아들이니까 나중에 어른 모시는 건 할 수 없다고 쳐도... 얘, 살림 익히는 동안만이라도 분가해서 나와 살아.
딸 자식도 자식이야. 가까운데 있어야 우리도 좀 드나들고 그러지... 챙겨도 주고.
진만 : 그건 맞는 말이구만. 자네 집에 들어가면 우리딸 얼굴이나 한 번 보겠나.
그리고 얘, 학교 문제도 있고.. 자네 집은 좀 멀다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재인 : 그거야... 어른들하고 의논해 보겠습니다. 당장, 제 오피스텔도 있고...
허락하시면 조그만 아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미정 휴하고 안도의 한숨 내쉬는, 진만도 내심 기분 좋은데.
다현 : 엄마, 저 들어가서 살거에요.
진만 : 뭐?
미정 : 왜 들어가서 살아, 이서방이 어른들 허락 받겠다는데...
다현 : 재인씨 외아들이고, 그러니까 며느리도 나 하나 밖에 없어요. 당연히 들어가서 살아야 해요.
재인씨가 나가서 산다고 그래도 내가 어른들 모시고 살 거에요.
재인 다현 바라보고 고마운. 미정 다현 노려보고.
미정 : 너 시집살이가 뭔 줄 알고 그러는 거야? 할 줄 아는 것도 하나도 없으면서 겁도 없이 어딜 들어가서 살아.
다현 : 그거야 배우면 되지. 엄마. 잘할게. 걱정하지마.
미정 : 누군 못하고 살아서 시집살이 힘들다고 그래?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부족한게 사람이야.
내가 해도 마음에 안 드는데 남의 식구가 하는 거 마음에 들어?
다현 : 남의 식구라고 생각 안하면 되지.
미정 : 어떻게 그런 생각이 안들어. 내딸도 내 마음에 안 드는데.
다현 : 그래도 들어가서 살거야.
다현 단호하고, 미정 열 받는데.
미정 : 그래, 날짜고, 집이고.... 다 니 마음대로 해. 나중에 힘들다고만 해봐. 가만놔두나...
다현 : 엄마. 잘 할게요.
미정 : 엄마라고도 하지마. 나중에 딱 너 같은 딸 놔서, 너 같이만 키워.
미정 노려보는. 다현 미안해지고... 재인은 그래도 기쁘고.
#20. 다현 집 앞 공원
재인 : 고마워.
다현 : 고맙긴요. 그래야 된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재인 : 우리 집 살림 쉽지 않을 거야.
다현 : 나도 알아요. 재인씨, 근데. 재인씨도 들어줘야 할 일이 있어요.
재인 : 뭐? 결혼은 절대로 다음주 화요일이야. 그거 빼놓고는 다 들어줄게.
재인 못 박으면 다현 할 수 없이 웃고.
다현 : 알았어요. 화요일.
재인 : 좋아. 그럼. 그거 말고, 내가 뭘 해야 해?
다현 : 난, 학교 그만 못둬요. 그거 재인씨가 양보해야 해요.
재인 : 그거야...
다현 : 그거 안들어주면, 난 결혼 안해요.
다현 단호하고, 그런 다현 재인 한번 보고.
재인 : 알았어. 그런데 학교는 옭겨야 해. 우리 집에서 인천까지는 아무래도 무리야.
다현 : 이번 학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서울로 옮기는 거 힘들어요. 자리가 나야 하는데...
재인 : 힘들텐데... 괜찮겠어?
다현 : 재인씨가 도와줘야 괜찮지요.
#21. 재인 집
재영 : 상견례를 지난주에 했는데 결혼을 다음주에 한단 말이야?
선희 : 둘이 정말 얘기한 거야? 다현이도 준비할게 많을 텐데. 너무 빠른 거 아니니?
규철 : 빠르긴... 잘했다. 이왕 할거. 얼른 하는게 좋지. 이제야, 뭘 좀 제대로 하는구만.
선희 : 아버님... 그래도 결혼인데...
규철 : 어차피 우리 식구될 사람이야. 하루라도 빨리 내 집 사람 만드는게 좋아.
재인 : 네. 그래서 좀 서둘렀습니다.
재영 : 오빠? 결혼하는 게 그렇게 좋아?
재인 : ?
재영 : 너무 좋아하잖아. 입을 못 다물어요. 아무튼. 딸난다, 결혼할때도 그렇게 웃다간.
규철 : 딸이면 어때. 뭐가 됐던간에 얼른 낳기나 해.
선희 : 아버님, 그건 급하세요. 아직 얘들 결혼도 안했는데.
재인 : 다음주에는 합니다.
재인이 여전히 기분 좋은 얼굴이고. 선희도 그냥 웃고마는.
#22. 남이섬 팬션
러그 깔려있고. 벽난로 불 따뜻하고.
두사람 가만히 어깨 기대고 있는.
태하 : 안 추워요?
현진 : 아니요...
살짝 고개 흔든 현진이 가만히 어린시절 기억 더듬는.
현진 : 우리 엄마... 나 때문에 그런 남자랑 같이 산 거에요. 아버지도 없는, 나, 불쌍해서... 가족들 만들어주고 싶었대요.
태하 : ...
현진 : 근데... 그 사람은... 나한테 아버지가 되준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런쪽으로는 내가 별로 복이 없나봐요.
나한테 가족은 다다 뿐이에요.
태하 : 이제 내가 가족이 될 거에요. 당신 옆에, 언제나 내가 있을 겁니다. 약속해요.
현진 : (고개 들어보면)
태하 : 현진씨... 죽을때까지 지킬 겁니다.
현진 : ...
태하 : 정말이에요... 나한테, 이제, 현진씨... 내가 가진 전부에요. 그리고...나도 당신한테 이세상, 모든게 되주고 싶어요.
현진 고개 끄덕이고.
두사람 눈 마주치고. 태하, 가만히 현진 어깨 감싸안는. 그대로... 밤 지나가고.
#23. 남이섬
나오는 배 타고 있는 두사람, 서로를 보는 눈길 따뜻하고. 마주잡은 손에도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는 음악 깔리고,
힘들었던 시간들 다시 한번 보여주고.
#24. 재인집 거실
규철 : 그래, 들어와서 산다고? 다현이 니 생각이냐?
규철 당연히 다현 생각이라고 말하면, 재인 어쩐지 툭툭대는.
재인 : 제 생각이기도 해요.
규철 : 이 녀석아 너한테 안 물었어.
다현 티걱거리는 두 사람 보고 미소짓고, 대답하는.
다현 : 재인씨 생각이에요. 재인씨가 할아버지 모시고 살고 싶으시대요.
규철 : 그럴 리가 있나. 그랬으면 작년에 그 성질부리고 안 나갔지.
재인 : 할아버지. 그럼 저 나가서 살아요. (협박처럼 농담하는)
규철 : 그래, 다현이는 여기서 살고, 넌 나가서 살아.
세사람 웃음 터뜨리고.
#25. 다현 집
진만 : 그만 좀 궁시렁대. 이미 다 결정난 거 가지고 뭘 그렇게 혼자 끙끙거려.
미정 : 아니, 그 쪽집에서도 나가서 살라는데 왜 지가 들어가서 산대는 거에요. 미련하게.
진만 : 다현이가 잘 한거야. 이서방 외아들이고... 안사돈 되실분 아들 하나 믿고 여태 혼자 살아왓으면
당연히 같이 살고 싶겠지. 안그렇겠어.
미정 : 그러니까요. 홀어머니에 외아들... 층층시하 어른 모시고 사는게 어디 쉽냐구요? 생각만해도 걱정이네.
진만 : 잘하겠지. 우리딸 똑똑하잖아.
미정 : 똑똑하긴요... 전부 헛똑똑이에요. 애가 순진한건지, 뭘 모르는 건지...
모르면 가만히 시키는대로 하던지. (혼자 궁시렁대는데)
진만 : 이서방, 괜찮아. 그러니까. 그 집 어른들고 괜찮을 거야.
미정 : 다다가 누구 닮아요. 당신 닮았지. 그렇게 천하태평이니까 애가 겁도 없이 지발로 시집살이를 하겠다고 나서잖아요.
진만 : 그럼 딸이 아버지 닮지 누구 닮아. 그냥 둬. 저도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마음 먹었겠지.
미정 : 여보... 그런 편한 소리 말고, 당신이 사돈 어른 만나서 얘기 좀 해봐요.
진만 : 뭐라고? 분가시켜 달라고? 그런 소릴 어떻게 하나. 우리 딸이 모시고 살겠다는데.
미정 : 그거야 할 수 없지만, 다다 잘 봐달라는 말은 해도 되잖아요. 그리고... 혼수 얘기도 알아봐야 하고.
진만 : 혼수?
미정 : 지들끼리 사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서 사는데 그 대단한 집에 뭘 사서 들여보내요.
진만 : 거참... 그건 문제네.
#26. 재인 주방
선희, 다현 차 마시고.
선희 : 재인이가 워낙에 서둘러서 어른들께서 정신이 없으시겠다.
다현 : 예. 어머님이 시간도 없고 뭐가 필요한지 모르신다고... 말씀 해 주시는 거 준비 하는 편이 낫겠다라고 하세요.
선희 : 특별히 필요한게 어딨어. 혼사라는게, 하겠다고 들면 간단한게 혼사야. 니들, 정말 들어와서 살거야?
다현 : 네... 어머님. 싫으세요?
선희 : 아니... 나야, 상관없지만... 힘들 거 아니야.
다현 : 힘들어도... 모시고 살고 싶어요.
선희 : 그래도 나가 살면 좋지. 여기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나도 그렇고, 할아버지도 그렇고...
다현 : 불편... 하세요. 저희랑 같이 사는 거.
선희 : 나보다, 니들이 더 불편하지. 아주 나가서 살라는게 아니가... 한 일이년쯤 둘이서 살다 와.
선희 다현 바라보고, 담담하게 옛날 생각하는.
선희 : 이제와서 얘기지만 재인이 아버지하고, 아마... 순순히 허락 받아서 여기 들어와서 살았다면 나 일년도 못살고
질식해서 죽었을 거야. 아버님 엄하시지... 시누이 시집살이 만만치 않지... 너 지금 나랑 똑같은 조건이야. 안 쉬워.
다현 : 그래도... 전 어머니 계시잖아요.
선희 : 얜... 나도, 시어머니야. 시자 달린 사람들... 다 징그럽다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나가서 살고 싶으면 나가서 살아.
뭐라고 안 그럴테니까.
다현 : 재인씨... 어머님 모시고 살고 싶어해요. 재인씨가 원하는 거, 저도 해주고 싶어요.
선희 : (보면)
다현 : 재인씨, 남들 같이 가족하고 살아온 거 딱 9년이래요. 그럼 앞으로는 가족이랑 같이 살게 하고 싶어요.
잘은 못해도 열심히 할게요. 어머니... 부족한 건 어머니가 이쁘게 봐 주세요.
선희 : 그래, 옛날 같지 않아서... 요샌 시어머니가 눈치 본다더라. 너도 잘하고, 나도 잘하고 그러자.
#27. 병원의국
서현 : 유현진 선생, 이렇게 흐릿한 사람이었어? 뭐하는 거야. 도망갈 거면 아예 오질 말던지 뭐하러 들어와.
현진 : 죄송합니다.
서현 :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 고생하는 거 생각 안하니? 니가 펑크 낸 자리 누가 메꿔.
환자 그냥 팽겨쳐 두고도 의사라고 할 수 있어?
현진 :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서현 : 앞으로 오프 받을 생각하지마. 아예 쫓아내려다 이번만 봐 주는 거니까.
현진 : 네. 죄송합니다.
서현 고개 푹 숙이고 있는 현진 바라보다가 한숨 푹 쉬고.
서현 : 얘기해봐. 어제 일 말해야 할 거 아니야.
현진 : ...
서현 : 여태까지는 의사가 한 얘기고, 지금은 오빠로서 묻는 거야. 뭐하고 못 들어왔어.
현진 : 배를 놓쳤어요.
서현 : 배?
현진 : 네... 남이섬 갔다가.
서현 : 현진아. 니가 그 사람한테 마음 주는 것까지는 뭐라고 말 못하는데, 그래도 외박은 아니야.
현진 : ...
서현 : 아버지, 어머니 병원에서 밤샌줄 아셔. 그러니까 그렇게 얘기 맞춰.
현진 : 죄송해요. 오빠.
서현 여전히 얼굴 굳어진, 현진 후하고 한숨 쉬지만. 얼굴표정 밝고.
#28. 재인방
미정 재인방 둘러보는.
미정 : (장롱은) 몇자면 될래나, 침대랑 화장대도 들어가야 하는데... (미정 둘러보면서 혼잣말 하는)
선희 : 얘들이 들어와서 산다고 해서... 부랴부랴, 벽지랑 커텐을 새로 했는데... (다현이 보고) 마음에 드니?
다현 예하는 얼굴이고.
미정 : (벌써 친해진 두 사람도 마음에 안들고) 애가 아무것도 몰라서 여기와서 잘 할래나 모르겠어요.
선희 : 걱정마세요. 고생 안 시킬께요.
선희 따뜻한 말에 미정 그나마 다행스럽고.
#29. 재인 거실
다현가족, 재인가족, 앉아있는.
규철 : 여기까지 오시라 해서 죄송합니다. 저번에 신세진 것도 있고... 사돈끼리 가까운것도 좋다 싶습니다.
또 애들 앞으로 어디서 사나 궁금도 하실테고.
진만 : 아니... 안 그래도 한 번 의논드리자 싶어서 뵙고 싶었습니다.
규철 : 예? 말씀하세요.
진만 : 당장 내일 모레가 결혼식인데... 뭘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간도 없고... 날짜는 다가오고.
규철 : 준비하실 거 하나도 없습니다.
선희 : 네, 두 사람이 들어와서 산다니까, 별다른 살림살이, 필요한 게 없어요.
미정, 진만 필요없다는 얘기에 얼굴 마주보고.
규철 : 재인이 방 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별로 손댈데 없습니다. 침대나 좀 큰 걸로 사고...
정 섭섭하시면 다현이 화장대나 하나 사면 더 필요한 거 없습니다.
미정 : 그래도 혼수도 그렇고 예단도 그렇고...
규철 : 아이구... 혼수나, 예단 뭐 그런거는 생각하지 마세요.
진만 : 네?
규철 : 다현이 하나 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아들 가진게 유세도 아니고... 딸가진 부모가 죄진거 없는데
굳이 필요도 없는 거 해올 거 없습니다.
진만 : 어르신 그래도...
규철 : 정말 여기서 살림살이 더 필요한 것도 없고... 또 저희 사정도 좀 생각을 해 주십사합니다.
처음에 이 녀석 반대하신 이유가 저의가 눈에 띄는 집안이라 그런거라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보는 눈들도 많고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 판에 우리 같은 집안에서 혼수하나 장만하면 내내 남의 입에 오르내릴 겁니다.
어려우셔도, 양해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미정 : 그렇다고 어떻게 맨 몸으로 결혼을 시켜요?
미정 진지하지만, 규철 농담으로 받아버리는.
규철 : 맨 몸으로야 시킬 수 있나요. 예복은 저희쪽... 아니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얘들 결혼 선물로 뭘할까 생각했는데
그거 해주면 되겠네요.
진만 : 아니, 어르신... 예복은 양쪽에서 서로 해주고 해입고 그래야.. (격식에도 맞고)
규철 : 그런 격식이 뭐가 중요합니까.
재인 : 할아버지. 이왕 해주실거 빌려입는 거 아니라 좋은 걸로 한 벌씩 해 주세요.
규철 : 이녀석아. 그건 내 마음이야.
미정 진만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30. 태하 사무실
서현 : 우리 현진이한테 마음 있는 거는 알겠는데, 또 한번 애 집에 안 들여 보내면 나도 조치를 취할 겁니다.
태하 : 미안합니다. 어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태하 정중하게 사과하면, 서현 후하고 한숨 쉬는.
서현 :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현진이 고생 많이 했어요.
태하 : ...
서현 : 현진이, 사랑한다면, 제대로 대접해줘요. 힘들일... 생기지 않도록. 이 말 하려고 온 겁니다.
태하 : 마음 고생안시킬 겁니다. 나한테도 이미.. 현진씨 가족이에요.
서현 태하 바라보고, 수영 들어오는.
서현 가만히 묵례하고 나가는.
수영 : 사돈 총각이 여기는 왠일이니? 무슨 일이야?
태하 : 모르셔도 되는 일입니다.
태하 가만히 침묵하는, 수영 이상하지만.
수영 : 너, 어제 뭐했어. 뭐하느라 하루종일 백화점을 비웠어.
태하 : 바빴습니다. 이거저거... 저, 매장 좀 돌고 올께요.
수영 아무래도 이상하고. 고개 갸우뚱하는.
#31. 커피숍
태하 : 현진씨는 정말 좋은 사람들 속에서 자랐네요.
현진 : 왜요... 오빠가 뭐라고 그래요?
태하 : 우리집은 내가 외박하고 들어와도, 백화점 걱정만 합니다. 내가 아니라.
현진 : 그거야.. 태하씨는 남자고, 난 여자니까 그렇지요. 원래 딸 가진 쪽이 손해잖아요.
태하 : 남자고 여자라서 아니라... 애정의 차이가 같아요. 잘하면 서현씨한테 맞을 뻔했으니까.
현진 : 오빠가 때렸어요? 어디 맞은 거에요?
태하 : 아니요, 그냥 경고만 했어요. 다시 외박하면 그때는 현진씨 머리 깎을 거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현진 : 아니에요... 저 믿어서 그런 일 안하세요.
태하 : 근데, 어째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셔서.
현진 : 태하씨!
현진 흘겨보면, 태하 빙긋 웃는.
#32. 다현 거실
미정 : 여보... 집은 그냥 그저 그렇지요. 우리 집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어요.
진만 : 내가 그랬잖아. 거기도 사람 사는 집이라고...
미정 : 문제는 좀 넓다 싶은게 문젠데... 사람 쓰겠지요? 우리 다현이 혼자 다하라고 안 그러겠지요?
서현 : 걱정 마세요. 어른들이 잘 챙겨주시겠지요.
미정 : 말로는 걱정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시집은 시집이지. 그걸 누가 챙겨?
준현 : 그럼 누나 이제 정말 결혼 하는 거에요?
서현 : 그런 거 같다. 주니야. 넌 발표 언제 되는 거야?
진만 : 그래 니 누나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니가 수능을 어떻게 치뤘는지 물어도 못봤다. 그래 잘 본 거야?
준현 : 네... 아는 건 안틀린거 같아요.
진만 : 고생했다. 전공은 어떻게 할꺼야? 뭐 하고 싶은지는 생각해 봤어요?
준현 : 공대가고 싶어요. 기계나 금속쪽이요.
미정 : 공대 공부하기 어려운데 아니야?
진만 : 공부하기 쉬운데가 어딨어. 어디든 지 마음에 맞고 얼마나 열심히 하나가 중요하지.
준현 : 저기... 아버지...
진만 : 응? 왜? 또 할 말있냐? 해봐.
준현 : 저도 결혼하고 싶어요. 누나, 아니 매형인가, 아무튼 그 형 보면 결혼이 저렇게 좋은건가 싶어요.
진만 : (웃으며) 뭘해? 결혼을 해?
준현 : 네. 대학 들어가면 바로 결혼하고,
미정 : 이게 무슨 소리야. 니 누나 결혼하는 거 말고, 니가 하겠다고.
서현 : 너 너무 한 거 아니야. 다다 먼저 가는 것도 은근히 약오르는데.
준현 : 그럼 형도 얼른 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서 자립하면 좋잖아.
진만 : 그래. 좋다.
미정 : 여보.
진만 : 대신에 결혼하면 성인이니까 학비고 생활비고 니가 다 알아서 하는 거다.
준현 : 아버지.
진만 : 아버지 그만 찾고... 결혼을 하고 싶으면 직장을 잡아야 하고, 그럴려면 공부를 해야 하니까.
뭘하고 싶은 건지나 진지하게 고민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준현 에이 하는 얼굴이고. 가족들 웃는.
#33. 학교 등나무
학생 : 선생님. 정말, 결혼 하시는 거에요?
다현 : 그래...
학생 : 그럼 정말 학교 안 나오시는 거에요?
다현 : 학교을 왜 안나와? 난 니들 선생님이야.
학생 : 그래도... 누가 그러던대요.
다현 : 뭐라고?
학생 : 선생님 결혼하시는 분, 재벌이라면서요. 그래서 선생님 결혼하면 학교 안 다니신데요.
다현 : 선생님 결혼하는 사람 재벌 아니야. 그리고 선생님 결혼해도, 학교 나와. 니들 시험 잘보나, 안보나 감시할 거니까,
걱정 말고 공부나 해.
학생 : 그럼 진짜 그만 안 두시는 거지요?
다현 : 그럼. 진짜 그만 안둬. 니들 놔두고 어딜 가니?
선생님 : 저기 김다현 선생님 교장 선생님 찾으세요.
다현 : 네.
#34. 커피숍
다현 : 후... 나, 학교 안 그만둬요.
재인 : 그건 저번에 얘기했잖아. 왜, 누가 그만 두래?
다현 : 학교에 소문이 쫙 놨어요.
재인 : 뭐라고?
다현 : 성현그룹 손자랑 결혼하니까 학교 그만둔다고... 오늘은 교장 선생님까지 불러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선생님 충원요청 해야 하냐고.
재인 상황 대충 짐작하고 머리 긁적거리는.
재인 : 미안하다.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공식적인 보도를 안할 수가 없었어.
다현 :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학교 그만둘 순 없어요. 선생님, 어렸을때부터 내 꿈이었어요.
다현 진지하면 재인도 진지하게 고개 끄덕이고.
재인 : 알아. 학교 다니는 건 말리지 않는데... 교통 때문에 문제다. 우리 집에서 인천까지 정말 한참 가야 하는데.
다현 : 전철 있는데요 뭘.
재인 : 있으면 뭘해. 지하도에서 한나절 보낼 거면서... 운전도 못하고. 그게 큰일이다. 다른거 보다.
다현 : 난... 결혼이 큰 일이에요.
재인 : 그건 우리 둘이 같이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걱정할 거 없어. 둘이 뭘 못하겟니?
두사람 마주보고 웃고.
재인 : 가자.
다현 : 오늘은 안 바빠요? 결혼하려면 매일 밤새야 한다면서.
재인 : 아무리 바빠도... 우리 결혼하기 전에 인사드릴 분 있어.
다현 누구요 하는 얼굴이고. 재인 그런 다현 보고 희미하게 미소짓는.
#35. 작은 묘지
재인 꽃 올려놓고. 다현 한걸음 뒤에서 재인 바라보고.
재인 : 아버지... 저 왔어요. 저번에 오고 한참 됐지요... 네 잘하고 있어요. 아버지한테 약속한 대로, 어머니한테도 잘하고,
재영이한테도 잘할 겁니다. (가만히 술잔 올리고 픽웃는) 알았어요. 할아버지한테도 잘할게요...
이제 우리집에 가족이 늘어요. 오늘 아버지한테 인사드리러 왔어요. 다현아. 우리 아버지.
다현도 술잔 올리고.
다현 : 저 김다현이에요. 아버님... (재인이 한번 보고) 저도 약속드릴께요. 할아버지, 어머님 잘 모시고...
재영씨한테도 잘하겠습니다. 재인씨처럼요.
다현 인사하고. 재인 바라보면.
재인 : 제가 잘 골랐지요. 이 여자한테도 잘 할 겁니다. 아버지하고 한 약속 다 지킬테니까,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두 사람 얼굴 보고.
#36. 산길
내려오면서.
재인 : 우리 어머니 고생하신 얘기 들었지.
다현 : 네.
재인 : 아버지... 원망 많이 했어. 속으로 화도 많이 내고. 끝까지 반대하신 할아버지도 싫었지만... 아버지도 미웠어.
재인 희미하게 미소짓고, 다현 그런 재인 때문에 가슴 아리고.
재인 : 지켜주지도 못할 거면서 뭐하러 결혼은 해 가지고 우리 엄마 힘들게 했을까... 왜 이렇게 일찍 돌아가셨을까..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배우고 있는 태하 보면... 더 화가 나고. 그래서 우리만 두고 가신 아버지, 더 미워지고. 그랬어.
다현 고개 끄덕이면.
다현 : 난... 부모님이 여태 내 옆에 계신거 너무 당연하게 여겼나봐요. 다 나같은 줄 알았어요. 현진이...만 빼구요.
재인 :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 나처럼... 한분이 먼저 가신 사람도 있고. 재영이처럼 아예 기억도 안나는 사람들도 있어.
좋은 부모님 밑에서 아무 탈없이 자라는 거 행운이야. 그러니까 당신도 잘해.
다현 : 알았어요.
하고 웃으면.
재인 : 왜 웃는거야? 난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다현 : 오늘은 꼭 재인씨가 선생님 같아서요.
재인도 픽하고 웃고.
#37. 보석 매장
다현이랑 재인이, 반지 같은 거 고르는.
다현이 손에 끼어보이면 둘, 눈 마주치고 미소짓는.
#38. 다현 거실
다현 : 다녀왔습니다.
진만 : 어, 왔니?
미정 : 일찍 다녀... 낼 모레 결혼한다고, 아주 매일 늦어.
다현 : 네. 일찍 다닐게요... 엄마. 손 좀 내밀어 봐.
미정 : 왜?
다현 : 그냥요. 얼른.
미정 손 내밀면, 다현 작은 상자 꺼내서 엄마 손에 건네주는.
미정 : 이게 뭐야?
다현 : 엄마, 반지. (상자에서 반지 꺼내 끼워주면서) 재인씨랑 나랑 준비한 거에요.
진만 미정, 얼굴 한번 마주보고.
미정 : 아니, 결혼은 니들이 하는데 이런 걸 왜 날 사줘. 이럴 여유 있으면 니들 예물이나 하나 더해.
그냥 몸만 가겠다는 얘기 하지 말고.
다현 : 우리는 벌써, (손가락 반지 들어보이며) 하나씩 해 꼈는데 뭘.
미정 : 그럼 다른 걸 하나 해야지. 내걸 뭐하러 해.
다현 : 다른 거 필요없어요... 엄마, 고마워.
미정 살짝 안는, 미정 마음 짠해지고, 진만 모녀 보고 미소 지으며 농담던지는.
진만 : 난 하나도 안 고마웠니? 아무것도 없게? 나도 니 엄마랑 너, 같이 키웠어.
다현 : 아빠도 고마워요. 아버지건 나중에 해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저 잘할게요.
#39. 재인 거실
선희도 손에 반지 끼고 있고.
선희 : 나 신경쓸게 아니라 다현이를 해줘야지. 안 그래도 다현이 패물도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한데... 내거 줄 것도 없고.
이런걸 왜 내가 받아?
재인 : 왜 받긴요. 아버지 살아계셨으면 더 좋은 거 해 드렸을텐데... 나중에 부자되면 그땐 정말 좋은 걸로 해 드릴게요.
재인 진지하면.. 선희도 마음 짠해지고 아들 기특한데.
선희 : 이것도 좋다. 얘, 너 지금 뇌물 쓰는 거지? 내가 시집살이 시킬까봐.
재인 : 네. 어머니... 뇌물 쓰는 거에요. 다현이 잘 봐주시고. 저도... 잘 봐주세요.
선희 미소짓는.
#40. 규철 서재
재인 : 부르셨어요?
규철 : 너 부른거 아니야. 다현이 불렀지.
재인 : 그럼 전 나가요.
규철 : 그래 나가봐.
재인 농담이지만 규철 진심이고, 재인 그냥 할 수 없이 웃어버리는.
규철 : 그래, 결혼 준비는 잘 되가고 있는 거야.
다현 : 잘 모르겠어요. 시간도 없고 준비할 것도 없는 거 같고... 정신도 없어요.
규철 : 다 결혼을 그렇게 하는 거야. 시간 많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준비할 거 많아 봤자 골치만 아파.
다현 : 할아버지.
규철 : 응? 왜 말해봐?
다현 :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들어와서 살아도 돼요? 저 정말 빈손으로 올 건데요.
규철 :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난 니가 이 녀석하고 결혼하겠다고 결심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재인 : 할아버지.
재인 발끈하지만, 다현 웃고, 규철 당연한.
규철 : 가만있어. 이녀석아. (다현 향해서 말하는) 그리고... 너 혼수다 뭐다 준비하려면 고생해야 할 거 아니야.
모아놓은 돈도 없으면서. (돈 벌어서 현진이 학비대준거 알고 있는)
다현 : ... 어떻게 아세요?
규철 : 너 열심히 벌어서 어디다 쓴지 내 다 알고 있어. 그런 마음 아무나 품기 어렵고, 또 아무나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아.
버는 것보다 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너보면서 나도 배운다.
다현 : ...
규철 : 내 유언장... 아직 안 바뀌었다. 내거... 전부 니 몫이야.
재인 : 할아버지. 할아버지 재산 필요없다니까요. 그거 있으면 다현이 또 힘들어져요.
규철 : 시끄러. 이 녀석아. 너한테 주겠다는 거 아니야. 회사를 넘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은 접어두고 내가 해 놓은 거.
그거 다현이 전부 니가 가지게 될 거야. 무슨 뜻인지 아니...
다현 할아버지 의도 너무 커서 눈 커지는.
규철 : 그러니까... 너 지금도 넘치게 많이 해오는 거야. 이 녀석 사람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우리가 업고 다녀야 한다.
아직도 한참은 멀었지만.
재인 : 할아버지 자꾸 이러실 거에요?
규철 : 가만있어, 이 녀석아. 넌 나 업고 다녀야 해. 이렇게 좋은 여자 소개시켜준 거 생각하면.
#41. 공원 (나무 예쁜 곳)
재인 : 그럼 현진씨, 학비 다현이가 다 대준거야?
다현 : 다 대주긴요... 마지막 몇 년만 그랬지요. 내가 현진이보다 먼저 졸업했잖아요. 돈도 먼저 벌고.
재인 : 가끔 다다한테 놀랄때가 있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니,
다현 : 현진이 진짜 가족이에요.
재인 : 아무리 그래도 정말 그러기 쉽지 않아. (그러다가 옛날 생각에 피식하고 웃는) 하긴...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당신반 학생 후원해주느라 그런 거니까.. 당신이 베풀기 좋아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절대 나 안 만났지?
다현 : 아마... 그랬을 걸요. 난 성질 부리는 남자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재인 피식하고 웃는.
다현 : 돈말고 그냥 사람한테 투자한거에요. 나 선생님이잖아요.
재인 가만히 다현 바라보다가 재인 피식 웃고.
재인 : 나 정말 가난한 여자랑 결혼하는 거네.
다현 : 마음이 부자인 여자랑 하는 거지요. 그게 복이에요.
재인 : 알아. 그러니까 하겠다고 이러지. 내가 머리 좋잖아.
다현 마주 웃고.
재인 : 그래서 당신이 좋아.
다현 : 돈은 없고 마음만 부자라서요?
재인 : 아니, 이뻐서.
재인, 정말 진지하게 다현 바라보는.
재인 : 나중에 늙어서 정말 못생겨져도, 마음은 이쁠테니까. 그럼 평생 예쁜 여자 데리고 사는 거잖아.
다현 : 재인씨...
다현 가만히 재인 바라보면, 재인 씩 웃고 농담처럼.
재인 : 내가 이렇게 감동적인 멘트를 날렸는데 답례 없어?
다현 : 있어요... 내 평생에 재인씨보다 최악은 없을 거 같애요. 난 그래서 결혼해요.
재인 : 뭐?
다현 : 설마, 지금보다, 더 고집세고, 더 고약해지겠어요? 살면서 나아지겠지... 안 그래요?
재인 인상쓰는, 다현은 웃음 터뜨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