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한번 쯤은, 사랑스러운 영웅적인 우화(寓話)를 생각
케하는 따위 황금의 종이 위에 써두어야 할, 하나의 청춘이 있
지 않았던가, - 너무나 운이 좋았던 청춘이! 그 어떤 죄(罪) 때
문에 그 어떤 잘못 때문에 나는 오늘 지금의 이 쇠약한 모습의
보상을 얻은 것인가? 당신네들이 슬픔에 흐느껴 운다든가, 병
자들이 절망하고 있다든가 죽은 사람들이 악몽에 짓눌린다든가
그런 것을 주장하는 분들이여, 나의 전락과 나의 깊은 잠을 얘
기해주지 않겠는가. 나로 말하면, 나의 전락과 나의 깊은 잠을
얘기해주지 않겠는가. 나로 말하면, 나에겐, 저 주기도문이나
천사축사(天使祝詞)를 계속 입속으로 웅얼대는 거지 못지 않아,
이젠 자기의 생각을 표시할 수도 없다. 나는 더 이상 이야기할
방법조차 모른다!
그렇게 말하긴 하지만, 오늘날, 나는 나의 지옥하곤 인연을 끊
었다고 믿고 있다. 바로 그것은 지옥이었다. 저 옛 그대로의 지
옥, 사람의 아들이 그 문을 연 지옥이었다.
그 같은 사막에서, 그 같은 밤에 나의 피로한 눈은, 언제나 저
은빛의 별을 바라보고서 각성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인생의
'왕자(王者)들', 저 세사람의 박사들, 마음과 영혼과 정신은 도
무지 동요하는 일도 없다. 어느날, 우리들은 출발할 것인가. 모
래사장을 넘어 연봉을 넘어서, 저쪽에 새로운 노동의 탄생을,
새로운 예지를, 폭군이나 악마들의 도망을, 미신의 증언을 예배
하러 가기 위해서. 또 -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 지상의 크리
스마스를 찬송하러 가기 위해서!
제천(諸天)의 노래, 민중의 걸음! 이 인생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카페 게시글
태그 없는 詩 방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 - 아침
애오라지
추천 0
조회 115
05.03.29 00:11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