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 있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의문이다. 있다면, 있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그 중의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일을 기억하는 전생 기억(Past-life memory)이다. 보통 전생 기억은 최면이나 명상 중에 나타난다고 하나 그저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억이 실제 전생의 기억인지 아니면 무의식적 사건의 재구성에 의한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전생을 믿는 학자는 과학적으로 전생기억이라고 증명할 만한 완벽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1. 전생기억, 일반
전생이 있다면 그 기억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미국의 초심리학자이며 인류학자인 매틀록(James Matlock)이 정리한 바에 의하면
첫째 전생의 이름, 날짜, 사실 등을 말한다,
둘째 사람과 장소를 확인해 낸다,
셋째 인격기질, 흥미, 재능 등에서 나타난다,
넷째 육체적으로 출생마크 등에서 전생과 외형상 유사성이 나타난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버지니아 의과대학 정신병리학 교수 스티븐슨(Ian Stevenson)의 말을 들어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 스티븐슨은 1960년대에 시작하여 1980년대 말까지 2000건 이상의 자발적 전생회상 사례를 수집하였다. 대부분 이런 사례는 문화적으로 전생 회상을 격려하는 동양에서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어린아이에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세밀한 점을 말한 어린아이의 경우 전생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것은 2살에서 4살 사이, 평균하여 2살 반 때이다. 8살이나 그 이상의 나이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였다.
또한 폭력적 사망이나 갑작스런 자연사를 경험했을 경우에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많은 경우에 전생기억이 나타난다. 상처를 입고 사망했을 때에는 출생마크가 나타난다. 또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증과 같은 것은 사망방식과 관련이 있는데, 익사에 기인한 물에 대한 공포가 그런 것이라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전생에 대해 단지 몇 마디 말만을 하나 이와는 달리 끊임없이 말하며 자신의 전생의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어린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 또는 어떤 사람이나 물체를 본 다음과 같이 특정한 때에 전생에 관해 말한다.
스티븐슨과는 달리 전생기억을 텔레파시의 산물, 귀신들림(spirit possession)과 연관 짓는 초심리학자도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전생기억을, 잊혀졌던 기억(forgotten memories)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해 내어 새로운 생각으로 현재에 포함시킨 '생소 기억(cryptomnesia)' 또는 망상적 '기억 착오(paramnesia)'라고 말한다. 잊혀진 기억과 관련된 것이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전에 보거나 경험했었다는 인상을 받는 데자부(deja vu)이다. 데자부는 현재의 경험이 과거에 경험했으나 잊혀졌던 유사한 기억 또는 단편적 기억의 조합을 불러내어 이전에 일어난 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전생기억이란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스티븐슨도 과학적 해석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연구사례 중에는 전생 기억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확고한 증거에 기초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스티븐슨은 예를 들어 1974년 발표한 '환생을 나타내는 20가지 사례(Twenty Cases Suggestive of Reincarnation)'에 그런 확고한 증거가 나와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스티븐슨의 사례를 지지하는 다른 학자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증거로 보아 그렇지 않으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한다. 예를 들어 1987년 린다 바드햄(Linda Badham)과 폴 바드햄(Paul Badham)은 '불멸 또는 절멸? (Immortality or Extinction?)'에서 스티븐슨 방법의 철저함에 감명을 받았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증인은 철저한 질문을 받았고 그들이 말한 것은 상세히 기록되었다. 이들 기록은 다시 몇 년 지나 두 번째 질문을 통해서 진위를 확인하였다...그가 환생의 진실을 우리에게 확신시키기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사건을 그의 사례에 맞추기 위해 잘못 나타내는 것으로 그를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 ...그는 약한 사례를 증거가 나타내는 것보다 더욱 강하게 만들려고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학자들은 스티븐슨의 전생 평가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흔히 스티븐슨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어린아이를 조사하기 위해 그 아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한다. 이때 예를 들어 아이는 전생에 알던 사람의 존재와 특징을 말한다. 다음에 스티븐슨은 어린아이 가족과 함께 그를 전생에 살던 마을로 데려가서 그 말의 진위여부를 확인한다. 마을 사람의 증언이나 기록에 어린이가 말한 사람이 과거에 살았고 그의 특징이 아이의 말과 일치하면 어린아이의 기억이 전생기억이라고 판정한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그 어린아이가 실제는 전생의 사실들을 정상적인 방법 예를 들어 대화를 통해 엿들어 알았거나 인지과정에서 감각적 실마리에 기초해 구성해 내었을 가능성을 말한다. 또한 스티븐슨이 장면에 도착한 때는 전생과 후생의 가족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교환한 후가 많다. 또한 전생을 회상하는 어린아이가 환생을 믿는 문화권이라는 사실은 아마도 격려, 즉 그러한 기억을 말하도록 사주하여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 아래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2. 이마드 일라워 사례와 비평
스티븐슨의 20가지 사례 중에서 특히 레바논 소년 이마드 일라워(Imad Elawar) 사례가 환생의 강력한 증거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스티븐슨 자신도 어느 누구도 이 소년의 전생기억을 입증하려고 하기 전에 장면에 나타나 증명하였기 때문도 있으나, 이 사례를 가장 인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학자 예를 들어 플레이페어(Guy Lyon Playfair)는 1976년 '경계가 없는 경계선(The Infinite Boundary)'에서 "이마드 일라워 사례 연구는 환생이라고 해석하는 것 외에 어떤 다른 가능한 해석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라고 하였다.
앞서 이런 유 연구의 문제가 무엇인지 개략적으로 말했으며 스티븐슨이 정말로 누구나 인정할 증거를 제시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것은 학자들의 분석 비평 영역이다. 그 한 예로 더글라스 칼리지 엔젤(Leonard Angel)은 '이마드 일라워 사례'를 6가지 점에서 비평하였는데 스티븐슨의 학문적 완전성에 결함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전생기억 입증 방법과 함께 이해하기 바란다.
첫째, 전생 입증 전에 확인된 대로 그대로 기억을 기록하여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스티븐슨은 책에 이마드 일라워(이마드라고 부른다)의 부모가 자식의 전생을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관해 "그들은 그가 자밀라(Jamilah)라는 부인을 둔 그리고 운전수와 다툰 다음에 트럭에 치어 치명적 상처를 입었던 크리비의 마무드 부함지(Mahmoud Bouhamzy of Khrivy)였다고 주장한다고 믿었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입증 전 기억을 57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정리한 테이블에는 이 내용이 없다. 실제 스티븐슨은 이 테이블을 후에 다시 만든 것으로, 제일 처음 기록한 기억의 형태가 아니다. 부모에 의하면 이마드가 자신의 전생으로 회상한 사람이 마무드 부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의 입증 전 항목에는 이마드의 전생이 마무드 부함지가 아니었고 자밀라라는 부인도 없었다. 운전수와 다투었다는 사실은 물론 사고로 죽은 것도 아니었다. 스티븐슨은 독자에게 부모나 그 소년이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했는지, 그러나 어떻게 정당하게 최초의 주장을 무시했는지를 나타내지 않았다.
둘째, 엔젤은 이런 유 연구에 소년이 실제 한 말과 그 소년의 말을 전한 친척 등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 해석을 입증 전에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만 두 말이 일치하는지 아니면 소년의 말에 근거하여 전생의 입증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명한 구분이 없다면 연구자는 임의로 전생을 해석해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티븐슨은 테이블에 '이마드가 언급한 마무드(Mahmoud)'라는 이름을 적었는데 이것은 마무드 부함지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가 이브라힘(Ibrahim) 부함지의 삼촌이라고 하였다. 스티븐슨은 이브라힘 부함지가 이마드의 전생의 이름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마드가 그런 이름을 말했고 전생 가족에 그런 이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나 사실은 임의로 가정해서 입증해 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우선 부모는 이마드가 자신의 전생이 '크리비의 마무드 부함지'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앞서 말한대로 스티븐슨은 이 사실을 테이블에 언급하지 않았다. 엔젤은 그 이유가 아마도 스티븐슨이 부모가 소년의 말을 오해했거나 아니면 그 소년의 말이 신빙성이 약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나 입증 전에 이런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스티븐슨이 '크리비의 마무드 부함지'가 이마드의 전생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크리비(Khriby)로 여행한 후였다.
그는 그 소년의 전생의 이름이 마무드(Mahmoud)로 밝혀지길 기대했으며 그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그가 트럭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소년의 전생이 마무드가 아니라는 가정을 내어 입증하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이브라힘 부함지가 이마드의 전생이라는 식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런 유 분석의 문제는 스티븐슨의 전생 입증에 자주 나타난다.
셋째, 엔젤은 이런 유 연구에 중요한 것은 다른 대안적 해석이 없도록 자료를 분명히 나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크리비(Khriby)라는 마을을 확인한 과정을 살펴보자. 스티븐슨은 테이블에 그 소년이 "그의 이름은 부함지이며 크리비 마을에 살았다"라고 적었다. 이렇게 해서 이마드가 마을의 이름을 대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스티븐슨은 이 소년이 언제부터 크리비라는 마을을 말했는지 분명히 하지 않았다. 실제 크리비라는 마을을 심각히 생각한 것은 크리비 마을에 사는 한 사람이 코나엘(Kornayel)에 와서 거리에서 이마드를 보고 그의 할머니와 닮았다고 한 다음부터이다.
넷째, 이런 류 연구에서 자료 테이블에 해석(comment) 상 문제를 감추어 나타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그 소년은 전생의 가정에서 완전히 찬 것과 완전히 빈 두 우물(well)을 언급했다. 스티븐슨은 이것을 포도즙을 담기 위해 사용하는 두 개의 큰 통을 나타내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우기 동안 하나의 통은 물로 가득 채워지게 되고 다른 하나 납작한 통은 그렇지 않았다. 물이 그곳에서 증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가 가득 찰 때 비워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정말로 5살 먹은 소년이 통과 우물의 차이를 몰랐겠는가?
다섯째, 이제 입증 단계로 들어와, 구체적인 입증방법을 잘 적어야 하나 스티븐슨의 입증 기준은 분명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스티븐슨은 "그 다음날 이브라힘이 척추에 결핵을 앓았는지 물어야 할 생각이 들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하페즈 부함지(Haffez Bouhamzy)가 이브라힘이 결핵을 앓았다고 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곧 스티븐슨은 이브라힘 부함지 형제의 증언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하페즈의 증언에 신뢰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가 그저 암시에 따라 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엔젤은 증언의 채택, 입증 기준이 애매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 경우 하페즈의 증언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년의 전생의 증명에는 하페즈 부함지의 증언에 입각한 입증이 많다. 그는 28개의 항목에 증명을 제공했다. 경우에 따라 증언을 채택하는 이런 식 불충분한 입증이 스티븐슨 연구의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것이다.
여섯째, 엔젤은 스티븐슨 연구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자료가 환생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닌, 다른 어떤 사실을 나타내지는 않을 지에 관해 전혀 문제를 발견 못한 데에 있다고 하였다.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부함지라는 이름을 이마드가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알았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마무드, 아민(Amin), 세이드(Said)라는 이름도 흔하다. 그 마을에 우물은 흔한가? 그렇다. 입증의 증거로 된 정원, 오두막, 창고 등등이 얼마나 흔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을 전생의 증거로 사용할 경우에 우연적 가능성을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
이마드 일라워의 전생이 크리비의 이브라힘 부함지로 된 내역을 다른 식으로 보자. 아마도 이 소년은 자신이 마무드 부함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 내용이 마무드 부함지와 부합되는 것이 없다. 이때 스티븐슨은 최적 후보대상으로 이브라힘 부함지가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브라힘은 자밀라라는 부인도 없었고 또한 가족사항도 들어맞지 않았고, 차 사고 등등도 부합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브라힘도 제외시켜야 하는데, 다행히도 정보가 있었다. 3명이 이브라힘에게 자밀라라는 가정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다른 3명은 이와는 다른 증언을 했다. 그럼에도 자밀라는 이마드의 말과 같이 아름다웠다는 증언이 있었다. 그외 이브라힘이 사냥을 즐겼고, 집 근처에 언덕이 있고, 한때 개를 때린 적이 있고, 정원을 새로 꾸민 적이 있고, 작은 노란 색 차를 가졌고 등등은 이마드의 증언과 일치했다. 이러한 우연적 증거라고 볼 수 있는 것으로 스티븐슨이 이마드가 이브라힘 브함지라고 단정한 것이 아닐까?
3. 비평에 대한 반론
엔젤 비평에 대한 스티븐슨의 반론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그는 엔젤의 비평이 실린 잡지에서 같은 때에 자신의 반론을 같은 분량 게재했어야 공평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늦게 반론을 그것도 적은 지면만을 허용한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스티븐슨은 적은 지면 때문에 엔젤 비평에 대한 모든 점에 일일이 반론을 낼 수는 없기 때문에 하페즈 부함지의 증언에 관한 내용에만 답한다고 했다.
이브라힘 부함지의 사촌인 하페즈 부함지의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비평에 대해, 그는 하페즈 부함지의 증언에 의존했고 그것의 신빙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지만 다른 증인의 증언과의 상충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다시 레바논으로 가서 이를 조사했노라고 했다. 그리고 이 부가적인 증언 내용도 책에 포함시켰는데, 엔젤은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티븐슨은 실제 28개 항목에 대해 하페즈 부함지가 입증해 주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5개 항목만이 하페즈 단독에 의한 것이며 나머지는 다른 증인으로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마드는 하페즈가 증언하지 않은 다른 20개의 항목에 대해 정확한 진술을 했다고 했다. 여하튼 스티븐슨은 여러 증거에 의해 이마드의 전생을 확인했노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스티븐슨은 '이마드 일라워 사례'가 아닌 다른 전생기억 사례를 갖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이마드의 사례와 동등하거나 좀 더 강한 증거의 것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엔젤이 이마드 일라워의 사례를 부정한 것으로 그의 임무가 끝났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달았는데, 흥미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