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66 --- 지난날은 지나서 아름답다
오늘 불쑥 떠오르면서 생각이 난다. 왜 그런 거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불쑥 떠오르고 지난 일이 생각난다. 아른아른 꿈만 같다가 조명이라도 받은 듯 또렷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자랑스러움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좋게 포장되어 되레 그쪽에서 괜찮다고 빙그레 바라보는 것 같아 머쓱하기조차 하다. 어려움도 이제는 마음뿐이면서 그래도 한결 거뜬해졌다. 아하, 시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흘러가다 보니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싶다. 하기야 지나놓고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그때는 절대적인 것으로 아웅다웅했다. 얼마나 옹졸하고 답답하며 쫀쫀했는지. 지나간 일뿐 아니라 앞날도 은근히 채근하듯 할 일이 생각난다. 아직은 잊은 듯 다 잊지 않고 생각이 없는 듯 어느 구석인가 남아있었다. 보이지 않고 미처 생각이 미치지 않는 저 깊고도 깊은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면서 기회가 올 때를 기다렸다 떠올랐지 싶다. 잊지 않고 챙기듯이 찾아주어 고맙다고 할까 보다. 한편으로는 괜스레 계면쩍기도 하다. 어쨌든 반겨도 괜찮지 싶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러울 수 있다. 그런 사람 그런 일이 있었지, 새삼스레 회심의 미소를 머금어 본다. 내 삶의 추억에 삶의 일부를 뒤적거리며 읽는 것 같아 그것이 아니라고 하며 상기되기도 한다. 비록 기억이지만 어수선하고 뒤죽박죽일 것 같아도 언제 누가 이처럼 정성 들여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를 한 것인지 신기하기조차 하다. 어쩌면 건건이 가지런하게 마무리해 꽂아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굳이 직접 챙기지 않아도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궁금한 것을 풀어주듯 펼쳐 읽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감명 깊다. 그런데 좀은 까탈스럽고 변덕이 심한지 그리 자상하고 친절하지 싶어도 막상 내가 일방적으로 그리워 보채면 모르는 척 외면하고 쌀쌀맞다 싶게 돌아서 더 멀리 숨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다 봄날 슬그머니 새싹이 돋아나고 푸릇푸릇해지면 눈여겨보면서 헛웃음 짓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