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수) 복음 묵상 (마태 11,25-27) (이근상 신부)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마태11,25-26)
성경, 특히 복음은 두 갈래의 문학전통으로 이해하곤 한다. 지혜문학과 묵시문학인데 전자는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고 살아내며 필요한 가르침, 이를테면 겸손과 연민, 애덕의 실천을 강조한다면 후자는 종말과 심판, 악의 멸망과 하느님의 종국적 승리에 대한 약속을 강조한다. 지혜문학이 뭔가 만져지는 삶의 가르침이라면 묵시묵학은 아득하지만 크게 희망을 둘 수 있는 의지처가 된다. 오늘 복음은 후자, 그러니까 결국 아버지의 거룩함이 인간의 크고 작은 계획과 성취, 그리고 이해와 좌절을 넘어서 완성되리라, 이미 그 완성이 시작되었노라는 증언이다.
증언은 이해를 요청하는게 아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파헤쳐서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는게 아니다. 말씀은 우리에게 희망을 믿음을 요청한다. 의지할 것을, 알 수 없으나 크게 희망을 두기를 요청한다. 발버둥쳤으나 이게 헛된 짓에 다름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이에게 삶의 지혜란 부질없다. 그런 날이 있다. 밤같은 날.
복음은 그 깜깜한 밤에 속삭이는 침묵같은 것. 함께 하고 있으나 손에는 귀에는 아무 것도 걸리지 않을 때. 그 때 마음이 멈추고 쉴 의자같은 것.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2oZW4YML55FAk47N8TqWoDmoEyTPAZ5FEZ9hSw2KuwVRtNHckFWbSGSuxXTLH8VH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