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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오병희 교수로부터 |
소비자리포트가 국제소비자연구검사기구(ICRT)와 공동으로 실시한 혈압계 국제검사와 관련하여, 고혈압에 대한 이야기를 고혈압 전문의로부터 들어보았다.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본관 맞은편 의학박물관 1층 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실. 고혈압과 협심증의 명의로 꼽히는 내과학교실 오병희교수를 만나 궁금한 점을 물었다.
대한제국시대 때 우리나라 위생 및 의료의 중추기관이었던 대한의원의 본관건물이었다가, 일제 강점기 때에는 조선총독부의원 본관으로, 1928년부터는 경성제대 의학부 부속의원 본관으로 사용되었던 붉은 벽돌의 바로크풍 건물1층 집무실. 당당한 외모와 경상도 억양의 오병희 교수는 최고의 명의답게 거침없이 고혈압에 대한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지금 한국은‘고혈압 국가’인가?
2005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30세이상 성인의 약28%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남자의 경우는 30%, 여자의 경우는 26%에서 고혈압을 가지고 있어 외국에 비해 약간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조사에 비해 유병율이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이어서, 지금 고혈압이 더욱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통계를 보니까 고혈압성 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줄었으나?
실제 전체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특히 고혈압치료가 확산되어 뇌졸중을 포함한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이 줄고 있으며 선천성 심장질환, 판막질환 등 다른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줄고 있다. 그러나 높은 고혈압 유병율과 함께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증가하고 운동부족, 비만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두배이상 늘고 있다.
정상 또는 적정 혈압(120/80mmHg 미만)과 고혈압(140/90mmHg) 사이의 혈압인 경우, 고혈압 전기(전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약물 치료는 하지 않더라도 운동,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합병증을 예방해야한다. 고혈압은 아니지만 수축기 혈압 115mmHg, 확장기 혈압 75mmHg 이상부터는 혈압이 상승할수록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발생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
적정한 혈압은?
정상혈압과 고혈압을 나누는 명쾌한 선은 없다. 합병증 발생이 증가하고,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혈압을 기준으로 고혈압을 정의하는데 현재 기준은 140/90mmHg이다. 그러나 수축기혈압 115mmHg, 확장기혈압 75mmHg 이상부터 혈압이 상승할수록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발생이 증가한다.
가장 이상적인 정상 또는 적정혈압은 120/80mmHg 미만으로 보고 있다. 적정 혈압과 고혈압 사이의 혈압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향후 고혈압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으며 그 자체로도 심장이나 뇌졸중의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수준의 혈압을 고혈압 전기(전단계)로 정의하여 약물치료를 하지는 않더라도 운동, 식이요법과 같은 생활습관개선을 통하여 혈압의 상승을 억제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정에서 전자혈압계를 오래 사용한 경우, 반드시 병원의 의사에게 가정용 혈압계를 가져가 병원의 수은주 혈압계 수치와 비교하여 보정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이나 손목에서 측정하는 혈압계는 상대적으로 오차가 클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
올바른 혈압 측정법은? 반드시 혈압을 재어야 할 때는 언제인가?
사람의 혈압은 활동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므로 측정할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고혈압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선 올바른 측정이 중요하다. 즉 적어도 5분 이상 안정된 상태에서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은 상태로 측정해야 하며 측정하기 30분전에는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지 않아야한다. 또 한 번 측정한 값으로 혈압을 정하기보다는 1~2분 간격으로 측정하여 평균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1주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상승되어 있으면 고혈압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혈압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으므로 필요시 전문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혈압, 얼마나 자주 재어야 할까?
혈압을 측정해서 120/80mmHg 미만으로 적정한 수준이면 2년에 한 번씩 측정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140/90mmHg까지는 일 년에 한번, 140/90mmHg 이상이면 적어도 1~2달 이내에 측정해서 반드시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혈압계를 가정에 비치할 필요가 있는가?
최근 가정에서 전자혈압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어느 정도 정확하긴 하나 오래된 경우는 반드시 병원 의사에게 혈압계를 가져가 수은주 혈압계의 수치와 비교하여 보정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이나 손목에서 측정하는 혈압계는 상대적으로 오차가 클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혈압이 높지 않은 경우 가정에서 일부러 혈압계를 비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고혈압을 가진 분은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해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경우 주기적으로 혈압계의 정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혈압을 측정하여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으며 매일 아침 비교적 일정한 시간, 혈압약을 복용하기 전에 측정하여 추세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자체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합병증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도 사망 원인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합병증이 발생해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므로,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
고혈압의 증세는? ‘혈압이 오른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고혈압은 대부분 서서히 혈압이 상승하므로 특징적인 증상을 동반하지는 않고 있다가 합병증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한다.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경우는 두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흔히 뒷목이 뻣뻣하다는 증상은 혈압의 상승 때문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나 긴장으로 인한 등이나 목 근육의 긴장 때문인 경우가 많다. 즉, 고혈압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증세는 따로 없다. 다만,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다든지 특히 뇌졸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몇 가지 증상에 대해 고혈압 증세인지를 물었다.
ㆍ 손가락, 발가락이 저리면 고혈압인가?
손가락, 발가락이 저린것은 말초신경의 염증 또는 기능부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ㆍ 눈이 계속 침침하면 고혈압인가?
대부분 노안으로 원근을 잘 못 맞추기 때문이다. 즉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런 경우 아침보다 오후에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ㆍ 코피가 잘 나고 안구의 혈관이 자주 터지면 고혈압인가?
고혈압은 큰 동맥의 압력 문제이며 말초혈관의 혈압은 대부분 비슷하다.
ㆍ 어지러우면 고혈압인가?
노인들은 기립성 저혈압을 조심해야 한다. 사우나를 하고 탈수가 오고 혈관이 늘어난 상태에서 앉았다 일어나면 혈액이 아래로 쏠리면서 어지러워 쓰러질 수 있다.
혈압은 높지만 건강상 아무 이상이 없다며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고혈압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뇌졸중, 관동맥질환, 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는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여서 문제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망원인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따라서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이고도 심각한 합병증이 오기 전에 혈압을 조절해야한다.
고혈압으로 인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되며, 혈압 측정으로 고혈압임이 밝혀지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이고도 심각한 합병증이 오기 전에 혈압을 조절해야한다. |
고혈압, 어떻게 치료하나?
예전에는 140/90mmHg보다 약간 높아지면 6개월에서 1년 동안 운동요법, 식이요법, 술·담배 조절 등 생활습관개선을 권장해서 운동도 열심히 시키고 체중을 줄이게 하면서 경과를 보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140/90mmHg으로 측정되면 무조건 약을 쓰도록 한다. 물론 생활습관 개선도 동반하는데 그만큼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혈압약을 먹으면 기운도 없고 다른 부작용이 심하다.
힘이 빠지고 정력이 저하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일부 약물의 경우이며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고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혈관기능이 나빠져서 오히려 발기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일부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당뇨병의 발생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으나 다른 혈압약과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지,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는 것보다는 약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는 강압제를 선택하여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평생 사용하는 것이 심장, 뇌, 신장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오래살 수 있는 길이다. 혈압약을 평생 복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밥도 죽을 때까지 먹는 것 아닌가”라고 비유하곤 한다.
고혈압으로 인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되며, 혈압 측정으로 고혈압임이 밝혀지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이고도 심각한 합병증이 오기 전에 혈압을 조절해야한다. |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
병원에서 강압제를 사용하자고 권하면 “혈압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데 좀 더 지내보고 약을 복용하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최근의 강압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약물을 복용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음이 증명되어 있고 오래 살 수 있으므로 약물을 반드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으로 인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방법은?
고혈압으로 인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손가락을 딴다든지, 우황청심환 등을 복용하는 민간요법을 쓰기보다는 즉시 전문의를 찾거나 더욱 급한 경우는 응급실로 찾아가는 것이 좋다.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의 폐쇄도 3~6 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나 관동맥중재술로 혈관을 재개통하면 뇌나 심장의 손상을 줄일 수 있으므로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추운 계절에 쓰러지는 노인들이 많다.
골프를 하다가, 또 조깅하다가 쓰러지는 원인과 예방법은?
추운 계절 찬 공기에 갑자기 우리 몸이 노출되면 말초동맥이 수축하여 저항이 높아져 갑자기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혈압이 갑작스레 상승하면 압력자체로 뇌혈관의 출혈이 생기거나 관동맥의 죽상경화반에 균열을 일으키고 이어서 혈전형성으로 혈관이 막혀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 특히 추운날씨에 따뜻하게 입어 보온에 신경 써야한다.
혈압조절을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혈압 조절에는 강압제 뿐 아니라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한다. 생활습관 개선 그 자체로도 혈압을 감소시킬 수 있고 또 약물과 같이 실시하는 경우 강압제의 양을 줄여 사용할 수 있어 약물로 인한 부작용도 피할 수 있다. 저염식, 녹황색채소나 과일, 저지방유제품 등이 대표적으로 도움이 되는 식단이며 운동과 함께 체중을 조절하면 더욱 바람직하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하며 술도 마시지 않는 게 좋고 마신다 해도 하루에 1~2잔 이내로 절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혈압조절에 도움이 된다.
왜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이 많아지나?
검사 후 고혈압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내가 젊어서는 저혈압이었는데...”하면서 놀라는 분이 많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딱딱해지므로 수축기혈압은 점차 증가하고 확장기 혈압은 50대중반을 지나면서 오히려 하강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엄격히 말해서 수축기 혈압만 고혈압인 경우)이 많아지고 이런 현상은 동맥경화증에 의한 현상이라 할 수 있으므로 합병증의 발생도 증가한다.
인종이나 비만여부와 고혈압의 관련성은? 마른 사람은 고혈압이 없다?
고혈압 환자의 일부에선 특정 원인에 의해 혈압이 상승하는 2차성 고혈압이 있으나 대부분은 특정원인을 찾을 수 없는 ‘본태성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유전적 소질과 환경요인이 같이 관여하여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인종에 따라 유전적 소질이 차이날 수 있으므로 인종에 따른 고혈압의 유병율이나 양상이 다를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비만이 동반된 경우가 많긴 하나 마른 사람이라고 해서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0~20대에도 고혈압이 생기나?
유전적 영향에 따라 10대~20대의 젊은이들에서도 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2차적 원인으로 인한 고혈압인지를 감별하여야한다.
저혈압은 무엇이 문제인가? 위험한가?
저혈압은 출혈이나 자율신경계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 외에 증상을 동반하지 않은 저혈압은 병이 아니다. 그러나 노인이나 특정 강압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서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약물을 조절하거나 갑작스레 자세를 바꾸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오병희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항고혈압식사법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을 권하였다. 항고혈압식사법은 혈압을 낮추는 식사법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고혈압에 관한 기준과 치료 등에 대한 학계 전문가들 모임에서 합의하여, 공식적으로 고혈압 환자에게 권고하는 식사요법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DASH 식사법을 고혈압 환자들에게 적용시켜본 결과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우선 고혈압 환자의 식염섭취의 제한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추천되는 저염식의 정도는 하루 나트륨섭취량 2.4g이하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식사에서 하루에 섭취하는 나트륨은 약 4.9g으로 미국의 추천 섭취량과 상당한 격차가 있어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제형태로 된 칼륨보충은 혈압 강하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나 비용과 부작용 등의 우려로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추천되지는 않으며 과일과 야채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이를 보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짜게 먹지 않고 녹황색 채소, 과일, 저지방 유제품을 섭취하여 식생활을 개선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술, 담배,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
박현순 | 소비자리포트 편집위원, KBS 라디오 PD |
1. 고혈압은 어느 정도의 혈압을 가리키는가? |
4. 고혈압이 있는데 약을 복용하는 등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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