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두 번씩 만난다
- 문하 정영인 수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는 친구들 모임이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만나서 ‘월목회(月木會)’ 라 이름 지었다. 고정적으로 대개 6~7명은 나온다. 대학 동창에 주로 교사 출신들이다. 나이는 팔십 줄이다. 역사는 17년쯤 되었다.
우리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을 한다. 일주일에 두 번 만난다고 다른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한다. 하기야 형제지간에도 일 년에 서너 번 만나는 경우가 고작일 것이다. 전철역에서 만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커피 봉사하는 친구가 있어 커피 한 잔하며 담소한다.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 여름에는 냉커피를 가져오기도 한다. 늘 소소한 간식거리를 늘 가져오는 친구도 있다.
월요일 모임은 완전히 자기가 먹을 만큼 자기 부담이다. 밥값은 6,000원, 소주 한 병이면 4,000원 도합 10,000원을 내야 한다. 목요일은 돌려가며 낸다. 월요일 모임은 들쑥날쑥 하지만 목요일 모임은 고정적이다. 대개 쌈직한 한식 뷔페를 이용한다. 그래서 단골 식당이 생겼다. 특별한 경우에는 중식당, 냉면집, 양평집, 순댓국집도 간다. 대개 만원의 행복에 머문다.
이젠 시세대로 더치페이, 가보시키, 갹출(醵出)이 대부분이다. 어떤 모임은 술을 안 먹는 친구에게는 만 원 정도 깎아준다고 한다. 갈수록 야박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치페이하기 때문에 네 명이 먹어도 카드는 네 명이 들이미는 세상이다.
시절인연이다. 법정 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고 하였다. 또 맺은 인연은 소중히 지키라고 하였다. 전에는 마당발 인연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않고 골라하는 인연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임은 학창시절에 맺어진 시절인연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는 인연을 맺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다”라고 했다. 그 사람의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의 면면을 엿볼 수가 있다.
따라서 ‘우정(友情)“이라는 말은 쉽고도 어려운 말이 아닌가 한다. ㄴ알량한 우정 때문에 축의금 저울질 때문에 파탄 나기도 한다. 우정이라는 믿음 때문에 친구 보증으로 우정도 집안도 풍비박산 나는 경우를 흔히 보기도 한다. 우정은 그 말대로 (Friend Ship) 배와 같다. 우정이라는 배가 잘못 저어가면 산 위로 올라가거나 침몰할 수도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정에 대하여 과도한 기대, 과도한 부담, 과도한 요구는 금물이라고 생각을 한다. 우정의 사이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또 우정을 담보로 빌미를 삼거나. 우정을 위하여 노력하여도 안 되면 내려놓아야 한다. 우정에도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우정은 끼리끼리이기 때문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그래서 친구는 제2의 자신이라고 하나 보다. 우정은 오래 사귀어 보아야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 진정한 친구는 알아주는 이 없어도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그런 사람이다. 서로 다르면서 오랫동안 사귀어 가면서 동등한 관계로 태어나는 것이다.
오늘도 모여서 웃음꽃이 핀다. 집안에서는 별로 웃을 일이 없는데 여기서는 자마다 웃는다. 커피를 늘 준비해오는 친구, 사소한 간식거리를 늘 가져오는 친구도 있고 새로운 스마트 폰 사용법을 알아 가르쳐주는 친구도 있다. 좋은 노래를 골라 앱으로 연결해주는 친구도 있다. 사람이 술을 부르고 술이 사람을 부른다고 한 잔 술이 오고가기도 한다. 학교 동창이지만 별로 교유가 없다가 일주일에 두 번 만나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되는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가끔 가다가 자기 위주로 생각하여 삐그덕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잘 굴러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모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우정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필요해서 모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 다가서거나 한 발 물러선 그런 사소한 배려가 필요하다.
오늘도 우리는 모인다. |
첫댓글 인연 나이들면
함부로 맺는게 아님을 경험
문어발씩 친구는 아닙니다
진정한 친구는
이미 정해진 듯
서로 소중히 여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