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년, 아미앵 조약이 파기되고 영국과 프랑스가 다시 전쟁을 시작하는 광풍의 시대.
52명의 승무원과 8명의 승객을 실은 영국 동인도 회사 소속 상선 "오브라 딘" 호가 대서양 항해 도중 실종되고 맙니다.
동인도 회사 런던 사무소 보험 손해배상 청구 담당 평가관인 주인공(이하 조사관)은,
실종된 오브라 딘 호가 발견되어 팔머스 앞바다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출발합니다.
틸지트 조약과 대륙 봉쇄령의 시대인 1807년, 그러니까 오브라 딘 호의 실종 이후 무려 4년이나 지나서 말이죠.
맛이 완전히 가버린 목소리로, 뱃사람 말투로 말을 거는 한 노인이 있습니다.
조사관을 오브라 딘 호까지 보트로 태워주는 역할을 맡은, 동인도 회사 소속 뱃사람이죠.
대답하는 조사관의 태도는 왠지 차갑습니다. 가방을 오브라 딘 호 갑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만 남기고 등을 돌립니다.
뱃전을 바라보고 스페이스 키를 누릅니다. 4년만에 돌아온 오브라 딘 호에, 처음으로 사람 발이 닿는 순간입니다.
주변을 둘러봅니다. 하늘 높이 떠있는 달을 배경으로, 너덜너덜해진 돛이 파도 맞은 해초처럼 펄럭입니다.
선미 쪽을 돌아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꺾여 부러진 미즌마스트의 모습은 '유령선'의 사전적 정의 그 자체입니다.
선미루의 앞, 타륜 옆을 보니 백골이 되어버린 시체 한 구가 있습니다. 그 너머로는 도끼 한 자루도 보이네요.
문도 몇 개 열어보고, 선미루도 올라보고, 배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돌아다니다보면, 카랑카랑한 외침이 들려옵니다.
늙은이의 징징거림입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뱃전에 돌아가 보트로 내려갑니다.
이 가방을 갑판 위로 어떻게 올려야하나 궁리하던 사공은, 결국 모든 걸 포기했는지 가방을 내려놨습니다.
이런 짐도 옮기지 못하다니, 너는 아무 것도 못하는 프렌즈구나?
이 묵직-한 가방쨩은 조사관이 직접 들고 올라가든, 아니면 여기서 열어보든 선택하라는군요.
가방에 손을 얹고 스페이스를 누릅니다.
책 한 권이 나옵니다. <오브라 딘 호의 귀환-모험과 비극으로 가득 찬 항해일지>.
네이밍 센스가 괜찮네요.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떠났다가 전원 무사 귀환한 어니스트 섀클턴의 수기 같기도 합니다.
섀클턴 탐험대는 배를 포기하고 사람이 돌아왔지만, 오브라 딘 호는 그 정반대라는 사소한 차이점만 빼면 말이죠.
'헨리 에반스'. 처음 듣는 이름의 남자가 보내온 책입니다. 선박의 기록 일지를 완성해서 모로코로 보내달라는군요.
"자세한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비밀로 하겠다"... 뭔가 수상한 내용입니다.
그 다음은 목차입니다. 일지 내용 자체는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군요.
여정. 오브라 딘 호의 항해 경로가 기록되는 곳입니다.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한 번씩 재미로 봐두면 좋습니다.
선박. 오브라 딘 호의 평면도입니다. 나중에 가면 눈에 익을 정도로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승무원. 명단 번호, 이름, 직위, 국적, 뭐 하나 빼먹을 것 없이 전부 중요한 내용입니다.
바다 위의 삶. 배를 탄 사람들의 얼굴이 묘사된 스케치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그려져있습니다. 조사관은 이 모든 사람들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전부 찾아내야 합니다.
백지 상태인 챕터는 건너뛰고, 뒤쪽에는 용어 사전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원피스라도 읽어봤다면 대충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보면 추리에 도움이 됩니다.
Q를 누르면 목차로 돌아가고, 탭을 누르면 기록 일지를 열고 닫게 됩니다. 일지를 닫아봅시다.
MEMENTO MORTEM.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문구가 뜨고, 특이하게 생긴 회중시계를 얻게 됩니다.
저 두개골 장식은 뭐죠? 졸리 로저인가요? 해적선의 표식을 들고 동인도 회사 상선에 오르라는 미친 소리는 아니겠죠?
다시 갑판 위로 올라가서 시체 앞에 서면, 조사관이 회중시계를 꺼내는 모션을 취합니다.
왼쪽 클릭을 하거나 스페이스를 누르면, 회중시계가 열리고 시계바늘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화면이 어두워집니다.
어떤 남자 3명의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선장에게 문을 열라고 소리치는 2명, 그리고 이에 분노에 차 응수하는 1명.
그리고 총성이 한 번 울립니다.
조사관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도끼를 쥐고 총에 맞아 쓰러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 너머에는, 마치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처럼 불쑥 솟아오른 의문의 검은 문이 있군요.
두 남자에게 발포하는 남자에게 다가가 E키를 길게 눌러봅니다. 스케치에서 팔짱을 끼고 선 사람과 같은 얼굴입니다.
문을 부술 기세로 선장실을 두드리던 남자들에게 총을 쏜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사람이 선장인 모양입니다.
이 상태에서 탭을 누르면 자동으로 일지가 열리며 스케치로 갈 수 있습니다.
총에 맞은 사람에게도 초점을 맞추고 E키를 길게 눌러봅니다. 스케치에서는 팔짱 낀 남자 왼편에 서있던 항해사입니다.
선장의 바로 옆에 선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꽤 높은 지위였던 걸까요?
총을 맞은 항해사 옆에서 흠칫 놀라는 선원의 얼굴도 스케치에 있습니다.
공개처형을 집행하는 4명의 선원들 중 한 명이었군요.
총을 맞은 항해사의 등 뒤로 돌아가보니, 선미루 계단을 타고 뛰어올라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스케치에 나온 바대로라면, 대머리에 앞섶을 풀어헤친 선원입니다.
조사원은 이 선원의 앞모습을 보려고 반대편 계단을 타고 올라갑니다. 입에 단검을 물고 있군요.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어느덧 다시 화면이 검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일지가 스스로 펼쳐지더니, 첫 번째 챕터도 아니고 마지막 챕터, 종장으로 향합니다.
오브라 딘 호의 위치는 마데이라 섬의 북북서 방향 대서양 한복판입니다.
마지막 챕터의 첫 번째 파트입니다. 총에 맞아 죽은 그 사람의 사망 순간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 원인, 사망 순간의 모습과 주변의 소리, 시체의 위치, 등장인물 등이 보입니다.
왼쪽 위를 눌러봅니다. 조사원은 이 사람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작성해야 합니다.
아직은 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얼굴이 흐릿하게 나오는군요.
하지만 사망 원인은 명백합니다. 선장(?)의 총에 맞아 죽었죠. 우선 여기까지는 적어둡니다.
선장을 상대로 선상 반란을 일으킨 자들. 그들의 언급에서 등장하는 '소라'라는 것의 존재.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체의 위치는 선장실 바로 앞입니다.
종장 파트1의 오른쪽 아래를 눌러보면, 이때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얼굴이 밝게 비춰집니다.
팔짱을 낀 남자를 눌러봅니다. 이 사람은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신원을 알아낼 단서가 발견되었다는 뜻입니다.
오브라 딘 호에 있던 사람은 총 60명. 이들의 운명을 모두 밝혀내야 합니다.
죽음의 순간을 들여다보는 방법만으로는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손쉽게 밝혀낼 수 없습니다.
주의 깊은 관찰과, 소거법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끌어맞춰야 합니다.
팔짱을 낀 이 사람은 아마도 선장인 것 같으니, 잉글랜드 출신의 선장 로버트 휘트렐이라고 적어둡니다.
일지를 덮으면, 어디에선가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저 문을 통과하면, 사망 순간의 기억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4년의 간극을 연결해주는 셈이죠.
이제 1807년으로 돌아와보면, 방금까지는 열 수 없던 선장실의 문이, 뭔가 뿌연 형태가 되어 활짝 열려있습니다.
사망 순간의 기억 속에서 선장실의 문이 열렸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조사관도 선장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선장실에 들어가보면, 바닥에 쓰러져있는 두 구의 시체가 다시 발견됩니다.
이렇게 앞으로 60명. 할 일이 태산이군요. 조사관은 다시 한 번 회중시계를 꺼냅니다.
4년만에 영국으로 홀로 돌아온 유령선. 실종된 사람은 60명.
종적을 감추어버린 사람들의 운명을 밝히고, 망자의 기억을 알리는 것, 여러분이 해주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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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라에몽과 가방쨩이 뭐 어떻다고요?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을 이런 식으로 왜곡시킬 수도 있다니?!
오브라딘호의 귀환 이라는 게임이 나폴레옹 시대에 도라에몽과 가방쨩이 졸리 로저를 들고 유령선에 타는 원피스 짝퉁 게임 이런 제목과 원피스 짝퉁게임 평가를 받을만한 게임은 절대 아닌대 말이죠
네, 드립입니다! 갓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