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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많은 구직자들이 기업 관계자들과 상담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
中企 신규채용 30%이상 줄어
비정규직 구조조정 늘고 건설현장 일자리는 급감
창업시장마저 얼어붙어경북 구미의 전자부품 임가공 업체 T사에 근무하는 김모(39)씨. 월급 200만원을 받는 그는 요즘 출근길 회사 게시판에 구조 조정 명단이 붙었는지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됐다. 최근 회사가 70여명의 직원 가운데 20명 이상 구조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수주물량은 작년 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 4월부터는 잔업시간도 절반 이상 줄었다. 연초부터 전기료·출장비를 아껴가며 전 직원이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회사는 적자만 쌓여 가는 상황이다. 김씨는 "지난달부터 아이들 학원도 보내지 않고 있다"며 "여기서 쫓겨나면 당장 수입이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의 도금전문회사인 삼우금속은 올해 들어 10명 정도의 종업원이 정년 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단 한 명도 신규채용을 실시하지 않았다. 방효철 대표는 "지금도 일손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서민 일자리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일쇼크와 원자재값 상승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내수불황으로 창업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박사는 "저임금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모아 둔 재산이 부족한 서민들은 한 번 경제 기반이 무너지면 회복불능의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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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부터 줄이는 중소기업중소기업들은 불황이 오면 인건비부터 줄인다. 8일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255개 중소기업의 고용 동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올해 상반기 중 1107명을 채용했다. 지난해 1761명보다 37.1% 줄어든 수치로, 작년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새 일자리가 3분의 1 이상 사라진 셈이다. 대기업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채용을 한 것과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올해 초만 해도 신규 채용이 늘 것이란 기대감이 컸는데, 경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중소기업 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박사는 "단순 임가공이 많은 중소 제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인건비 이외에 경비절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한 비정규직보호법 대상이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비 정규직 사원을 내보내는 기업도 있다. 대구지역 섬유업체 P사는 최근 포장 등 단순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8명을 내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든 데다 이들을 계속 고용하면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어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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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일당 하락세고용 효과가 큰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용직 일자리도 급감하고 있다. 최근 A건설사는 예전에 목수·용접 등 12명이 1개 조를 이루던 작업반을 8명으로 줄였다. 조금이라도 건설 단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건설현장 고용이 줄어 들자 일당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 H인력소 관계자는 "최근 단순작업의 1일 노임이 5000~1만원 정도 내렸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박사는 "관급공사에 최저 낙찰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건설 단가를 낮추려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인건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저임금 노동에는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내국인 고용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퇴직자들의 탈출구였던 창업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내수부진으로 가게를 차려도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창업 상담 건수가 작년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이마저도 대부분 직원을 두지 않고,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창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잃어버린 10년의 결과물 입니다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