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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년 9 월 2 일 화요일 흐리고 비
농부의 가을은 이쁜 고추들과 빠알간 데이트에 푹 빠지는 나날이다.
어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오늘은 풀천지 가족들 하우스에 모여 주렁주렁 이쁜 고추들을 원없이 따보는 즐거움을 누리기로 하자.
너무도 건강하고 탐스러운 이쁜 고추들을 따면서 고추 판매 공지를 왜 빨리 하지 않느냐고 성화를 부린다. 풀천지 최고의 태양초를 남김없이 시집보내고 싶은 조바심 때문이다.
저번보다 이번이 고추 양이 훨씬 많다. 가을의 길목에서 푸르렀던 농부의 마음에 온통 빨간물이 들어 버렸다.
" 어쩜 ~ 좋아 ! 수세미가 참 많이도 열렸네요 ~ 수세미 효소 충분히 담겠네요. " " 재홍아 ~ 이쁜 수세미들 사진좀 찍어라 ~ ^^ "
풍요로운 행복의 가을을 위해 풀천지의 뜨락은 풍성하기 그지없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이쁜 고추들을 손질하며 가슴속에 스며오는 풍성한 행복을 마음껏 안아본다...^^
농사에 있어서 밭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잘 길러내어 수확을 거두는 과정까지도 중요하지만 수확한 작물들을 잘 말리고 손질하여 갈무리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법이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 놓아도 정성스런 갈무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애써 기른 작물들을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마침 갈마루 님이 나눔터에 고추 말리는 법을 물어 오셨으니 초보 농부님들을 위하여 풀천지의 고추 말리기를 소개해 본다.
- 풀천지 고추 말리기 -
즐거운 마음으로 병없이 건강한 고추를 신나게 따보자.
고추를 따게 되면 그늘진 곳에 2 ~ 3 일 정도 후숙을 시키자.
일일이 하나하나 흙먼지도 닦아내고 안좋은 고추도 미련없이 골라내어 믿어주시고 아껴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온정성을 다하자.
손질도 끝나고 후숙도 끝났으면 이쁜 고추들을 햇볕에 말려보자.
보통 하우스에서 많이 말리지만 하우스는 아침저녁으로 습하기 때문에 따로 투명 건조장을 만들어 놓으면 늘 보송보송하게 잘 말려낼 수 있다. 바닥에 밀짚을 두터이 깔아 놓아 열의 전도율을 높이고 투명 건조장의 복사열로 좋은 태양초가 만들어진다.
이때 주의할점은 반드시 부직포를 덮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수분이 많은 고추가 급격히 마르면서 뜨거운 태양열에 데이게 되면 희나리가 잘 생기기 때문이다.
말리기 용이하도록 고추를 잘라서 말리는 경우도 있는데 자른 부분이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질의 태양초가 되기 힘들다.
하루에 한번은 고루 잘 말리기 위해 반드시 뒤집어 주어야 한다.
고추는 마르는 과정에서 골쿼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만약 비가 오면 또한 반드시 뜨거운 온돌방에서 계속 말려주어야 한다. 이때 우물쭈물 하다간 태양초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햇볕 좋은 날에 부직포를 덮고 일주일 이상 잘 말리면 꾸덕꾸덕 마르게 되는데 이때쯤 부직포를 걷고 햇볕에 그냥 말리기 시작하면 된다. 만약 날씨가 흐린날이 섞여 있으면 날짜는 그만큼 더 길어지기 마련이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누구나 태양초를 어렵다 하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면 온돌방에서 고추를 말려야 하는데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발을 딛기 힘들정도로 바닥이 뜨거워야지 고추가 잘 마를 수 있으므로 불을 지속적으로 잘 때는 일도 중요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서너 시간에 한번씩 고추를 뒤집어줘야 하는데 매운 냄새와 뜨거운 열기를 감수해야 한다. 이때 환기도 시켜주어야 한다.
편리한 건조기 생각이 간절하지만 일년 내내 소중한 양념으로 쓰는 건강한 고춧가루를 위해 건강한 삶의 일념으로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공을 들이고 탄생한 태양초는 빨간 보석이 된다. 풀천지 태양초는 최상의 태양초임을 자부해 본다. 많은 주문 널리 부탁 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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