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공무원들은 자신의 혼 안에 이미 사명감, 보람, 기쁨 등 신들이 준 신성한 금과 은을 지니고 있어 이 세상의 금에 의해 타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질과 명예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이익에 이바지하는 것.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의무가 아닐까. 안전행정부 인사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승호 동문(행정.82)은 초등학교 시절, 공무원의 꿈을 품었다. 돈과 명예보다,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었던 어린 소년의 꿈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국민의 봉사자가 되어 국민들을 위해 언제나 헌신하는 김 동문. 진정한 ‘공무원’ 김 동문과 인터넷한양이 함께했다.
한발 앞선 ‘시작’이 만든 결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한창 경제발전에 열을 올렸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김 동문은 이 같은 사회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레 공무원의 꿈을 품었다. “초·중학교 시절, 당시 정부 주도하에 국민소득 증대를 위한 여러 사업들이 진행됐어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나 새마을 운동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죠. 뉴스나 언론을 통해 많은 국가사업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공무원은 참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마음이 훨씬 컸습니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김 동문의 목표는 확실했다. 김 동문은 자연스레 우리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했고 1학년 때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행정고시 1차 시험 과목에는 영어, 행정학개론, 헌법, 한국사 등이 있었어요. 1학년 입학 후, 영어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나갔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 당시에는 절에서 공부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2학년 겨울방학에 청주 보현사라는 절에 들어가 3개월 정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김 동문이 1984년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년. 휴학 한 번 없이 단기간에 고시를 합격한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전 특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학생들과의 달랐던 점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제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강한 마음가짐이 있었죠. 당시 재학 중 시험에 합격했던 고시반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았던 것 또한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김 동문의 확고한 목표아래, 남들보다 한발 앞선 ‘시작’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공무원,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직업
김 동문은 1986년 대학 졸업 후 27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 평생 공직자라는 외길을 걸어 온 김 동문. 그가 말하는 공무원이란 어떤 직업일까. “공무원들은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준법의식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자신이 먼저 법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하죠. 당연한 것이지만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에 충실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교통법규를 지킨다거나 세금을 제때에 납부하는 것 등의 사소한 것들도 말이죠. 한편, 매달 정해진 날에 봉급을 받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장점입니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업무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나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 제가 맡은 일들은 우리나라에서 저만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27년의 공직생활 속에 김 동문은 중앙인사위원회 인사혁신미래전략팀장,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중앙공무원 교수, 인력개발관, 외교통상부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 등을 지냈다. 많은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아 온 그에게 공무원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험을 물었다. “공무원으로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국민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 사무관 초임시절, 정책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7, 9급 공무원 합격자들은 합격 후 바로 부서로 발령받지 못하고 각 부서에 공석이 날 때까지 대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험 합격 후에도 2, 3년 씩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생겼죠. 예산부처와 협의해서 합격 후 합격자들이 곧바로 일정 급여를 받으며 실무수습을 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죠.”
한편, 김 동문은 공직 생활 중 힘들었던 경험으로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를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약 1700시간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약 2100시간에 육박합니다. 그럼에도 생산성은 오히려 타 국가들에 비해 낮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라고 생각해요. 공직 초기에 구세대 분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혼내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는 창의성 발현을 막고 조직의 활력을 저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런 부분들이 많이 나아졌지만 분명 공무원 조직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소신’을 갖고 공무원에 도전하기를
김 동문은 현재 안전행정부의 인사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인사실장은 공무원 채용과 교육을 담당하며 공무원 인사 전반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장차 우리나라 행정부를 이끌 신임 공무원들과 가장 먼저 마주하는 김 동문. 그에게 공무원으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흔히 ‘든 사람과 된 사람이 되자’는 말을 하곤 해요. 공무원으로서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 일에 대한 열정, 문제해결능력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무원은 다른 조직과의 협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김 동문은 최근 안정성만을 추구하여 공무원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자신만의 ‘소신’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안정성보다 더 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공무원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행복이나 국가발전 같은 더 사회적 이익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최근 공직에 새로 들어온 젊은 친구들은 열정이 많고 일에 대한 문제해결능력 또한 뛰어나요. 하지만 그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직을 위한 자기희생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공무원은 절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젊음을 바쳐 도전해볼 필요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일 자체에서 느끼는 보람도 있고 해외연수나 유학 등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혜택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한다면 사회적 인정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고요. 현재 많은 한양인들이 다양한 분야의 공직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공직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규진 사진기자 flowkj@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승호 동문은 1982년 우리대학 행정학과 입학하여 1984년 행정고시 제2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도국제스포츠단 홍보부장을 비롯해 중앙인사위원회, 인사혁신미래전략팀장,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중앙공무원 교수, 인력개발관, 외교통상부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 등을 지냈다. 현재는 안전행정부 인사실장으로 근무하며 공무원 채용과 교육훈련, 후생복리 등 공무원 인사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source : 인터넷한양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