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10층 짜리 복도식 아파트의 4층에 위치하고 있다.
열대야 속에서 잠이 오지 않아 문밖으로 나갔다.
훨씬 시원했다.
그때가 3시 쯤인 것 같다.
무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11시 방향에 보이는 대구타워는 찬란한 빛을 발하지 않고 고요했다.
주변의 집들에도 불이 모두 나갔다.
다만 먼 데서 보이는 아파트의 몇 채만 창가에 불이 보였다.
1시 방향 큰 길 쪽에 있는 당구장의 불이 흐미하게 비치고 있다.
그러더니 그마저도 10분 쯤 뒤에 불이 꺼졌다.
이제 끝났는 것 같다.
늦게까지 일을 하는구나.
12시 방향 바로 보이는 집 ㅣ층에 살고 있는 아줌마 같은데,
3시 10분 쯤에 집에 들어오는 것 같다.
놀다가 들어오는 복장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하길래 이 시간에 들어올까?
3시 20분 쯤 되었나?
젊은 청춘 남녀가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다.
약간 어두운 곳에서는 좀 더 진하게 포옹도 하는 것 같다.
그래 청춘이 좋은거지.
아마 같이 포장마차 같은데서 술한잔 하고 이제 집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아니 벌써 요쿠루트 아줌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네.
이렇게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나?
이번엔 10대로 보이는 여학생 두 명이 큰소리로 이야길 하면서 지나간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좋구나.
이 늦은 밤에 여자들이 활개치고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경찰에게 상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고기 도매상점에 물건이 들어온 것 같다.
차 한대가 들어오더니 짐을 나르고 있다.
물고기는 이 시간에 날라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참으로 부지런도 하구나.
아! 이번엔 내 처럼 잠이 안오는지
80 가까이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어슬렁 거리고 있다.
무표정이다.
요쿠르트 아줌마가 또 지나간다.
조금 전과 다른 아줌마인가?
그래 다른 아줌마인 것 같다.
아~ 그렇다면 요쿠르트 아줌마들의 일 시작 시간이
지금인 것이 맞구나. 대단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3시 30분은 넘은 것 같고 아직 4시는 아닌 것 같다만...
조금 전 그 젊은이들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남자가 여자를 업고 있다.
업은 남자와 업힌 여자
다정한 한 때의 추억을 만들고 있는가?
옆집의 아파트 문이 열렸다.
옆집 아저씨가 머리를 내 밀었다.
인사를 주고 받았다.
"많이 덥지요?"
더워서 그런지 문을 약간 열어놓고 들어갔다.
안에선 부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10분 쯤 지났나?
옆집 아저씨가 외출복을 입고 나왔다.
더워서 잠도 안오고 해서 공장에 간단다.
옆집은 가구공장을 한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아서 힘들어 한다.
"공장은 시원합니까?"
내가 물었다.
"여기보단 시원합니다."
아저씨의 대답이 형식적이다.
아~ 내가 잘못 물었구나.
일찍부터 일하러 가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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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본 사람들을
크게 둘로 나눌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일을 마친 사람들과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말이다.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벌써 일을 마치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겹치면서 바뀌고 있구나.
오늘 화요스타디에서 폭을 가진 시간에 대해 논의했었는데,
그렇다면 이것도 바로 폭을 가진 시간이 아닌가?
생성과 소멸을 함께 가지는 폭 있는 시간 말이다
카페 게시글
엉터리 글 (창작글)
열대야의 새벽 3-4시 쯤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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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
04.08.12 00:0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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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성과 소멸,, 시작과 끝.. 언제까지든 존재해야하는 것인가
예전 저도 그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들을 관찰한 기억이 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