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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하면 보은, 보은 하면 대추’라 했는데, 2008년 가을 보은의 대추가 날개를 달았다. 우리나라는 ‘축제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전국 각지에서 온갖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지난 10월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구병산이 바라보이는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솔밭 일원에서 열린 보은 대추축제는 아주 별났다. ‘달걀만한 크기의 대추를 생산했다’는 언론보도의 덕이었을까. 축제 첫날부터 축제장에는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고, 축제장은 인산인해였다. 해질 무렵 대추 판매장에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대추가 동이 나 대추 없는 대추축제장이 될 정도였으니 이 날의 보은 대추 인기도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보은땅은 밤낮의 일교차가 커 최상의 당도를 자랑한다. 얇은 껍질, 단단하고 많은 과육의 생대추 맛은 다른 지역 대추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조선조 왕실에 진상되던 보은의 전통 약대추가 ‘2007년 농업인 으뜸농산물 전시회’에서는 금상을 수상하고, 2008년 1월에는 청와대에 납품까지 했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 대추꽃이 떨어지면 / 청산보은 색시가 / 시집 못가 눈물 낸다’
옛부터 보은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노래다. 삼복중에 피는 대추꽃이 비를 맞고 떨어지면 대추농사를 망치게 되어 혼인비용을 마련하는 일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보은에서 대추가 차지했던 경제적인 비중을 잘 말해 주는 노래였는데, 이제는 달걀 크기의 대추가 보은경제에 큰 효자노릇을 하게 되겠다. 보잘것없는 크기의 자연산 대추를 메추리알만한 크기, 나아가서 달걀만한 크기의 대추로 재배하여 같은 맛과 같은 당도를 내게 한 우리의 농업기술은 경이롭다. 보은 대추축제를 둘러보며 달걀 크기의 대추를 재배해내는 우리 농업기술의 앞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아름마을 지킴이 병암 할아버지
백운산장
구병산 북쪽 자락 속리산면 구병리 아름마을은 구병산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사람 발길이 뜸한 깊은 산골이던 이 마을이 충북알프스의 매우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자 외지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들이 이용해야 할 먹거리집과 숙박시설들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 마을에는 통나무로 잘 지은 펜션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든 사람들이 어린시절에 살던 고향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병암(屛岩) 이원준(李元準) 할아버지의 집 ‘백운산장식당(043-542-5335)’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민박도 가능한 집이다. 외지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는데,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3대째 살아오는 터줏대감이시다. 병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구병 마을이 정감록 십승지의 한 곳이라 여기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이정자(李正子) 할머니와 내외분이 손님들을 친자식처럼 따뜻하게 맞아 준다는 소문으로 단골들이 백운산장 홍보요원 역할을 한다고 했다.
칼국수 4,000원, 손두부 5,000원, 옥수수엿술 6,000원, 토종닭(백숙·도리탕) 35,000원, 옻닭 40,000원, 민박방 3채(소·중·대) 30,000원, 40,000원, 100,000원. 병암 할아버지는 살아온 틈틈이 한학(漢學)을 공부하시며 서예에 정진하셨는데, 찾아온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지침이 될만한 글귀가 담긴 서예작품을 선사하시기도 한다.
충북알프스 시발점 산꾼들의 캠프
청솔가든
구병산에서 속리산, 관음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43.9km 능선 상의 산군이 충북알프스로 불린다. 보은군에서는 1999년 이 능선 상의 산들을 하나로 묶어 ‘충북알프스’로 지정,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을 했다. 자손만대로 이어질 이 이름을 창안한 사람은 당시의 보은군 정중환(鄭重煥) 부군수였다. 10년 전의 일인데, 구병산 자락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지금 이 분의 공덕을 칭송하고 있다.
종주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장안면 서원리에는 종주팀들이 캠프로 이용할 수 있는 ‘청솔가든(043-544-2525)’이 있다. 황토 숙박시설 5동에는 장작불로 온돌을 덮히는데 6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 주인 신국범(53)씨는 종주팀들에게는 각별한 배려를 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군청이나 한번씩 다녀간 많은 산꾼들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1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탁에 넉넉한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한우 1인분(180g) 23,000원, 더덕백숙 30,000원. 흑염소(시세)를 마리당으로 주문하고 단합대회를 하는 단체가 많다고 했다.
구병산 자락에서 남도맛 즐긴다
송현가든
김길자. 1959년 전남 순천생. 대도시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건실한 총각을 만나 사내결혼을 했다. 결혼 후 직장생활 보다는 자영업이 좋을 것 같아 식당을 개업하게 되었다. 맛의 고장 남도땅이 고향인지라 어릴 적부터 음식 만드는 일에는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자랐다고 한다. 대도시의 번화가에서 시작한 식당에, 감칠 맛 나는 음식을 차려내는 업소라 손님들의 발길이야 당연히 이어지게 마련. 식당은 승승장구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에 맞추어서 아들 하나만 낳았다는데, 그 아들이 잘 자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직장에 취업하고 나니 여인의 마음에 변화가 오더라고 한다. 그래서 ‘도시탈출’을 구호로 삼고 명산 자락, 안주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발길 닿은 곳이 충청북도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구병산 정상이 1시 방향으로 바라보이는 지금의 자리, 25번 국도변, 200평 땅 위에 지난해 말 동네 이름을 딴 ‘송현가든(043-542-4430)’을 개점했다는 것이다. 확보한 땅 넓이에 비해, 집을 작게 짓고 마당을 크게 잡았다. 마당에는 온갖 꽃들을 심었다. 물이 고이는 작은 웅덩이도 만들었다. 이런 모습의 집이 자신의 ‘소녀적 꿈’이었다고 한다. 식당은 새로 지은 집이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깔끔한데 식탁 12개로 버스 한 대의 인원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도시 직장인들처럼 식당도 쉬는 날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연락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감자탕 18,000~23,000원. 오리 로스 23,000원, 오리 백숙 33,000원, 삼겹목살 7,000원, 동태찌개 15,000~20,000원, 백반 4,000원.
맛자랑경연대회 대상 수상업소
길손식당
구병산은 충북알프스 종주의 일환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 속리산 산행과 연계를 시킨다는 것이다. 천하의 명산 속리산에 천년고찰 법주사,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일년 사계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법주사 가는 큰 길가는 먹거리 집으로 하나의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76개 업소가 어느 때나 문을 열어 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어느 집을 찾아 가야 하나. 산악회 총무들이 고심하는 사항이라고 한다.
‘길손식당(043-543-8406·대표 윤인숙)’은 제2회 보은대추고을 맛자랑경연대회(2008.10.11)에서 ‘속리산 묵나물비빔밥’을 출품, 대상을 수상한 업소다. 속리산 버스터미널 앞에 위치, 11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주차에도 문제가 없다. 된장찌개정식·올갱이해장국 6,000원, 표고덮밥 8,000원, 묵나물비빔밥 10,000원, 야생버섯전골 12,000원, 산채불고기 18,000원, 송이백숙 50,000원.
우창제 대표 버섯 절단포장방법 특허
문장대식당
속리산은 송이버섯의 명산지다. 송이만이 아니고 능이, 싸리, 밤, 외꽃버섯 등 여러 가지 버섯이 많은 산으로도 유명하다. 한동안 일본의 식도락가들이 가을이면 속리산 송이를 먹기 위해 단체로 먹거리 여행을 오던 때도 있었다. 송이 채취 때가 되면 마을사람들은 제사를 올리고 채취길에 오를 정도로 속리산 송이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재물(財物)이다.
이렇게 소중한 버섯이지만 채취했을 당시 그대로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생버섯 자체가 갖고 있는 성분과 효능을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저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고, ‘문장대식당(043-543-3655)’ 우창제(58) 대표가 버섯류의 절단 포장방법을 발명, 특허청의 특허(제0445078)를 받고는 포장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아직은 소규모의 시작단계이지만 일년 사계 계절에 관계없이 싱싱한 생버섯 그대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업적이라 할만 하겠다.
우 대표는 앞으로 산에서 나오는 고사리, 취나물들과 고추잎 등도 같은 방법으로 저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장대식당에서는 특허를 받은 방법으로 저장했던 버섯류 요리들을 차려 내는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조리할 때 자연 상태의 버섯향을 살리기 위해 고추가루를 일체 쓰지 않는다.
법주사 가는 길, 식당가 중심부에 있는 문장대식당은 전국 각지의 많은 산악회가 오래 전부터 단골로 정해 놓고 있는 업소이기도 하다.
산자락의 전형적인 외식업소라지만…
팔도식당
산자락 집단시설지구에 모여 있는 음식점들은 ‘그 집이 그 집’이라 할 만큼 모두가 비슷 비슷하다. 차려내는 음식이 그렇고 운영형태도 그렇다. 그렇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어딘가 다른 점이 있는 업소를 만날 수도 있다. 법주사 앞 집단시설지구의 ‘팔도식당(043-544-2531)’이 그런 집이겠다. 안주인 최은주(43)씨는 문장대 도중에 있는 보현재휴게소 김해용(66) 할머니의 따님이다. 할머니 나이 18세, 새댁일 때 음료수 한 병 값이 2원이었다는데, 지금과 비교해 보면 실로 산천도 여러 차례 변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속리산 자생 산나물의 도사’로 식당에서 조리할 나물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오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리산에서 나물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집이라면 챙겨둘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정식 10,000원. 해물파전·도토리묵·동동주 각 5,000원. 버섯전골정식·더덕구이 각 13,000원.
외국인들도 찾는 속리산 속의 명소
비로산장
비로산장(043-543-4782)은 충북알프스와 백두대간 종주팀들이 하룻밤을 머무는 속리산 속 명소 중의 명소다. 세계적인 관광가이드북 <론리 플래닛> 한국편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비로산장에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호주 캐나다 미국 등 외국 사람들이 다녀간 여러 기록들이 남아 있다.
비로산장은 산꾼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산장을 조성한 김태환-이상금 내외의 따님이 운영을 맡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 대학강단에 서기도 했던 김은숙 화백은 서예가로 유명한 아버지와 부녀작품전을 열기도 한 경력의 소유자다.
10월 초 취재를 갔던 날 밤, 비로산장에는 종주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백두대간을 종주중인 한 가족의 모습이 아주 이채로웠다. 전북 전주에서 온 한의사 안철호 원장 가족은 부인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현수, 세 사람이 한 팀인데 부인은 자동차로 부자 두 사람의 산행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부인 이서진씨는 차편으로 남편과 아들을 산행들머리까지 태워주고 가벼운 산행을 함께 한 다음 자동차로 돌아와 두 사람의 하산지점까지 차를 몰고 가서 기다리는 형태의 종주를 계속 중이라고 했다.
비로산장에는 잠을 잘 수 있는 방이 9칸이고, 음식솜씨로 한 때 크게 이름을 날렸던 이상금 할머니의 솜씨는 딸에게 고스란히 전수되었다. 추억도 대(代)를 이어 가는 것인가.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는 옛 추억을 반추하며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오래 된 산장이라 40여 년 전 신혼여행으로 이곳 비로산장을 이용했던 노 부부가 다시 찾아오는가 하면,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찾았던 산장에 자신의 어린 자녀와 함께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김은숙 화백의 설명이다.
백두대간을 종주 중인 안철호 원장도 12년만에 다시 찾았다고 한다. 실제로 산장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낯선 산꾼들과 교우해 보면 비로산장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로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된다는 것이다.
목상균 새순대추농원 대표
고향땅을 지키는 등산광 농사꾼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다. 독립된 국가로 새 출발하던 194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였다. ‘반만년’이라는 민족역사의 농경사회 그대로 도농(都農)간의 인구가 1:9 구조의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다.
이러했던 국가가 반만년이라는 긴 세월에 비하면 찰라 같은 짧은 기간,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산업화를 거쳐 최첨단 정보화 사회로 바뀌었다. 그 사이 수출입국으로 경제규모는 지구상의 200여 국가 중 10위권 진입을 바라본다. 인구구조도 도농간 9:1 구조로 역전되어 농촌에는 인구가 극심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젊은이가 없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농촌을 지키며 농촌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 등산광 농사꾼 한 사람을 만났다. 수많은 메뚜기가 뛰고 있는 구병산 자락 '새순대추농원'의 목상균 대표. 그는 등산과 농사가 인생의 전부라는 사람이다. 보은에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협에 들어가 28년 동안 근무했다. 직장생활 때부터 '산에 미쳐' 등산광이 되었다는데, 정년 퇴임 후에는 두릅과 대추농사, 그리고 등산만이 그의 인생 전부가 되었다고 한다.
농사일은 늘 바쁜 듯하지만 다행히 농한기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그 기간에는 전국 각지의 산을 찾아 마음껏 올랐다고 한다. 지난 날, 직장생활이 바빠 등산이 불가능했을 때는 월간山을 등산독본으로 삼아 국내만이 아니라 먼 나라의 산들도 인도어 클라이밍(Indoor Climbing)으로 즐겼기에 60 나이를 넘긴 지금은 프로 경지의 산꾼이 되었다며 웃는다. 집에는 월간山 20년치 250여 권이 쌓여 있었다.
새순대추농장에서 바라본 구병산의 능선이 아름다웠는데, 그가 살고 있는 자택에서 황금빛 들녘 너머로 펼쳐진 구봉산은 더 아름다웠다.
018-450-0844. 목상균-박순애.
월간산/ 글·사진 박재곤 대구시산악연맹 고문 www.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