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깨 높이도 안되는 차이지만 여기선 유용하다. 왜소한 삼륜구동차처럼 장백이라 이름하는 백두의 입구에 서니 너나 할 것없이 자신이 무척이나 작아지는 느낌이다.
구름 덮인 백두 중 한 봉우리가 벗어져 나와 얼릍 차에서 찍었다.
이 때만 해도 우린 이미 백두를 포기했기 때문에,
대협곡만 가기로 되어 있어 그런 줄 알았다.
백두산 천지는 못 올라가도 그 가까이라도 와서
안개 없이 깨끗한 모습의 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게다가 중국인들 .... 길을 참 깨끗이도 치워놓으셨네 ~~~
어라~~~ 대협곡으로 가려던 차가 백두로 방향을 틀었네!
가이드가 물어보니 제설작업이 많이 되어있어 올라가는 데까지 가본다고 한다.
아직 구름이 꽤 있는데 그래도 이건 우와~~ 마마미야~~~
셔틀 버스는 계속 힘차게 올라가고 거의 주차장까지 내달았다.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한 우리 일행은 도저히 일렬종대로 눈길을 걸을 수 없어
발이 빠지는데도 풀썩거리며 앞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쪽엔 아직도 구름이 남아있다.
오르면 오를수록 정상 근처의 구름은 사라지고
레스트 스텝을 활용해 거의 동일한 스피드로 올라오다 보니 어느덧 계단이 다 끝나간다.
돌아보니 내리보는 경치도 장관이다.
이제 저 한 바탕만 오르면 정상인데 구름들이 온데 간데 없이 모두 사라져주었다.
천지 못물 위의 구름들이 저 아래로 ...
백두산 천지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나의 눈으로 목격했다.
웅대하다! 광활하다! 장엄하다! 거룩하다! 신비롭다! 찬연하다! 위대하다!
사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단어도 그를 다 담을 수 없겠으나 ...
밑도 끝도 없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되내이고 또 되내이게 된다.
"감사하다(appreciate)"라는 말의 뜻은 "뭔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다"의 반대말이며, 또 다른 뜻은 "가치를 높이다"이다.
- 어떤 이유나 형편에 대한 핑계를 거론하여서도 이 자연의 대장관 앞에서 비난이나 푸념을 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이 사건을 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다"
즉, 아주 특별하게 감사하고 감사한다!
- 우리가 바라본 백두산의 천지는 9명의 동료와 가이드가 함께 보고 사진으로 남김으로
해서 그 가치가 최소한 8명만큼 더 높아졌다.
그리고 우리의 증언과 감흥으로 인해 더 높아질 것이다.
지구를 살아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조물주가 만드신 지고의 경관을 목격한 것은 감사할 특권이자 겸손해질 안목과 경험이다.
북쪽 장군봉을 자세히 보면 접근하는 통로가 보인다.
내리막 계단길도 산행의 중요한 일부다.
한 발자국, 백 발자국, 지평선, 수평선 모두를 느끼며 내려간다.
두 갈레 길이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시간당 3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서서히 가시라고...
우리네 인생길도 그리 가란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