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예천 봉덕산 (373m)
짧은 거리에 여러 산과 절 두루 만나는 코스
봉덕산은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에 자리한다. 소백산과 도솔봉을 지나온 백두대간이 황장산(1077m)을 저만치 바라본 곳에서 남쪽으로 곁가지를 일으킨다. 매봉(865m), 국사봉(728m)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능선을 지나 오늘 소개하는 백마산(386m), 봉화산(340m), 봉덕산, 흑응산(217m) 등을 솟구치며 옹골찬 산세를 뻗어 내린다.
백마산~봉화산~봉덕산~흑응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예천읍 용산리에 자리한 백룡사. '임도사랑안내도'가 자리한 절 입구의 삼거리에 차를 내려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조금 오르면 백룡사다.
감나무 고목에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린 백룡사는 올해로 팔순이 된 벽운 노스님이 주석하는 암자 같은 절이다. 서울에서 취재산행차 들렀다는 인사에 노스님은 마당에 수북이 따놓은 잘 익은 감을 권하며 산행 중에 간식하라고 배낭에 넣어준다. 오늘 산행에는 강희산(61세) 시인과 남편 정노관(61세), 김균일(54세), 서은미(51세)씨 부부 그리고 이종환(52세)씨가 동행했는데 모두 오래 산을 다닌 꾼들인지라 서로 말이 잘 통해 처음부터 화기애애하다.
법당 옆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빽빽한 솔숲길을 따라 오르면 곧 능선을 만나는데 서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인적이 뜸한 산길이라 거미줄이 자주 걸음을 막는다. 얼굴에 달라붙는 거미줄을 걷어가며 소나무 한 그루가 지키는 무덤 삼거리에 이른다.
무덤 옆 서쪽으로 풀에 가린 산길이 있어 가보니 뜻밖에도 농장의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 왼쪽으로 가서 철조망을 넘어 목장으로 들어섰다. 출렁이는 억새꽃밭을 지나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백마산 동봉에 올라선다.
정상으로 착각되는 동봉(약 378m)은 북쪽 전망이 빼어나다. 한눈에 들어오는 용문면 시가지 너머로 용문산(822m)과 매봉(865m)이 다가들고, 그 서쪽으로 천주산(836m)과 공덕산(913m), 고찰 김룡사를 품은 운달산(1097m)이 뚜렷하다. 그 아름다운 산너울 너머로는 황장산(1077m)과 대미산(1145m)을 이어가는 백두대간과 월악산국립공원의 산 중에 으뜸높이를 자랑하는 문수봉(1162m)이 청잣빛 가을하늘 아래 황홀한 산경을 빚어놓았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130m 지점에 백마산의 진짜 정수리가 자리한다. 어찌 보면 큰 무덤 같은 백마산 정수리에는 삼각점이나 정상석 팻말도 없고, 작년 3월에 필자를 위시한 개척산악회에서 달아놓은 리본만이 외롭게 펄럭인다.
따사로운 가을볕을 만끽하며 간식을 나눈 취재진은 남녘능선을 따라 내린다. 농장의 새끼염소 두 마리가 취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가한 낮 한때를 보내고 있다. 능선을 내려서니 다시 철조망을 지나 시멘트 목장길이 지나는 고갯마루다.
남쪽으로 봉화산을 향한다. 철조망을 따라 느긋한 목장길을 이어가면 참나무 고목이 터줏대감인 양 자리한 봉화산에 이른다. 그러나 한우와 염소를 통제하기 위해 능선을 따라 두른 철조망이 가로막아 정상에 직접 오를 수는 없다.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만나는 출입문에 묶인 철사를 풀고 밖으로 나가 다시 철사로 문을 묶은 후 봉화산 정수리에 오른다. 그러나 봉화산 정수리에 봉화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되돌아 동녘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뚜렷하고도 상쾌한 솔숲길이다. 오른쪽(남쪽)으로 에천의 황금들판을 굽어보며 산길을 이어가니 곧 무덤봉이다. 그 무덤 옆에 뜻밖에도 '서암산 봉수대' 라고 쓴 표석이 놓여있다. 표석을 만들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터인데 그 연유를 알 수 없어 무척 아쉽다.
무덤에서 굽어보는 예천읍 시가지와 황금들판이 잘 어울리며 무척 아름다워 소위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임을 저절로 느끼게 한다. 무덤봉에서 산길을 이어 10분 가면 봉덕산 정수리에 오른다.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하는 봉덕산 정수리는 유별나다. 1980년에 세운 삼각점과 정상빗돌 이정표 외에도 걸터앉을 수 있는 돌탑과 의자, 심지어 대형거울까지도 준비되어 있다.
봉덕산에서 동녘능선을 이어 150m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6분쯤 내려가면 에천읍에서 가장 오랜 사력을 자랑하는 서악사가 있다.
봉덕산 칠부능선, 해발 약 250m에 자리하는 서악사는 종각 옆에 자라는 두 그루 고목만 보아도 한눈에 고찰임을 알 수 있다. 법당을 둘러보고 종무소에 들렀으나 사람이 없다. 요사채와 부설 유치원까지 방문했지만 사찰의 연혁자료를 구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서악사에서 다시 10분을 오르면 아까의 주능선 삼거리를 만난다. 봉덕산에서 흑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예천읍민의 산책로다. 노부부, 친구들이 모여 삼림욕을 겸한 산행에 나선 예천군민을 더러 만나는 산길을 이어 성황당 삼거리에 이른다. 무속인이 살고 있는 듯한 건물 앞에 수도가 있어 산꾼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해준다.
이곳을 지나면 흑응산성(경상북도 문화재자료 144호) 안내판을 만난다. 다음과 같은 길고 자세한 설명이 적혔다.
"이 산성은 덕봉산성 또는 봉덕산성으로 불리며에천군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서는 흑응산성과 봉덕산성을 혼용하고 있다. 봉덕산은 또 덕봉산이라고도 기록되어 있는데, 지금은 봉덕산과 흑응산을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현재 성벽의 둘레는 1900m, 높이는 평균 3~4m이다. 주성의 성내지에 2개소의 우물과 1개소의 못이 원형대로 남아 있으나 군대의 창고가 있던 자리에는 농막이 세워져 있다. 산정에는 성황당이 남아있으며, 성내에는 무문토기와 신라토기 조각이 발견되고 3기의 고인돌이 있는 점을 보아 초기국가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산길을 이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흑응산에 이른다. 해발 217m의 낮은 산이건만 예천읍 시가지와 한천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다. 정상 빗돌과 운동기구가 마련된 이곳에서 만난 예천군민 김종무씨 부부, 이만석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산을 내려선다. 날머리 예천향교 입구에 아직도 하마비가 남아 있었으나 향교는 수리중이라 문을 닫아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산행길잡이
백룡사 입구-(50분)-백마산-(40분)-봉화산-(50분)-봉덕산-(6분)-서악사-(10분)-능선 삼거리-(40분)-흑응산-(20분)-에천향교, 시가지
백마산~흑응산 종주산행 들머리는 예천읍 용산리 백마산 기슭에 자리한 백룡사 입구다. 안내도가 자리한 공터에 차를 내려 오른쪽으로 5분이면 감나무 거목들이 자리한 백룡사에 이른다. 법당 옆으로 올라가면 뒤이어 솔숲능선에 이르고 서쪽으로 능선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한 전망대 무덤에서 왼쪽 억새풀밭으로 희미한 산길이 이어지고 뒤이어 농장의 철조망을 넘게 된다.
목장길을 이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378봉에 이어 아무런 표시 없는 백마산 정수리에 이른다. 남쪽으로 제법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면 목장길이 난 고갯마루다(다시 철조망을 넘어야 함). 목장길을 이어 남쪽으로 더 가면 송전철탑을 만나고, 우회로 따라 곧 철문에 이른다. 참나무 거목이 자리한 봉화산 정수리로 가기 위해서는 철사를 풀고 목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봉화산에서부터 훌륭한 산길이 시작된다. 간간이 예천의 황금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솔숲길을 이어가면 '서암산 봉수대' 라고 쓴 비석이 자리한 무덤봉이 나오느데, 이곳에서 10분이면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자리한 봉덕산 정수리에 이른다. 봉덕산에서 동쪽 능선을 따라 150m 지점에서 서악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왕복 20분이면 된다.
서악사에서 능선으로 되돌아와 동녘 능선을 이어가면 상황당 삼거리 지나 운동시설과 정상석이 자리한 흑응산 정수리에 이른다.
하산은 남동녘 산길을 따른다. 대창중고교 운동장을 지나면 하마비를 갖춘 날머리 예쳔향교를 만나며 산행이 끝난다. 네 개 산을 잇는 종주산행은 5시간이면 넉넉하고, 서악사~봉덕산~흑응산~예천향교의 단축산행은 2시간 걸린다.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에천까지 1일 11회((06:40~20:00, 약 1시간 간격으로 출발)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있다. 2시간30분 걸리며, 요금은 13,200원. 예천에서 들머리인 백룡사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3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10,000원. 예천개인택시 054-654-4114, 평화택시 654-3596.
*잘 데와 먹을 데
예천읍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많다. 황도령휴게가든(654-2788), 신라식당(655-8400), 송육숯불갈비(654-7000), 두래정(655-3400), 동해가든(654-4767), 신라장모텔(655-3030), 한성장모텔(654-2262), 그랜드모텔(652-9000).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탑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simsanmunhak@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