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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고추장 만들기를 시작하였으니 풀천지 세남정네중 한사람이 고추장을 저어주어야 한다. 남편과 두 아들 중 누구를 선택할지는 아내 마음대로이다...^^
산 밑으로 끌어내려 잘라놓은 나무들을 작은애가 작업장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굵은 나무들을 도끼질을 하여 이리저리 쌓아 정리하는 일은 큰애의 몫이 되었으니 오늘 고추장을 신나게 젓는 일은 팔아프고 허리 아프다고 날마다 엄살 떠는 풀천지 논네 남편이 맡게 되었다 ~ ^^
얼른 메주도 씻어 말려야 되는데 계속 날씨가 영하 10 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계속되는 바람에 모종하우스에 고추씨도 넣지 못하고 메주도 그대로 걸려있는 안방을 피해 애들 방에서 하게 되었다.
힘이 남아도는 20 대 초반의 자식들을 놔두고 제일 엄살이 심한 논네 남편과 한 조가 되어 보기보다 힘든 고추장 젓는 일을 하게 된 아내가 무척 신나하며 짧은 머리인데도 머리카락 방지용 모자부터 씌워주며 깔깔 웃고 난리가 났다...^^
팔 아프도록 저으며 다 된것 같지 않냐고 물어 보아도 땀까지 흘리는 엄살이 심한 남편을 보고 아직도 멀었다며 재미있어 한다.
작년에 애들이 번갈아서 저을 때는 쉬었다 하라며 인정을 베풀더니 논네 남편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즐거워 하는 아내를 보며 그래도 밉지 않은 걸 보면 세월의 정이 단단히 들긴 들었나 보다...^^
해마다 이리저리 물어보고 연구하고 열심히 노력하였음에도 아직도 고추장 만들때 마다 노트에 적어진 걸 보고 또 보고 하며 만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일이 저울로 달아서 하다보니 지혜로웠던 옛날선조님들처럼 손대중으로 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지식에 의존 하고 저울눈금에 의존하고 그래도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온정성을 다한다...^^
몸에 좋고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기 위하여 숙성이 잘된 오가피 효소와 당귀 효소를 듬뿍 넣으며 참으로 좋은 고추장이 되었다며 무척 흐뭇해 한다.
좋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다시 팔이 떨어져라 신나게 젓고 난 후 그동안 식초와 효소를 거르는 일을 하던 아내가 최종 감정을 하기 위해 저어가며 연신 맛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나에게도 맛을 보여 주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 풀천지 고추장이 제일 좋을 것이다 ~ ^^ 참으로 좋은 고추장을 만들기 위하여 정성을 다하고 진심을 다한 연후에 자기 PR 의 시대에 맞추어 자화자찬을 한번 해보는 것이니 어여삐 여기시어 많은 주문을 부탁드려본다...^^
무엇이든 잘 긁어지는 싹싹이에 대해서 추억 한토막을 꺼내어 본다.
아내는 결혼전부터 시어머니 되실 분을 잘 알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야 재밌기만 하시던 뚱뚱한 겉모습과 달리 유난히 살림을 깔끔하고 야무지게 잘 하시는 시어머니의 부엌살림 솜씨에 깜짝 놀라
날차분하고 얌전하기만한 겉보기와 달리 덜렁거리며 살림을 잘 할줄 몰랐던 아내가 그때부터 시어머니께 깔끔하고 야무진 살림 솜씨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는데 착하고 부지런한 심성으로 열심히 잘 따라와준 작은 며느리가 고마워 특별히 물려준 어머님이 제일 아끼시는 살림 연장 1 호가 바로 이 싹싹이었다.
시댁에서 김치를 담그실 때나 나물 만들때 특히 유난히 꽃게무침을 좋아하는 시아버님과 남편 덕분에 수시로 꽃게를 버무릴때마다 깔끔한 시어머님은 양판에 묻은 고춧가루 양념들을 싹싹이로 싹싹 긁어내시며
" 아야 ~ 아야 ~ 이것 봐라 ~ 낙촉없이 긁어진당께 ~ 내가 지금까지 산것 중에서 젤 ~ 로 잘 산거시 이 싹싹이랑께 ~ 워따워메 ~ 징허게 잘 긁어지네 ~~ ^^ "
하시며 그 당시는 귀했을 일제라는걸 은근히 자랑하셨던 모양이다. 20 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의 부엌에는 어머님이 아끼시던 살림들을 하나하나 이쁘고 착한 작은 며느리 손에 쥐어주던 사랑 그대로 여기저기 그리운 추억이 되어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추억은 파도처럼 되돌아오는 법이다. 평소에는 아끼며 쓰지 않다가도 해마다 고추장을 만들때면 시어머님의 그리운 손때가 묻은 싹싹이를 꺼내어 쓰면서 똑같은 말로 똑같은 그리움을 똑같은 자랑으로 되새기곤 한다...
요즘처럼 새것만 사다쓰는 세상에 어찌 옛사람의 추억이 남아 있으랴 ? 작은 물건이라도 함부로 쓰고 함부로 버리지 마라시던 옛사람의 삶의 정성을 가슴저리게 생각해 본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아파트 평수 늘리고 새차로 바꾸고 툭하면 최신기종의 핸드폰으로 바꿔야만 안심이 되는 세상에 어머님이 물려주신 알뜰한 작은 살림도구 하나에 촉촉이 눈물 젖어오는 바보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돌아볼새가 어디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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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추장 선전을 보면 시인이자 배우인 오광록씨가
종아리를 때리며 순창을 배우라고 특이한 목소리로 소리치는걸 보았다.
그 선전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고추장 만드는 법을
직접 배울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고
마트로 달려가 간편하게 사고싶어 할 것이다.
풀천지의 사랑은 옛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이 된다.
좋은 고추장을 만들며 좋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첫댓글 고추장의 맵고 달큰한 냄새가 호미밭까지 날아왔습니다.
벌써 거기까지 갔나 보군요 ~ ^^ 언제한번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할텐데요...^^
색도 고아라......풀천지 고추가루로 김치를 담았더니 땟갈도 예쁘고 맛도 기가 막혀요....맛있겠네요.....고추장~~
님의 맛있는 김치랑 고추장 맛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