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모 뮤지션에게 10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다. 애주가이기도 하지만 늘 연주자들과 연습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 기록이 아닐까. 늘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들끓고 이성 친구든 동성 친구든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 알 만했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쓴 니노미야 토모코는 K보다 더 빠른 시기, 즉 초등학교 때부터 술을 마신 소문난 애주가다. <술 마시러 가자>나 <음주가무연구소> 같은 만화는 대놓고 자신과 직장인들의 음주 라이프를 지지한다. 유쾌한 버전으로 말이다. 왜 처음부터 술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여성들은 으레 밤문화 하면 술에 대한 선입관부터 들이대기 때문이다.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회식 자리에서도 술병 앞에 무조건 ‘노!’를 외치는 그녀에겐 재치 있는 말솜씨와 웃음이 필요하고, 저녁 식사와 커피 한잔으로 구성된 세트 1만을 선택하는 다수의 그녀들에겐 가끔 바와 클럽 메뉴가 있는 세트 2와 세트 3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다. 더불어 인간 관계 업그레이드와 센스 있는 여자라는 칭찬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남자들을 휘어잡으며 술자리를 주도하고 일도 잘하는 <음주가무연구소> 영업 2팀의 슈퍼우먼 마루야마 요시코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 동료들에게 “한잔 할까?”를 던지진 못하더라도, 지루한 직장인의 라이프에 청량감을 실어줄 밤문화에 변화를 줘볼 때다.
Rule 1 나이는 숫자일 뿐이죠?
노는 일 앞에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거긴 애들이 가는 곳 아니야?” “애들 많은데 딴 데로 옮기지”라며 가장 힙한 장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는 목적부터가 합의되지 않아서일 수 있다. 모임을 가질 땐 분명한 목적과 장소를 정하고 그에 맞는 옷차림이라든지 준비해야 할 것을 챙기는 것이 좋다. 멤버들의 준비가 확실하다면 나이를 핑계 삼아 슬쩍 꼬리 내리며 방석 깔린 밥집으로 유도하진 않을 것 아닌가. 나이 탓하다가는 즐길거리와 사람들 모두 놓친다.
Rule 2 목소리를 줄여주세요
공간의 특성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소음이다. 목소리를 낮춰도 유난히 크게 들리거나 울림이 심한 장소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장소 탓을 하기조차 민망한, 너무 심하게 격양된 그녀의 목소리. 아무리 호탕하게 웃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옆 테이블의 손님까지 그녀의 거침없는 무용담에 동참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듯. 사실 그런 목소리는 셋만 모여도 거의 소음 공해 수준이다. 또 목소리 큰 사람이 자리를 주도하기 쉬우나 그것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승인된 관계인지 따져봐야 할 듯. 더군다나 술 한잔 들어가면 목소리 통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니 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떠들어대기 쉬운 종교나 정치 같은 화제는 피하도록 하자. 이러한 주제로 가끔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것을 눈치 챈 호스트가 이를 저지하려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배려이므로 너무 구애받지 말자.
Rule 3 밤놀이에서는 술을 못 마시는 게 자랑이 아니다
호흡과 신체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마라톤처럼 술자리도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딱 두 사람만 모른다. 술을 절대로 입에 댈 수 없다는 사람과 오늘밤에도 끝까지 달려보자는 사람이다. 특히 술자리인데 입 싹 닦고 눈 말똥거리며 술 취한 사람을 바라보는 여성이 두 다리가 어디에 붙어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만취하는 사람보다 나쁜 이유는 초반부터 분위기를 깰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친구들이 아닌 회사 동료 혹은 공식적인 회식 자리라면 더욱 곤란하다. 술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술자리에 있을 땐 한 잔 정도라도 받아놓고 마시며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 ‘술 안 마시는데 술자리엔 왜 있어!’가 정답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예 그럴 경우엔 술병을 놓지 않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술병을 잡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따라주는 사람이 술 마시는 기회를 은근슬쩍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도한 권유는 꼴불견일 테니 조심할 것. 또 클럽이나 바에서는 무알코올 칵테일을 마시거나 레스토랑에서는 식전주인 아페리티프(Aperitif)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프랑스의 샴페인이나 클레망(Cremant), 독일의 젝트(Sekt), 스페인의 카파(Cava) 등 스파클링 와인을 시켜두고 사람들과 페이스를 맞추는 것이 좋다. 또 약간의 속임수를 시도할 수 있는데, <매너를 입어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보노는 “마치 술을 마시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스파클링 와인일 때는 젝트잔에 탄산이 들어간 가벼운 사과주스로 대신하고 화이트와인은 농도를 묽게 한 사과주스로, 레드와인은 서양까치밥나무 열매로 만든 주스로 대신할 수 있다고 하니 소주잔에 물을 따라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러한 속임수가 꼭 죄는 아니란 뜻이다. 단 맥주는 못 마신다고 자백해야 하는 케이스다. 눈속임수 용도로 대신할 수 있는 음료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Rule 4 놀려면 제대로 입고 놀 것
B 스타일리스트가 말했다. “나쁜 게 아니라 잘 입어야 해요. 물 좋다는 클럽 C도 못 입고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은 안 들여보내거든요. 저도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내 돈 내고 놀아보겠다는데 그런 취급 받기 싫잖아요.” 클럽 앞에서 ‘No’ 당하는 일보다 더 창피한 일이 있다면, 같은 공간 안에 있는 다른 손님들과 확연하게 차이나는 자신의 옷차림일 수 있다. 자신이 가장 먼저 알지 않는가? 시간이 흐를수록 견디는 것도 슬슬 피곤해질 테니 말이다. 자신감은 즐겁게 놀기 위한 사람의 기본 태도일 듯. 에디터도 최근 ‘반짝이 티셔츠 정도면 돼요!’라는 파티 초대에 응하지 못한 적이 있다. 옷장을 아무리 뒤져도 반짝이 티셔츠는 나올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준비된 자만이 밤놀이를 1백20배 즐길 수 있음을 명심할 것. 덧붙이자면 가슴 쪽 네크라인이 파인 것보다 등이 파인 의상이 더 세련된 섹시함을 선사한다는 것과 절대 회사에 들고 갔던 빅백을 동참시키지 말자는 것. 빅백 안에서 작은 이브닝백을 꺼내드는 것은 밤놀이의 기본이란다. 클러치는 고급 레스토랑의 식탁에 앉을 때도 효과를 발휘한다. 빅백처럼 어디다 둬야 할지 망설일 필요 없이 무릎에 얹고 앉으면 되니 말이다.
Rule 5 하룻밤쯤은 호핑을 시도하라
늘 같은 멤버가 한 자리에만 머물러 술 마시며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더군다나 만날 때마다 단골집을 찾는다면 지루함은 증폭될 수 있다. 엉덩이가 철썩 붙어 있는 의자가 따끈해지기 전에 자리를 뜨는 코스를 짜보자. 밥 간단히 먹고, 바에서 살짝 기분을 돋운 뒤, 클럽으로 향해 30분 동안 열기를 발산한 다음 국수집에서 냉우동 한 그릇 비우고 헤어지는 코스. 밀린 업무까지 말끔하게 처리한 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가능한 일이다. 빡세게 돌아다니면 레스토랑 안에만 있어서 느끼지 못한 밤거리의 매력까지 만끽할 수 있다. 귀가 시간을 앞당겨야 하는 주중이라면 자정이 넘어야 활기를 띠는 클럽 분위기를 놓치겠지만, 장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에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 호핑의 매력이다.
Rule 6 잘 노는 그녀의 대화 에티켓
가족에 대한 푸념, 직장 상사에 대한 험담 등은 즐거운 밤놀이에 적신호를 보낸다. 술 한잔 들어갔다고 격앙되어 지인의 실수를 떠들어대는 것은 분위기 망치는 지름길.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 남자나 립스틱이 치아에 묻어 있는 여성을 상대로 이를 알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렇게 해보세요”라며 지퍼 올리는 시늉을 하거나 립스틱을 닦는 시늉 등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제스처로 둘만의 의사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Rule 7 술 취한 사람 대처법
술 취한 사람이 발생했을 때는 무조건 도와주기보다 한번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도움을 줄 때는 상대방이 얼마나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느냐와 자신이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 밤에는 여러 가지 음모에 대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거나, 취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다주는 것이 좋다. 본인이 원한다면 택시를 불러줄 수 있는데, 그렇다고 택시비를 지불해야 한다거나 술 취한 사람을 자기 차에 태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Rule 8 계산을 잘하자
함께 먹은 음식과 술값은 정확하게 계산하자. 더치페이가 가장 깔끔하지만 모임의 성격에 따라서 한 사람이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면 그 전에 누가 계산했는지 잘 기억해두었다가 돌아가면서 내는 것이 현명하다. 자주 만나는 사이라면 더더욱 계산 문제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을 듯. 친구들이 아닌 좀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라면 식사나 술자리가 끝나는 마지막 타이밍에 긴장을 늦추지 말자. 계산서를 바 테이블로 가져와서 계산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남자가 동석한 자리라면 술자리를 주선한 여성이 자리를 비운 동안 미리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한지희 | 포토그래퍼 이유미 | 슈어
에디터 추천 힙한 술 3
1 힙노틱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선보였다고 그 유명세를 자랑 중인 힙노틱의 진짜 매력은 젊고 세련된 감각에 있다. 잘 빠진 보틀의 푸른빛이 선사하는 모던한 감각과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맛에서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 3번의 증류 과정을 거친 프리미엄급 보드카와 코냑, 열대 과일 주스를 주원료로 하는 보드카 리큐어인 힙노틱의 알코올 도수는 17도. 6만2천원(750ml) 02-3210-2770
2 그랑 마니에 토닉 1827년에 탄생한 그랑 마니에는 코냑에 열대 오렌지 에센스를 가미한 리큐어다. 알코올 도수 40도로 코스모폴리탄, 마가리타, B52 같은 칵테일에 쓰인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청량감이 우아한 조화를 이루는 그랑 마니에 토닉의 레서피는 무척 쉽다. 그랑 마니에 40ml와 토닉 워터 100ml를 얼음과 섞고 레몬 한 조각을 곁들이면 된다. 5만원(700ml) 02-6424-1048
3 맥캘란 12년산 1백50여 년 동안 전해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싱글 몰트 위스키. 입안 가득 퍼지는 말린 과일향, 셰리향이 달콤한 바닐라, 스모키한 우디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모금 머금는 동안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목으로 넘기는 동안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40도. 여자에겐 위스키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도 좋을 만큼 감미롭다. 9만원(700ml) 02-3468-4600 기획 한지희
첫댓글 다 읽지못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