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키 챈 드라마 배우로 성공하고파
미국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은 이국 땅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오랜 친구를다시 만나는 일처럼 뿌듯하다.
명절마다 우리 극장을 찾았던, 서툰 한국말을 흉내내며 웃음을 건네던, 학생들의 연습장 표지를 도배했던 우리 친구'성룡(成龍)'은 이제 영화의 제국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우상 재키 챈(Jackie Chan)이 되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스타냐고? 새 영화 ‘턱시도(The Tuxedo)’ 홍보를위해 20일(현지시간) 미국 LA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재키 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받았다.
나는 무척 떨렸다.
드디어 스필버그를 만나다니.” 그런데 그를 만난 스필버그는 종이부터 내놓더란다.
“우리 아들들이 당신 팬이라서, 사인 좀 해줘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런데 스필버그, 어떻게 컴퓨터로 그렇게 공룡들을 신기하게 만들어 내는 거죠”하고 물었더니 “간단해요,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돼요”라고 대답한 스필버그.
다시 “그런데 재키, 어떻게 그 높은 빌딩에서 직접 뛰어내리는 걸 합니까”라고 진지하게 묻더란다.
재키의 대답.
“간단해요.
몇 번 점프하고구르고 하면 끝이에요.” 어디 스필버그 뿐이랴.
영화 '러시아워’ 1, 2편은 제목처럼 ‘관객들로정체현상’이 벌어졌고, 케이블 TV는 그의 홍콩시절 영화들이 잇달아 방영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아침 공중파 채널에서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재키 챈의 모험’이 아이들의 기상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이날 재키 챈과 나란히 인터뷰에 나온 새 영화 ‘턱시도’ 공동 주연인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그는 나의 영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 액션 히어로에게 열광하는 할리우드의 모습은 젊은 시절그의 영화와 함께 자라난, 그를 키워낸 아시아 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만든다.
채키 챈은 15년 전 아시아를 휩쓸고 난 뒤 ‘캐논 볼’의 공동 주연으로할리우드를 노크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 스타일을 개발한 후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이곳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 나를 모셔온 것이다.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96년 ‘홍번구’가 전미 흥행 1위를 한 뒤 ‘러시아워 1, 2’와 ‘상하이 눈’ 단 세편으로 그는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것도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발레같은 액션과 천진한 미소, 그리고 서툰 영어로.
“성공의비결? ‘재키 챈 방식’으로 밀어 부쳤기 때문이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이젠 ‘재키챈 식’ 영어라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이 못 알아 들어도 상관없다.
” 여기에 아시아인 특유의 성실함과 근성이 있었다.
‘턱시도’의 감독 케빈 도너번은 “조금만 촬영이 길어져도 계약서와 법을 들먹이는 할리우드배우에 비해 재키는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촬영동안 지치지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독려했다.
스튜디오와 문제가 생기면 간부들에게 편지를 쓰는 자상함도 있다.
시간이 나면 스태프가 쓰다 버린 휴지로 촬영장 근처의 화장실까지 반짝반짝윤 나게 닦아 놓았다”며 그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다.
‘턱시도’는 재키 챈이 SF 액션 스파이물이라는 새 장르에 도전한 영화.
“무술영화? 당신들은 좋아하지만 난 정말 지겹다.
난 진짜 새로운 걸해보고 싶었다.
” 비밀 정보원의 운전수였다가 졸지에 그를 대신하게 된재키 챈은 보통 땐 평범한 사람이지만, 특수제작한 턱시도를 입으면 하늘을 나는 무술, 제임스 브라운의 솔을 불러대는 노래 실력, 탭댄스와 볼룸댄스 가리지 않는 춤 실력을 가진 수퍼맨이 된다.
새로움이라면 그가 무술을 하는 동작에서 특수효과가 첨가되고, 노래와춤 등 이전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발레리나 출신인 제니퍼 러브 휴이트에게 댄스 레슨을 받고,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에게 노래를 배우긴 했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연기는 10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것보다 100배는 힘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자신의 몸 자체가 ‘특수 효과’였던 재키 챈이 여느 배우나 할 수있는 특수효과 액션으로 팬들을 실망시키는게 아닐까? 재키 챈의 야망은 ‘스턴트를 직접하는 액션 배우’라는 자신의 자리를뛰어넘고자 하는 것이다.
인터뷰 중 그는 자주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언급하며 훌륭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여섯 살 때 하루종일 맞아가며 북경오페라학교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해스턴트맨에서 조연으로, 주연배우에서 홍콩 영화계의 1인자로, 다시 할리우드의 액션배우로 한단계 한단계씩 성공의 계단을 밟고 올라선 ‘아시아의 자존심’ 재키가 ‘액션 배우’를 넘어 그의 소원처럼 할리우드의 일급드라마 배우가 되는 일을 희망과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