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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며칠 전부터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았고 제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과 오붓한 식사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생일은 본인이 축하받을 날이기도 하지만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날이라고 하지요. 매일 드리는 문안인사이지만 오늘은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쉰 한 번째 생일을 맞아 이제까지의 삶과 현재의 성취를 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노력이 부족했던 고등학교 3년, 방황 속에 술기운으로 살았던 군 입대 전까지의 대학생활, 놀기 좋아 일 배우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입사 초기, 경력관리에 등한시 하였던 회사생활 전반,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퇴직, 아쉬운 소리를 못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일을 해왔던 시간들.
그러다보니 가진 것은 집 한 채와 5년 된 차 한 대. 노후 대비는 커녕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명분 좋은 프리랜서. 선친은 5년전에 세상을 벼리셨고 내일이면 80인 노모는 대구서 혼자 살고계십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보석반지 하나 선물받지 못하고 요가강사로 바쁘게 살고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와 친하지 않다보니 공부 잘하는 주변 아이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형제자매는 모두 떨어져 있다보니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참 잘못 살았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고 찬찬히 따져 보면 저만큼 잘 살고 있는 사람도 흔치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하지만 참으로 소중한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이가 일정치는 않지만 끊임 없이 일을 챙겨주시는 소중한 분들이 있고 자유로운 시간이 많고 일정 조정이 가능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시간과 여행 떠날 시간, 친지 만날 시간 구애를 크게 받지 않으니 놀기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책읽기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프리랜서만큼 좋은 형태의 일이 없지요. 비가 오면 비 마중을 나가시고, 눈오면 눈맞으러 산길을 오르시고, 철철이 피는 꽃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초봄의 신록에도, 한여름의 녹음에도, 가을의 단풍, 겨울의 나목에도 경탄해 마지않는, 순수하고 소녀같은 감성을 가지신 어머니의 건강한 심신과 자식 사랑의 깊이를 알기에 어머니만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 따뜻해지고 행복합니다. 어제도 어머니는 이모와 봉화에 가셔서 설경을 한껏 즐기고 오셨답니다. 넉넉치 않은 살림살이를 하면서도 투정 않고 합창연습에 요가 강의에 술친구에 집안일까지 즐겁게 해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스스로 길을 찾아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하여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든든한 큰 아이가 있고 언제나 맑은 심성으로 주변을 헤아릴 줄 아는 둘째가 있어 든든합니다. 두 아이 모두 반듯하게 키웠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해줄 때마다 뿌듯합니다. 자주는 못보아도 항상 서로를 챙기고 가족여행을 통하여 우애를 돈독히 하는 형제자매가 있어 또한 행복합니다. 3분의 삼촌과 고모, 8분의 외삼촌과 이모가 건네시는 따뜻한 한마디는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요즘 들어 부쩍 모임이 잦은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덕분에 세상사 씹으며 슬픔도 기쁨도 함께 하기에 언제나 즐겁습니다. 22년여의 회사생활 동안 만난 많은 선배님들, 입사동기들, 협력업체 직원들, 호형호제하는 10여명의 동생들의 존재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고 뿌듯해집니다. 가족동반으로 만나는 전 회사 동료들과의 시간은 언제나 정겹고 즐겁습니다. 제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던 많은 선생님들과의 기억이 따스합니다. 이웃과 가끔씩 나누는 한잔 술도 윤활유가 됩니다.
새벽에 눈 비비며 중국어 수업을 함께했던 동기분들과 선생님들, 예절지도자과정을 통해 만난 많은 선배님들, 자연관찰지도자, 에코가이드 과정을 통해 만난 많은 동기분들과 교수님들, 향토문화해설사과정을 통해 만난 많은 동기분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는 그분들과의 만남, 그분들을 통해 만나게 된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계시는 가슴 따뜻한 분들이 제게는 든든한 후원자이고 재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행복합니다.
행복은 사소한 일에 감사하고 기꺼운 마음을 갖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도 없는 선택 속에 오늘 저의 삶이 모습하고 있기에, 그 속에 참으로 많은 이들과의 따스한 기억과 앞으로의 끈이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도 행복을 느낍니다. 삶에 감사드립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의 깊고 넓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삶에 감사드립니다(Gracias a la vida)(모셔온 글)======================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o dos luceros que cuando los abro perfecto distingo lo negro del blanco y en el alto cielo su fondo estrellado y en las multitudes la mujer que am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빛을 주었죠. 그리고 별들이 가득 펼쳐진 높은 하늘과,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 사랑하는 그이를 주었죠.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el sonido y el abedecedario con el las palabras que pienso y declaro madre amigo hermano y luz alumbrando, la ruta del alma del que estoy amand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소리와 알파벳과 함께,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선사하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어머니와 친구와 형제들의 영혼의 길을 밝혀주는 빛도 주었죠.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la marcha de mis pies cansados con ellos anduve ciudades y charcos, playas y desiertos, montanas y llanos y la casa tuya, tu calle y tu patio.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피곤한 발로 나아갈 수 있게 했어요. 그 두 발은 도시와 늪지,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을 걸었죠.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o el corazon que agita su marco Cuando miro el fruto del cerebro humano Cuando miro al bueno tan lejos del malo Cuando miro el fondo de tus ojos claros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인간의 정신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볼 때 악으로부터 멀리 떠난 선함을 볼 때 당신의 맑은 눈의 본바탕을 응시할 때 삶은 내게 그 틀을 뒤흔드는 마음을 주었죠.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la risa y me ha dado el llanto Asi y distingo dicha de quebranto Los dos materiales que forman mi canto Y el canto de ustedes que es el mismo canto Y el canto de todos que es mi propio canto.
내게 이처럼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어 슬픔과 행복을 구별하게 함으로써 내 노래와 여러분의 노래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해 주었죠. 우리들 모두의 노래가 바로 제 노래랍니다.
Gracias a la vida. Gracias a la vida. 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드려요. 삶에 감사드려요. 삶에 감사드려요.
-----비올레따 빠라 작사작곡, 메르세데스 소사/존 바에즈 노래 |
첫댓글 말씀대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군요.
늦게나마 생일 축하드립니다. ^^
참 아름다운 삶이네요. 저도 이제는 나름의 생의 의미를 알게 되어 몸이 피곤해도 늘~ 행복, 편안한 나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