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임 유어 맨>
1. 타인과 교류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로봇 파트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점차 결혼이 줄어들고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구 사이에서 충돌하고 그것을 중재할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물질적, 외형적 조건이 선택의 기준이 되면서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만남의 세계에서 소외된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파트너를 원하지만 파트너와의 행복한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아임 유어 맨>은 로봇 파트너와의 생활을 통해 인간들이 만남을 통해 갖게 되는 관계의 근본적인 본질을 다룬다.
2.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대학교수 A는 특정한 사람에 맟춰 개발된 ‘휴먼노이드’와의 3주간 동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학장의 권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참여이기에 그녀는 로봇과의 진정한 교류를 처음부터 믿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렇기에 로봇이 그녀를 위해 했던 말과 행동을 처음부터 무시하였고 되도록 거리를 두려하였다. 하지만 3년간 진행하던 연구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극심한 충격에 빠졌을 때 그녀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로봇의 태도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은 그와 동침하게 된다.
3. 로봇에게 사랑을 느꼈을 때 A는 갑작스러운 혼돈을 느낀다. 로봇과의 감정 교류가 정상적인 삶의 모습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로봇에게 쏠리는 감정적인 의존을 두려워하여 로봇을 집에서 내보낸다. ‘사랑하지만 이별한다’라는 애정영화의 가장 상투적인 공식이 새로운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쓴 실험참가 보고서에 휴머니이드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위는 분명 개인적인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주지만, 삶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에 기반한 삶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인간관계의 불안함이 지닌 중요한 의미와 창조적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고 기록한다.
4. A가 로봇과의 만남에서 얻은 감정은 극도의 양가적 감정이었다. 로봇은 정교하게 계획된 맟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욕구 그리고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였고 그것이 고통 속에 있는 그녀를 위로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인간적 애정이 아닌 하나의 기계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즉 마음으로는 로봇을 수용하였지만, 머리로는 로봇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5. A의 혼란은 그녀의 행동을 통해 분명히 나타난다. ‘로봇 파트너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도 그녀는 로봇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로봇이 보여주었던 행복했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어린 시절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로봇과 재회한다.
6. 인간을 위해 개발된 로봇의 존재는 분명 파트너가 없이 살아가야 하는, 아닌 파트너가 있더라도 심각한 관계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할 것이다. 그것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영역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끝없이 질문할 것이다. ‘아무리 행복하더라도 기계를 통해 얻은 가치가 의미있는 것일까?’ 또한 충돌과 어려움을 통해 극복해야 할 인간적인 가치가 너무 쉽게 무시되고 손쉬운 욕구의 충족은 또 다른 허무와 불안을 야기시키지는 않을까? 영화 <아임 유어 맨>는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시대에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파트너의 존재를 거부할 수 있을까? 감정은 이성을 압도한다. 그렇게 우리는 독립적인 자유의 힘을 상실해 갈 것이다.
첫댓글 상상하던 세계보다 더 신기한 세상이 다가올지도............